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최근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해 “전산시스템 자체가 노후화돼 신기술 적용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새 시스템 도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해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심의를 통과하면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재정당국과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29일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복구 관련 화상 정책설명회를 열어 “(행정전산망에) 소프트웨어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라우터 포트 불량’ 외에 다른 고장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업계 일각에서 애플리케이션, 패치 등 소프트웨어 쪽 문제일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초기 로그(작동 기록) 등에 대해선 저희나 (시스템 제조사인) 시스코 한국 관계자도 확인을 못 해 미국 본사에 문의했는데 ‘접촉 불량일 수 있다’는 의견이 왔다”며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고, 로그만 보고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모듈이나 포트가) 왜 불량이 나냐고 (제조사에) 문의했는데 아직 그쪽에서도 답을 못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후 장비나 2019년 단종된 제품을 사용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단종됐다고 쓸 수 없는 건 아니다. 제품 관련 서비스는 계속 운영 중이다”(서보람 실장)라고 답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따르면, 현재 관련 전산망에는 모두 114대의 라우터 장비가 있고 이 가운데 30대는 내구연한인 9년을 초과한 상태다. 이 원장은 다만 “30대 중 20대는 내구연한을 지난 기간이 1년 이하”라며 “이번에 장비를 (모두) 재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도 새올행정시스템’ 외에 조달청 ‘나라장터’ 등 정부 전산망 곳곳에서 잇따라 장애가 발생한 점에 대해선 “각각 원인이 다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도 새올행정시스템은 라우터 포트 불량, 나라장터는 특정 아이피(IP)에 트래픽이 많이 몰려 발생했기 때문에 같은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행안부는 “이번 (새올 행정시스템) 장애는 제조사에서도 답변이 잘 안되는 아주 특수한 장애”라면서도 전산시스템이 노후화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서 실장은 “노후화로 인해 신기술 적용이 불가능한 상황은 맞다. 만든 지 20년 가까이 됐기 때문에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며 새 시스템 도입을 위한 예타 조사를 신청해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에도 공무원 회계처리 전산망인 지방재정관리시스템 ‘이(e)호조’에 장애가 발생했다가 약 15분 만에 정상화됐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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