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윤정임의 보호소의 별들
‘펫키지’ 유기견 비추천 발언 무엇이 문제인가 ①
유기견은 키우기 힘들다? 그들도 한때는 반려견
보호소 입양은 거룩한 일도 어려운 일도 아니다
‘펫키지’ 유기견 비추천 발언 무엇이 문제인가 ①
유기견은 키우기 힘들다? 그들도 한때는 반려견
보호소 입양은 거룩한 일도 어려운 일도 아니다
보호자의 사정으로 시골로 보내져 방치 상태에 있다 구조된 ‘후추’. 후추는 구조 3개월 만에 새로운 가족을 만났고 초스피드로 적응해 신나는 삶을 살고 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유기견 비추천 발언’에 반려인들의 우려가 모아진 가운데, 국내 동물보호단체의 활동가이자 애니멀피플의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물자유연대 윤정임 국장과 카라 김나연 홍보팀 팀장이 연이어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 동물자유연대에서는 ‘유기견에 대한 고정관념’을, 카라에서는 ‘미디어의 유기견 편견 강화’의 문제점을 주로 지적했습니다. 2회에 걸쳐 의견을 전합니다.
① ‘사연 있는 개’ 드라마는 그만…유기견도 그냥 개다
② “유기견 키우다니 대단” 김희철의 칭찬이 낙인인 이유(링크)
② “유기견 키우다니 대단” 김희철의 칭찬이 낙인인 이유(링크)
사연 있는 개만 찾는 미디어들 “가족에게 버려진 트라우마로 동물보호소에서 적응을 못해 힘들어 하는 개가 있을까요? 우울증이 있거나 자해 같은 이상 행동을 한다든지…” “아…. 사실 몇일 지나면 대부분 적응을 하고요, 심하게 우울해 한다거나 이상 행동을 하는 개는 현재 저희 온센터에 없습니다.” “네, 그럼 다른 곳에 문의해 봐야겠네요. 혹시 그런 동물이 구조되면 꼭 연락주세요!” 자극적인 컨텐츠가 넘쳐나는 요즘, 동물에 관한 이슈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마음을 건드리는 감동적인 사연을 가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동물 입양은 더욱 그렇다. 상처가 깊은,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동물을 희생과 사랑으로 보듬어 새 삶을 살게 해준다는 고전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이 감동하기 때문이다.
동물보호소에는 버려진 개가 낳은 새끼 강아지도 많다. 강아지들도 낮은 입양률로 어미와 함께 안락사 되는 것이 현실이다.
감동이 장벽으로 변하는 순간 올봄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는 한 방송사와 동물 입양을 독려하는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사연 있는 개’ 두 마리가 후보에 올랐다. 이 두 마리는 사람을 따르지 않는, 사랑받아 본 경험이 없는 개들이었다.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개들과 친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 과정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입양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물론 감동적인 사연은 큰 힘이 있다. 관심이 없거나, 관심은 있지만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해 행동으로 옮기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버려진 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큰 희생이 필요한, 아무나 하지 못하는 대단한 일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이래서야 이 힘든 일을 누가 선뜻 하겠는가.
‘롤푸’는 8개월째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정도 많고 재롱도 많은 롤푸는 아무 문제가 없는 우리 주변 평범한 반려견이다.
입양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직접 동물보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이 버림받고 학대받은 개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대부분이 미디어를 통해 접한 내용을 토대로 유기견을 생각한다. 미디어의 역할이 매우 큰 것이다. 이런 미디어가 주로 다루는 유기견 이야기는 ‘상처 받은 개’와 ‘문제 있는 개’다. 버림받은 개들은 문제 행동이 있어 버려진 게 아니다. 문제는 보호자에게 있다. 이사를 가야해서, 집주인이 개를 못 키우게 해서, 자녀가 더이상 원하지 않아서, 개털 알러지가 생겨서, 가족의 반대로, 결혼·임신·출산 등 으로, 개가 아파서 또는 가족이 아파서 등의 이유로 개들은 유기된다. 모든 이유는 사람에게 있다. 개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개를 키운 사람의 잘못이 크다.
지난 1월 광주시 곤지암 불법번식장 구조 현장.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현장에서 개 113마리를 구조했다.
곤지암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한 113마리 중 90%가 현재 새로운 가족을 만나 가족에게 보살핌 받는 평범한 반려동물로 살아가고 있다.
옆집 개와 다를 바 없는 유기견에게 사랑을… 이제 버림받은 개들에게 ‘가혹한 운명으로 마음을 닫아버린 개’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개의 충성심을 이용한 픽션 드라마도 그만 봤으면 좋겠다. 유기동물은 말 안 듣는 우리집 반려견 ‘홍시’와 같고, 만나면 반갑다고 꼬리 흔드는 옆집 강아지와 같다. 모두 같은 생명에게 우리가 되돌려줄 것은 뭉근한 끝 사랑이 되어 주는 일이다. 부디 입양을 평범하게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글·사진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 ▶▶ 애피레터 무료 구독하기 https://bit.ly/36buVC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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