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의 입에 종양이 났다. 무관심 속에 사람의 영향으로 인한 야생동물의 발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샌드라 리앤더 제공
캐나다 퀘벡의 세인트로렌스강 하구에 서식하던 흰고래의 27%가 인근 알루미늄 제련소에서 흘러나온 유기염소계 오염물질로 암에 걸린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사람의 활동이 흰고래뿐 아니라 야생동물에 다양한 암을 일으키고 있어 연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티외 지로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생태학과 진화’ 21일치에 실린 견해 논문에서 사람이 일으키는 광범한 환경변화가 야생동물에 점점 많은 암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암은 사람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이고, 그 원인은 우리의 식생활, 흡연, 음주, 운동부족, 오염 등 현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이 일으키는 이런 환경변화는 곧바로 야생동물의 발암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연구자들이 야생동물에 암을 일으키는 인위적 요인으로 꼽은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 흰고래처럼 캘리포니아바다사자도 유기염소계 오염으로 암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관심을 끄는 미세플라스틱에는 비스페놀 에이 같은 발암물질이 녹아 있어 많은 바다생물의 몸속에 축적된다. 농지 주변에는 고농도의 농약과 제초제가 뿌려지며 야생동물은 고스란히 이에 노출된다.
야근 근로자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큰 것은 야간조명으로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빛 공해는 도시와 도로 주변 동물에게 폭넓은 영향을 끼친다. 쓰레기 매립장의 음식쓰레기나 정원의 새 급이대 등 사람이 야생동물에게 주는 먹이도 문제다. 비만과 영양결핍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처럼 야생동물에게 부적절한 영양분이 든 먹이나 발암성 곰팡이인 아플라톡신으로 감염된 사료, 수의 약품이 든 가축 사체 등은 발암 요인이다.
야생동물의 유전 다양성 감소와 근친교배 증가도 유해한 돌연변이를 잘 걸러내지 못하게 해 암을 늘린다. 반려동물의 높은 암 이환율은 이를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사람은 발암 동물”이라며 “현장에 들어가 야생동물의 발암률을 조사하는 건 어렵겠지만, 생물지표 개발 등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DOI: 10.1038/s41559-018-05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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