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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품은 암컷만 죽이는 도둑게 로드킬, 멸종 부를까

등록 2021-03-25 15:18수정 2021-03-25 19:22

[애니멀피플]
산란 위해 바다 출입 육지 게, 경남 남해도 ㎞당 연간 1600마리꼴 죽어
대표적인 육지 게인 도둑게가 수 만개 알을 품은 암컷만 집중적으로 죽이는 로드킬 피해로 지역적으로 절종을 걱정해야 하는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표적인 육지 게인 도둑게가 수 만개 알을 품은 암컷만 집중적으로 죽이는 로드킬 피해로 지역적으로 절종을 걱정해야 하는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해가 지고 보름달이 뜨면 남해도의 암컷 도둑게는 수만 개의 수정란을 배에 안고 유생을 물속에 풀어놓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그러나 해마다 이들의 산란여행은 수많은 암컷이 자동차에 깔려 죽는 비극으로 끝난다.

도둑게는 말똥게, 붉은발말똥게와 함께 대표적인 육지 게로 바닷물이 닿지 않는 해안 저지대와 골짜기에 구멍을 파고 산다. 어촌마을의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훔친다고 해 도둑게란 이름을 얻었다.

해안의 산림 생태계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도둑게가 산란을 위해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암컷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로드킬의 희생자가 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미 도둑게의 성비가 현저하게 불균형해지는 등 로드킬의 영향이 분명해져 지역적인 절멸 위험이 커지고 있다.

남해도의 도둑게가 건너야 하는 해안도로. 번식기 두 세 달이라도 통행을 통제해야 암컷의 떼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미 박사 제공.
남해도의 도둑게가 건너야 하는 해안도로. 번식기 두 세 달이라도 통행을 통제해야 암컷의 떼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미 박사 제공.

김재근 서울대 생물교육과 교수와 류미 박사(현 경기도 성남 서현초등학교 교사)는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경남 남해군 설천면 진목리 해안도로에서 도둑게의 로드킬을 조사한 결과 “성비 불균형을 초래할 만큼 도둑게의 산란기 로드킬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이 2018년 번식기인 7∼8월 한 달 동안 1.4㎞ 길이의 해안도로에서 확인한 차에 치여 죽은 도둑게 739마리 가운데 암컷은 9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암컷 게는 바다에 풀어놓을 유생을 배에 간직한 상태이거나 알을 바다에 퍼뜨리고 육지로 돌아가던 참이었다.

산란기 암컷의 떼죽음은 집단 전체에 악영향을 끼쳐 전체 도둑게 집단에서 암컷의 비중은 29.6%에 지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무인도에서 조사했더니 암수가 비슷하게 나온 것과 크게 대조된다”며 “로드킬은 장기적으로 섬 도둑게 집단의 지역적 절종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유생 시기를 보낸 어린 도둑게는 갯벌에서 살다 2살 때부터 육지에 올라 3살부터 번식에 참여한다. 짝짓기를 마치고 포란한 암컷은 배갑에 평균 2만2000여 개의 알을 감싸고 6∼8월 사이 조차가 가장 큰 여름철 한사리를 전후해 유생을 바닷물에 털어낸다.

로드킬 당한 도둑게 암컷. 수만 개의 수정란(검은 부위)도 함께 죽는다. 류미 박사 제공.
로드킬 당한 도둑게 암컷. 수만 개의 수정란(검은 부위)도 함께 죽는다. 류미 박사 제공.

알을 품은 암컷은 해가 진 뒤부터 산에서 내려와 바다로 향하는데 저녁 8시에 이동이 절정에 이른다. 주택가 자동차 통행이 잦은 해안도로에서 상당수의 암컷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 섬에서 산란기인 2달 반 동안 도로 1㎞마다 1594마리의 대부분 암컷인 도둑게가 로드킬을 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 등은 물론 다른 나라의 육지성 게 로드킬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라고 밝혔다.

육지에 사는 게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구실을 한다. 김 교수 “도둑게는 육지에 굴을 파서 생활하기 때문에 식물 뿌리에 산소를 공급하고 유기물 분해를 도와 산림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생태적 기능에도 세계적으로 육지 게의 6분의 1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둑게의 생태를 배운 남해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둑게 보호 운동을 펼치고 있다. 류미 박사 제공.
도둑게의 생태를 배운 남해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둑게 보호 운동을 펼치고 있다. 류미 박사 제공.

한편,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로드킬 방지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벌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이 캠페인의 마중물 구실을 한 주 저자 류미 박사는 “몰랐던 도둑게의 생태를 배우고 어미가 바다에 유생을 풀어주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체험이 될 수 있다”며 “산란 이동이 밤중에 이뤄지고 수많은 로드킬 희생자도 아침이면 청소동물에 의해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주민들은 도둑게의 산란여행에 관한 내용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2019년부터 남해군 갱번마루 농촌체험휴양마을과 생태문화학교를 만들어 도둑게의 생활사와 유생 털이 행동을 배우고 홍보활동을 펴는가 하면 산란기 차량 통제 추진 등 보전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1-86143-z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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