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제주에 지진이 발생하자 제주웰컴센터에서 근무하는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가장 센 규모 4.9의 지진이 제주 서귀포시 해역에서 발생했다.
기상청은 14일 “제주도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오후 5시19분14초에 규모 4.9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진앙 위치는 북위 33.09도, 동경 126.16도이고, 지진 발생 깊이는 17㎞로 추정됐다. 제주에서 이 정도 규모 지진이 발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건물에 금이 가거나 사람이 걷기 어려울 정도로 흔들리는 규모 5에 근접한 지진으로 제주는 물론 전남·경남·전북 지역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지만, 사람이 다치거나 건물이 파손된 사례는 없었다.
상대적으로 진앙과 가까운 서귀포시 허종헌 천지동장은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오랫동안 주민센터가 흔들리고 코로나19로 민원실에 설치한 투명 가림막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며 “땅이 굴착기로 두두둑 하며 파는 소리가 10초 정도 들렸다. 지진이 일어나자 일부 공무원들과 민원인들이 책상 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종옥(53) 마라도 항로표지관리소장은 “1초 정도 흔들림을 느꼈다. 3년 동안 근무하면서 처음 느꼈다”고 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김아무개(86)씨는 “혼자만 집에 있는데 집이 달달달 떨리는 게 무너지는 줄 알았다. 주방에 둔 식탁도 드르륵 떨려 더럭 겁이 났다. 팔십 평생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귀포시 강정동 송아무개(42)씨는 “이 시간에 어디서 토목공사를 하나 의아했다. 집 창문이 살짝 흔들리고 발밑에 진동이 2∼3초간 느껴졌다. 아이 둘과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긴급재난문자를 보고는 순간적으로 밖으로 나가야 하는가 고민했다”고 했다. 제주시 연동 이민정(47)씨는 “근처에 대형 덤프트럭 수십대가 한꺼번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건물이 우르릉하고 소리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주시내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유치원생들이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자 책상 밑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제주시 연동 제주웰컴센터에 있는 제주관광공사 직원들도 지진이 감지되자 곧바로 건물 밖으로 긴급 대피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도 지진에 놀란 시민들의 전화가 90여건 접수됐다.
이근영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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