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상을 떠난 도사 누렁이 버스커. 도사견들은 외모로 오해를 받지만 대체로 순하고 참을성이 많다.
나는 올 1월,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에 살던 도사견 누렁이 ‘버스커’에 대한 칼럼(관련 기사
‘황금 개 버스커, 올해는 너의 해가 될 거야’)을 썼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식용 개라 말하는 도사 누렁이에 대해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의 마스코트나 다름없던 도사 누렁이 버스커가 지난달 7일 눈을 감았다. 사인은 앞다리 뼈에 생긴 골육종이었다. 골육종은 7세 전후 큰 개에게 주로 발병하며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이미 폐와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전이될 가능성이 큰 고도의 악성종양이다. 수술을 할 수 있지만 견갑골을 포함해 앞다리 전체를 절단해야 하고 수술로 완치가 될 확률도 낮다.
버스커는 몸무게가 40kg에 달하는 큰 개이다. 몸을 지탱하는 앞다리를 절단하게 되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니 삶의 질이 현저히 낮아진다. 수술 후 통증으로 쇼크사할 수 있고,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도 뒤따른다. 수의사, 반려동물복지센터 활동가들과 여러 차례 상의하고 고민해 수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 내렸다. 명을 다하는 날까지 고통이 짧기만을 바랐다.
뜬장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괴로워하다 떠난 도사견들.
밥 먹던 그릇에서 생을 마친 철장 속의 도사 누렁이.
버스커는 반려동물복지센터에 입소한 첫 도사 누렁이었다. 2012년 버스커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도사 누렁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제보받아 방문한 개농장에서 도사 누렁이를 많이 만났지만 뜬 장에 갇힌 상태로 교감이 어려웠기에 불쌍하고 안쓰러운 마음만 가득했다. 버스커가 센터에 입소한 직후 같은 곳에서 도사 누렁이 울라, 다복이, 대황이, 초코가 왔다. 2017년에는 경기 여주시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죽어 가던 20마리의 도사 누렁이를 구조했고, 같은 해 충남 공주시에서 22마리를 추가로 구조했다.
보살피는 도사 누렁이가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개들의 성격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도사 누렁이는 참을성 많고 온순한 개다. 겁도 많다. 태생부터 방치와 억압에 노출되어, 견디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환경이 이 개들을 이렇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유전병도 많다. 식용견 업자들이 근수를 올려 수입을 높이기 위해 덩치가 큰 개들끼리 교배를 시켜 더 큰 개를 만들어 낸 결과다. 골육종 또한 비정상적으로 폭풍 성장한 개에게 발병할 확률이 높다.
개 식용업자들은 도사견을 ‘먹어도 되는 개’로 취급한다.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은 해마다 복날이면 “식용견과 애완견을 구분 못하는 동물보호 단체는 해산하라”, “이것이 식육견, 우리는 애완견을 키우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어김없이 농장에서 키우는 도사 누렁이들을 집회 현장에 데리고 나와 이 개들은 반려견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개들은 종마다 다른 생김을 가졌다. 성격도 다르고 몸집과 털빛도 다르다. 그들이 식용견이라 주장하는 도사 누렁이는 ‘순하고 참을성 있어 폭압에 견디는 개’이지 식용으로 정해져 있는 개가 아니다. 개 식용은 종식된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무엇보다 식용견이라고 합리화하기 위해 숨기고 감추었던 도사 누렁이의 가치를 사람들은 알아가고 있다.
버스커의 삶은 짧지만 굵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버스커를 통해 도사 누렁이라는 개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최근 우리 센터에서는 ‘고구마’라는 도사 누렁이가 활동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 개들은 뜬 장을 벗어나 다정함과 친절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버스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참으로 고마웠다. 친구여.
글·사진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