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북부 롭부리 시가지를 점거한 채 난투극을 벌이는 원숭이 무리. 관광객이 줄어 던져주는 먹이가 줄어들자 벌어진 일이다. 사사루크 라타나차이 페이스북 갈무리.
코로나19 사태의 파장은 야생동물도 비껴가지 않고 있다. 타이의 한 도심에서 1000마리 가까운 원숭이가 대로를 활보하며 패싸움을 벌이는 일이 벌어졌다.
타이의 역사 도시 롭부리에서 11일 오전 회사원인 사사루크 라타나차이(Sasaluk Rattanachai)가 촬영해 사회관계망 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이 최근 유튜브 등에서 화제가 됐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롭부리에는 약 500마리로 이뤄진 두 무리의 원숭이가 산다. 한 무리는 시내를, 다른 한 무리는 ‘원숭이 사원’으로 불리는 프랑 삼 요드 사원을 영역으로 삼는데, 관광객이 던져주는 먹이로 풍족한 삶을 꾸려왔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관광객이 급감하자 먹을 것이 없어진 원숭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러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날 사건은 원숭이 한 마리가 길바닥에 떨어진 바나나 하나를 줍자 이를 빼앗으려 한 무리의 원숭이가 달려들었고, 이것이 패싸움으로 비화한 것이었다.
영상을 올린 사사루크 라타나차이는 “보통 때 같으면 관광객이 많을 철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시장이 한산할 정도로 썰렁하다. 프랑 삼 요드 사원 원숭이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관광객도 거의 없다.”고 ‘카오소드 잉글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한 국립공원을 횡단하는 도로변에서 원숭이가 사람이 과일이나 빵 등 먹이를 던져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 조지아대 제공.
이번 일이 아니라도 동남아 관광지에서 원숭이들이 관광객에게 먹이를 얻어먹는 일은 흔하다. 관광객으로부터 칼로리 높은 먹이를 구하는 행동이 원숭이 무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의 한 국립공원에서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는 비만 등 영양학적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를 넘어 원숭이의 장기적 생존을 보장하는 사회구조가 무너질 우려가 있음을 보여준다.
크리스틴 모로우 미국 조지아대 박사과정생 등 미국과 인도네시아 연구자들은 술라웨시 남부의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도로변에서 이 지역 고유종 원숭이가 지나가는 자동차를 따라가며 먹이를 얻어먹는 행동을 조사했다. 원숭이 무리를 만난 행인은 자동차나 오토바이 속도를 늦추고 과일, 빵, 감자 칩 등을 던져주었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원숭이 무리가 하루의 20%를 도로변에서 보냈는데, 수컷 등 무리에서 영향력이 큰 개체일수록 더 자주 도로변에 나갔다. 정기적으로 사람에게 접근하면 칼로리 높은 먹이를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사회적 행동이 교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로우는 “도로에 흩어져 먹이를 기다리는 원숭이는 서로 털고르기를 하거나 한 데 모여 휴식하는 등의 긍정적 상호관계를 이룰 기회가 줄어든다”며 “이런 행동은 사회적 학습과 관계 만들기의 기초가 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눈앞에 보이는 먹이를 찾아 도로에 자주 나가면서 무리의 사회적 응집력이 약화하면 장기적으로 포식자 회피, 먹이 확보와 찾기 등이 어려워져 생존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저널: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19-56288-z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