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방역 지난 10일 <한겨레> 취재진이 경기 남부의 한 구제역 발생 농장의 매몰지에서 10m 남짓 떨어진 언덕 위에서 발견한 새끼돼지 중 한마리의 모습. 코를 드러내고 뒤로 자빠진 채 눈 속에 파묻혀 있다.(위쪽) 이 돼지 바로 옆에 나무 줄기에 엎어져 죽어 있는 돼지 모습.(가운데) 이 농장에서는 지난달 매몰작업 때 공무원들이 신었던 신발과 쓰고 남은 비닐 등이 소각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경기도의 구제역 점검반원들이 8~9일 이틀 사이에 이 농장을 찾아 매몰지를 점검했으나, ‘오염 더미’에 대해서는 수거 등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맨 아래쪽) 김현대 선임기자
‘한겨레’ 10일 새끼 6마리 사체 농장 뒤쪽서 촬영
‘분뇨위 사체’는 1월 매몰작업 뒤 제보자가 찍어
당국 엉터리 사후방역에 누리꾼 비난 여론 빗발
‘분뇨위 사체’는 1월 매몰작업 뒤 제보자가 찍어
당국 엉터리 사후방역에 누리꾼 비난 여론 빗발
돼지 사체 ‘부실처리’ 현장 보면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새끼돼지들을 방치한 ‘처참한 방역 불감증’ 현장을 <한겨레>가 단독 보도하자(11일치 1면), 11일 정부와 경기도 등 방역 당국은 바짝 긴장했다. 온종일 매몰 농장의 사후 방역 부실에 대한 비난이 인터넷 등을 달궜다. 가축 매몰 현장 옆에 버려진 새끼돼지들의 처참한 모습이 충격적이었고, 충격이 컸던 만큼 사진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 10일의 현장 상황을 자세하게 소개하면, 경기도 남부의 구제역 발생 농장의 돈사 뒤쪽 언덕 너머에서 발견한 새끼돼지들은 6마리였다. 코를 드러내고 드러누워 죽은 놈,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놈, 나뭇가지에 배를 깔고 죽은 놈 등 각양각색의 모습이었다. 돈사에서 직선거리로 10m, 푹 꺼진 매몰지의 언덕 정상에서 10~2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바깥 울타리가 없어서 정확한 경계는 알 수 없었지만, 농장 부지 안으로 보였다.
머리 일부와 선홍빛 척추뼈만 남은 돼지 주검은 여기서 5m쯤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몸길이가 60~70㎝는 됐고, 살점이 말끔히 뜯겨나간 것으로 보아 새끼돼지들보다 먼저 버려진 것으로 보였다.
새끼돼지들이 언제 버려졌는지는 이번 취재만으로는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 지난달 중순 이 돼지농장에 구제역 임상 증상이 나타난 직후로 추정된다. 분명한 사실은, 새끼돼지들의 방치가 구제역으로 돼지 2000여마리를 모두 매몰한 농장 현장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 농장에서 10㎞쯤 떨어진 또다른 돼지농장에서 분뇨 더미 위에 새끼돼지들이 널브러져 있는 장면(<한겨레> 11일치 5면은, 이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매몰작업을 마무리한 1주일쯤 뒤인 지난달 하순에 제보자가 찍은 사진이었다. 제보자는 “돼지들을 모두 매몰한 농장을 1주일 뒤에 우연히 들렀다가, 구제역 돼지들 위로 까치들이 날아다니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급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고 말했다. 그는 “매몰작업팀이 분뇨 더미에 미리 버려진 새끼돼지들을 보지 못했거나, 분뇨 더미 속으로 들어가기 귀찮아 농장 쪽에 처리를 맡기고 떠났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이렇게 방역을 하니 전국으로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현장을 확인하러 지난 10일 방문한 이 농장에서, 분뇨 더미에 버려진 새끼돼지들의 모습은 찾지 못했다. 새끼돼지들이 있던 자리는 사료로 덮여 있었다. 지난 8~9일께 경기도의 방역 공무원들이 매몰 현장 점검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미처 장비 등을 갖추지 못해 사료 더미 속까지는 들여다볼 수 없었다.
경기도는 11일 ‘구제역과 무관하게 야산에 버려진 것’을 잘못 보도한 것처럼 설명한 해명자료를 언론사들에 보냈다. 경기도의 주장과 달리, 새끼돼지들이 방치된 농장 등은 매몰지와 무관한 야산 등이 아닌 매몰 현장 지척이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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