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 등에 대한 전방위 감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부위원장은 국민권익위를 대상으로 한 감사원의 무리한 감사로 권익위의 독립성과 위원의 신분 보장이 침해받는 상황을 버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어제(8월31일) 권익위 운영지원과를 통해 대통령실에 직접 쓴 사표를 냈다”며 “감사원 감사가 끝나가는 중이니 다음 주 중으로 수리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감사원 특별조사국은 8월1일에 시작한 권익위 대상 감사를 중간에 한 차례 기간 연장해 9월2일 마칠 계획이다. 이 부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워회는 법에 독립성과 함께 위원의 신분이 보장돼 있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의 전방위적인 감사로 인해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보는 심정이 너무 답답했다. 또 내 사회적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떠난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감사원 쪽이 전현희 위원장의 근태 문제를 이번 감사의 배경으로 제시하는 연장선에서 자신한테도 비슷한 조사를 벌였다고 전했다. 이 부위원장의 청탁금지법과 업무추진비 집행 위반, 관용차 사용 내역 등을 조사했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신상털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나의 사직으로 감사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구성 요건이 만들어졌다”는 의견도 내놨다. 직권남용은 그 행위로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받거나 방해받은 사실이 있어야 죄를 물을 수 있는데, 자신이 사직하게 됐으니 권리 침해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전현희 위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부위원장 사퇴와 관련해 “정권의 권익위 정무직들에 대한 사퇴 겁박에 행동대장처럼 동원된 감사원의 후안무치한 사퇴압박 표적감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에 따라 책임자와 관련자들은 반드시 직권남용 등 법적 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1월 임명된 이 부위원장의 임기는 2024년 1월까지다. 이 부위원장 사퇴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권익위 고위 인사는 전현희 위원장(임기 2023년 6월까지)을 비롯해 안성욱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김기표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 등 3명이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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