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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10일 만에 뚝딱’, 물고기 성전환의 비밀

등록 2019-07-11 14:37수정 2019-07-11 16:25

[애니멀피플]
카리브 해 놀래기…유전자는 그대로, 활성화 스위치만 열리고 닫혀
카리브 해 산호초 놀래기. 크고 푸른색 수컷이 노란 암컷 무리를 지킨다. 수컷이 사라지면 가장 큰 암컷이 열흘 안에 수컷으로 바뀐다. 케빈 브라이언트 제공.
카리브 해 산호초 놀래기. 크고 푸른색 수컷이 노란 암컷 무리를 지킨다. 수컷이 사라지면 가장 큰 암컷이 열흘 안에 수컷으로 바뀐다. 케빈 브라이언트 제공.
포유류와 새는 태어날 때 결정된 성이 나중에 바뀌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바닷물고기 가운데는 이런 일이 꽤 흔해, 27개 과 약 500종에서 다 자란 뒤 성이 바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오랜 수수께끼였다.

에리카 토드 뉴질랜드 오타고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1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물고기의 성전환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각 단서를 이용해 재빨리 성을 바꾸는 것으로 알려진 카리브 해 산호초에 서식하는 놀래기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 물고기 수컷은 암컷 무리를 지키는데, 암컷보다 크고 머리에 푸른 무늬가 나 두드러진 모습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 모두 암컷이다가 생애 한순간에 일부가 수컷으로 성전환한다.

토드 박사는 “무리를 지키던 수컷이 사라지면 가장 큰 암컷이 10일 만에 수컷으로 바뀌어 그 자리를 채운다”며 “(수컷이 사라진 뒤) 불과 몇 분 만에 암컷의 행동이 달라지고, 몇 시간이 지나면 색깔이 변하며, 열흘이면 난소가 정소로 바뀐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흰동가리는 수컷이 암컷으로 변신하는 성전환을 한다. 얀데르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흰동가리는 수컷이 암컷으로 변신하는 성전환을 한다. 얀데르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놀래기는 암컷에서 수컷으로 바뀌었지만, 그 반대도 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흰동가리는 암컷이 무리를 지키다가 죽으면 가장 큰 수컷이 암컷으로 변신한다.

그렇다면 다 자란 물고기는 똑같은 유전자를 유지한 채 어떻게 성별이 바뀌는 걸까. 연구자들은 아르엔에이(RNA) 염기서열 해독과 후성유전학 분석 등 최신 유전학 기법을 이용해 “유전자는 변하지 않지만, 특정 유전자의 작동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는 식으로 성전환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성전환에 나선 암컷은 먼저 난소를 유지하던 유전자의 스위치를 끄고, 이어 정소 형성을 촉진하는 새로운 유전경로 스위치를 켠다”며 “성전환에는 생식샘 유전자의 전면적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놀래기의 성 전환 과정. 날짜별로 색깔, 행동, 생식샘 변화, 유전자 발현 등이 빠르게 바뀌는 것을 보여준다. 에리카 토드 제공.
놀래기의 성 전환 과정. 날짜별로 색깔, 행동, 생식샘 변화, 유전자 발현 등이 빠르게 바뀌는 것을 보여준다. 에리카 토드 제공.
공동연구자인 제니퍼 그레이브스 오스트레일리아 라트로브대 교수는 호주 건조지대에 서식하는 중부턱수염도마뱀을 연구하는데, 이 도마뱀과 놀래기의 성전환에 공통점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 도마뱀의 수정란은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데, 고온 상태에서 수컷이 암컷으로 바뀐다. 그는 “두 동물의 성전환에 같은 유전자가 일부 관여한다”며 “환경이 유전자의 활성화를 조절하는 (물고기와 파충류가 나뉘기 전에 진화한) 고대 시스템이 있을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실제로 포유류와 조류에서 성이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포유류의 성별이 유지되는 것은 생식샘에서 반대 성으로 가는 경로를 억제하는 유전적 신호를 보내는 적극적 활동의 결과”라며 “성별은 성전환을 하는 물고기뿐 아니라 모든 척추동물에서 본질에서 가변적일지 모른다”고 논문에 적었다.

연구자들은 또 “난소에서 새로운 정소로 놀랄 만큼 빨리 전환하는 놀래기의 사례는 조직과 장기를 만드는 의학적 용도와 물고기 양식업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rica V. Todd et al, Stress, novel sex genes, and epigenetic reprogramming orchestrate socially controlled sex change, Science Advances 2019; 5, DOI: 10.1126/sciadv.aaw700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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