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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엔 학교서 자고 먹고 놀고, 주말엔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등록 2011-05-12 14:31수정 2011-05-13 10:21

충북 보은 속리산중학교 학생들이 3일 오후 특별활동 교실에서 특기적성 교육의 하나로 기타를 익히고 있다.
충북 보은 속리산중학교 학생들이 3일 오후 특별활동 교실에서 특기적성 교육의 하나로 기타를 익히고 있다.
[한겨레 창간 23돌] 행복365 농어촌 작은 학교의 행복
‘기숙형 공립’ 속리산중학교
급식·교복·악기교습 등 ‘무상’
마을주민들도 “학교가 희망”
충북 보은 속리산중학교 1학년 이창희(14)군은 학교에서 산다. 창희는 월요일 아침 8시 학교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해 학교에서 지낸 뒤 금요일 오후 5시40분 하교할 때까지 학교에서 지낸다. 창희의 학교는 지난 3월2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기숙형 공립 중학교다. 말 그대로 공부는 물론 자고, 먹고, 노는 것도 학교에서 해결한다. “학교에 있는 시간도 많고, 맘도 몸도 편하니까 학교가 집이나 마찬가지예요. 인사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아니라 ‘집에 다녀오겠습니다’가 더 맞을지 모르겠네요.”

초등학교 3학년 때 대전에서 충북 옥천군 안내면으로 이사한 창희는 아버지, 육순의 할머니 등 셋이 살았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 편했지만 농촌 생활은 낯설었다. 아버지가 일을 나가면 말문이 막혔다. 외톨이 창희의 유일한 소통은 인터넷이었다. 하루 7~8시간씩 피시게임에 빠져 살았다. 그러다 속리산중학교에 입학했다. 돌봐줄 길 없는 아버지와 할머니의 선택이었다. 입학 뒤 집에 보내달라고 학교에 떼를 쓰기도 했지만 지금은 학교가 집보다 편하다.

이 학교 김영미 교장은 “농촌지역 학생들은 주변에 문화·교육공간이 없어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등에 더 잘 빠져든다”며 “기숙형 중학교의 핵심은 농촌 아이들에게 교육의 다양성과 기회를 늘려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숙형 중학교는 충북도교육청과 농촌 주민, 학부모 등의 합작품이다. 보은군 삼승면의 원남중, 속리산면의 속리중, 내북면의 내북중 등 인근 학교 모두 학생 수가 20~30명 선으로 줄어 폐교 위기에 몰리자, 교육청이 ‘작지만 위대한 학교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주민과 학부모가 동의해 이뤄졌다.

교육청은 보은군 삼승면 내망리 옛 원남중 자리에 126억여원을 들여 새 학교를 짓고, 방마다 화장실 2개가 설치된 최신형 기숙사까지 만들어 학생들을 모집했다. 보은·옥천군 등 관내 학생은 물론 경기·강원도 등에서 전입해온 학생도 8명이 지원했다. 1학년 46명, 2학년 26명, 3학년 23명 등 95명이 다닌다. 개교 이후 300여명이 입학을 문의하는 등 관심이 폭증하고 있지만, 마을 이장단이 위장전입 여부를 가리는 등 ‘입학사정관’ 구실을 한다.

삼승면 내망1리 황대연(52) 이장은 “일을 마치고 돌아가다 학교에서 새나오는 아이들 소리와 불빛만 봐도 배가 부르고 든든하다”며 “학교가 마을의 희망”이라고 자랑했다.

기숙형으로 눈길을 끈 학교는 이상형 교육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교육청이 아침·점심·저녁 급식비와 방과후 학습비를 내고, ‘우제관 장학회’가 교복·체육복 등을 지원하는 등 무상교육에 다가서고 있다. 모든 학생들은 정규 수업이 끝나면 날마다 주간·야간 2차례씩 4시간에 걸쳐 방과후 학습을 한다. 학생들은 영어·수학 등을 자기 수준에 맞게 이동하며 공부하고, 야간에는 악기 등 특기를 키운다. 모든 학생들은 한 가지 이상 악기를 익힌다.

3일 오후 특별활동 교실에서는 40명이 기타와 씨름하고 있었고 10여명은 사물놀이를 익히고 있었다. 40명은 ‘속리산중 오케스트라’를 꾸려 연습에 열심이었다. 청주시립교향악단 단원 등 전문 강사 8명이 화·목요일마다 이들을 가르친다.


3학년 윤기륭(16)군은 “전엔 공부하고 싶어도 학원도 없어 인터넷 뚝딱거리는 게 전부였는데 이젠 학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학부모 박군희(46·여)씨는 “농촌에 사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요즘은 학교를 업어주고 싶다”고 귀띔했다.

보은/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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