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사람보다 수만 배나 냄새를 잘 맡지만, 차가운 코끝은 열선을 감지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개는 사람보다 1만∼10만 배 냄새를 잘 맡는다. 1조분의 1로 희석해도 찾아낸다. 올림픽 규모 수영장 20개 분량의 물에 한 방울 떨어뜨린 액체를 가려내는 수준이다. 이런 타고난 후각을 이용해 사람의 병을 찾아내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암을 비롯해 병에 걸린 세포와 정상 세포가 내는 화학물질의 미세한 차이를 알아채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의 날숨에 들어있는 특정 냄새를 가려내도록 훈련한 개는 혈당이 급속하게 떨어진 주인을 발로 건드려 경고한다.
차고 촉촉한 코끝이 이런 탁월한 후각과 관련이 있을까. 개가 냄새를 잘 맡는 건 콧속의 후각 수용기가 사람의 50배인 3억 개나 되고, 냄새를 관할하는 큰 두뇌 영역, 들숨과 날숨 때 끊이지 않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특별한 구조 덕분이지 코끝과는 무관하다. 신경이 밀집한 코끝은 오히려 열을 감지하는 기관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적외선 사진으로 개를 촬영하면 코 끝의 온도가 얼굴 다른 부위보다 유난히 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나 발린트 외 (2022)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스웨덴 룬드대와 헝가리 외트뵈시대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개는 약한 열선을 감지할 수 있으며, 코끝이 찬 것은 바로 열선을 잘 감지하기 위한 것이란 실험 결과를 밝혔다. 약한 열선이란 더운피 동물의 체온을 가리키며, 먹잇감을 감지해 사냥하기 위해 진화한 감각이라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실험은 따뜻한 물체를 맞히면 간식을 주는 훈련을 한 개 3마리를 대상으로 했다. 장막으로 가린 물체 하나는 실내 온도보다 12도 높았고(동물의 체온), 다른 하나는 실내온도였다. 개들은 냄새를 맡을 수 없는 1.5m 거리에서 열선을 내는 물체를 정확하게 가려냈다. 연구자들은 또 개 13마리의 기능적 뇌자기 공명 영상을 촬영한 결과 따뜻한 물체를 보았을 때 후각과 관련한 뇌 부위가 활성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흔히 개의 찬 코는 체온을 식혀준다고 알려지지만, 연구자들은 “혀를 내고 헐떡이는 것보다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밀집한 신경으로 먹잇감이 내는 열을 감지하는 기능이 더 그럴듯하다”고 밝혔다. 감지 대상의 체온이 높지 않아 코끝을 최대한 차게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열을 이용해 먹이를 감지하는 동물로는 흡혈박쥐와 살무사 등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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