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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범 올 때 됐는데…" 모니터링 나선 백령 주민

등록 2021-02-17 15:48수정 2021-02-17 16:39

[애니멀피플]
중국 랴오둥 해빙서 번식 마치고 집결…지난해엔 예년보다 1달 일찍 와
백령도 해안 암초는 서해 북단에서 번식한 점박이물범이 쉬면서 먹이를 섭취하는 주요 서식지이다. 인천녹색연합 제공.
백령도 해안 암초는 서해 북단에서 번식한 점박이물범이 쉬면서 먹이를 섭취하는 주요 서식지이다. 인천녹색연합 제공.
“일하다가도 혹시 물범이 왔나 물범 바위 쪽을 망원경으로 보곤 합니다.”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주민 박찬교(진촌리·70)씨는 어제도 지질해설을 위해 심청각에 올랐을 때 전망대 망원경으로 점박이물범이 쉬는 하늬바다의 물범바위와 부근 인공쉼터 주위를 꼼꼼히 살폈다.

백령도 주민단체인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점사모) 활동을 하는 박 씨는 “물범은 지질유산과 마찬가지로 지역을 대표하는 소중한 자연유산”이라고 말했다. 그가 요즘 물범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물범이 올 때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2월 22일 물범바위에서 3마리를 처음 관찰했는데 예년에 어민들이 본 것보다 1달이나 이른 시기였다.

서해 북쪽 끝 랴오둥만 해빙에서 번식한 점박이물범은 중국 보하이 해와 한반도 해안을 회유하며 산다. 인천녹색연합 제공.
서해 북쪽 끝 랴오둥만 해빙에서 번식한 점박이물범은 중국 보하이 해와 한반도 해안을 회유하며 산다. 인천녹색연합 제공.
따라서 물범이 올해도 일찍 서식지로 오는지 확인하는 것은 이 멸종위기 동물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 점박이물범은 서해의 최북단인 중국 보하이 해 랴오둥만의 해빙 위에서 번식한 뒤 3월부터 새끼를 데리고 백령도에 남하해 늦가을까지 서·남해와 동해안에서 산다.

백령도는 점박이물범의 세계 최남단 무리가 이동 전후에 모여 휴식을 취하는 중요한 서식지이다. 따라서 고래연구소 등 전문가들의 정기조사 말고도 섬에 상주하면서 물범을 지속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백령도 지역주민이 나선 시민 과학 사업인 점박이물범 모니터링 사업이 2019년 시작된 이유이다.

어미와 함께 물범바위에서 쉬고 있는 새끼 점박이물범. 지난해에는 유독 새끼 물범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인천녹색연합 제공.
어미와 함께 물범바위에서 쉬고 있는 새끼 점박이물범. 지난해에는 유독 새끼 물범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인천녹색연합 제공.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 시민사업단은 17일 발표한 2차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지난해 2월∼12월 사이 182일 동안 20명이 모니터링에 참여해 최대 개체수 180여 마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물범의 주 서식지인 하늬바다와 연봉바위, 두무진에서 어선을 이용해 동시에 관찰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상시 관찰을 해야만 알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역주민들이 각종 모임을 열지 못하자 가족 단위로 바닷가에 나와 체험학습 등을 하자 물범이 해안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행동을 보였다.

또 2018년 해양수산부가 물범바위 인근에 조성한 암초인 물범 인공쉼터는 이듬해 8차례에 걸쳐 물범이 이용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지난해 조사에서 이용한 날이 2일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6일 가장 많은 수의 물범이 관찰된 하늬바다 물범바위의 모습. 인천녹색연합 제공.
지난해 10월 6일 가장 많은 수의 물범이 관찰된 하늬바다 물범바위의 모습. 인천녹색연합 제공.
인공쉼터의 암초가 자리를 잡으면서 해조와 어류가 모여들고 주민과 어민이 근처에서 낚시, 통발 설치, 다시마 채취 등을 하거나 인공 암초 위에 직접 올라가기도 하면서 물범이 접근을 꺼렸을 가능성이 있다. 박정운 황해물범 시민사업단장은 “애초 인공쉼터의 설립 목적에는 어민을 위해 수산자원을 증식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며 “물범 보전과 어민 소득증대가 충돌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해 점박이물범 집단의 전체 개체수 추정.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서해 점박이물범 집단의 전체 개체수 추정.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황해의 점박이물범 집단은 1940년대 8000마리에 이르렀지만 1980년대 2300마리, 1990년대 초 1000마리로 줄었다. 보하이 만 일대의 급속한 개발과 갯벌매립, 수질 오염, 약재와 관람용 밀렵 등이 원인이었다.

이에 남·북한과 중국에서 점박이물범 보호에 나서면서 1500마리 수준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 감소, 수산자원 남획으로 인한 먹이 감소 등이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박정운 단장은 “중국과 정보교류를 활성화해 번식지와 서식지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물범 보호에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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