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황제펭귄들은 태어난 지 4개월 이상이 되어야 방수 깃털을 갖추고 헤엄칠 수 있는 근육이 발달하게 된다. 그 전에 물속에 빠지면 익사하거나 털이 젖어서 동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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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황제펭귄의 서식지인 남극 해빙(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이 급격하게 녹으면서 수천마리의 새끼 펭귄들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100년대 말이 되면 황제펭귄의 90%가 번식에 실패해 사실상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영국 남극연구소(BAS) 피터 프렛웰 박사 연구팀은 24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 지구와 환경’에서 “지난해 황제펭귄의 서식지가 있는 남극 벨링하우젠해 중부 및 동부 번식지 5곳 중 4곳의 해빙이 녹아 번식이 완전히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이 지역의 지난해 12월 얼음 면적은 2021년 기록한 역대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한 달간 일부 지역에서는 얼음이 완전히 녹아내렸다고 한다.
남극대륙 동쪽 스노우힐 섬의 황제펭귄. 게티이미지뱅크
얼음 면적 감소는 황제펭귄의 번식과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다른 펭귄들과 달리, 황제펭귄은 육지가 아닌 얼음 위에서 알을 부화시킨다. 펭귄들은 3월말~4월에 선호하는 번식지에 도착해 5~6월 알을 낳는다. 알은 남극의 겨울인 8월에 부화하는데, 수컷은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약 65일간 발 위에 있는 주머니에 알을 넣고 품는다.
이때 수컷들은 수분 섭취 위해 눈을 먹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고 알을 보호하는 ‘부성’으로 유명하다. 또 영하 60°C의 추위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수백 마리가 몸을 밀착하고 번갈아 자리를 바꾸는 ‘허들링’을 하면서 새끼를 보호한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들은 12월부터 다음해 1월이 돼야 검은 방수 깃털을 갖추고 헤엄칠 정도로 자라나는데 그 전에 물속에 빠지면 익사하거나
털이 젖어서 동사한다. 펭귄이 번식에 성공하려면 4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얼음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연구팀의 모니터링 결과, 지난해 12월 남극 주변의 얼음 면적은 관측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얼음이 지난해 말 깨지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로스차일드 섬, 베르디 반도, 스마일리 섬, 브라이언 반도, 프로그너 포인트 등이었다. 논문은 “황제펭귄이 벨링하우젠 해에서 이렇게 번식에 실패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새끼들이 독립하기 전인 11월 초 이미 4곳의 서식지가 번식을 포기했다. 너무 빨리 얼음이 녹아내린 이 지역의 새끼들은 거의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벨링하우젠해 지역 해빙 상태(왼쪽). 파란색은 정상적인 상태를 붉은색은 부정적인 얼음 상태를 나타낸다. 오른쪽은 연구팀이 관찰한 황제펭귄 서식지. 왼쪽부터 프로그너 포인트, 브라이언트 만, 스마일리 섬, 베르디 반도, 로스차일드 섬. 피터 프렛웰·영국 남극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그동안 인공위성을 통해 지난 14년간 이 지역을 관찰했다. 위성에 나타난 펭귄의 배설물(구아노) 흔적으로 서식지를 구별한 뒤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로 펭귄의 개체 수를 기록했다. 그동안 서식지 중 가장 큰 스마일리 섬에서는 평균 약 3500쌍이, 가장 작은 규모의 로스차일드 섬에서는 약 630쌍이 번식해왔다. 지난해엔 가장 북쪽인 로스차일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번식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벨링하우젠해 지역만 조사했지만, 연구팀이 45년간의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남극의 62개 서식지 중 19개가 부화 기간에 치명적인 얼음 손실이 있었고 번식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관찰 결과는 현재의 온난화 속도가 계속된다면 황제펭귄 서식지의 90%가 2100년까지 모두 파괴돼 사실상
황제펭귄이 멸종할 거라는 과학자들의 예측과 맞아떨어진다.
연구팀은 현재 남극 해빙 면적은 1570만㎢로, 1981~2022년 평균치보다 220만㎢ 줄은 상태라고 했다. 이는 2022년 8월20일 최저치를 기록했던 1710만㎢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인용 논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DOI: 10.1038/s43247-023-00927-x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