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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개 버스커, 올해는 너의 해가 될거야

등록 2018-01-07 09:01수정 2018-01-10 18:28

[애니멀피플] 윤정임의 보호소의 별들
사납고 멍청하다고 알려진 도사 누렁이
사실은 보호소에서 가장 품격 있는 견종
6년 전 개농장서 구조된 덩치 큰 ‘버스커’
외모와 다른 영민하고 온화한 품성 매력
여주 개 농장에서 구조한 도사견 누렁이.
여주 개 농장에서 구조한 도사견 누렁이.

“개 중에 가장 머리 나쁜 개는 시추지. 근데 더 나쁜 개는 도사야, 도사 누렁이. 그것들은 주인도 몰라보고 짖을 줄만 알지.”

우연히 한 중년 남성이 하는 말을 엿들었다. 남성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반려동물 얘기를 하고 있었고, 본인이 키우는 작고 예쁜 개가 얼마나 똑똑한지 얘기하는 도중 말을 내뱉었다.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지만 그들 중 도사 누렁이를 직접 접해 본 사람은 없는 듯 했다. 과연 도사 누렁이는 주인도 몰라보고 짖기만 하는 아둔한 개일까?

덩치가 크고 귀가 늘어지고 주둥이가 검은 누런 개들을 흔히 도사 누렁이라 부른다. 도사 누렁이는 육견 업자들이 근수를 늘여 수입을 높이기 위해 토종 황구에 덩치 큰 경비견, 사역견(목축·운반 등을 목적으로 기르는 힘이 세고 근육이 발발한 개) , 도사견(투견을 목적으로 불독·불테리어·마스티프 등의 교미로 생겨난 개)을 섞어 만들어 낸 식용 개 농장의 육견들에게 붙여 진 명칭이다.

도사누렁이는 주로 사람을 물어 죽였다는 뉴스로, 사육 농장을 탈출하여 작은 개들을 잡아 먹는 무시무시한 개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다수의 도사 누렁이를 보호하고 있는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에서 가장 영민하고 온화한 성품을 가진 개들은 다름 아닌 도사 누렁이다. 또한 도사 누렁이를 입양한 가족들도 이 개들의 다양한 매력과 상상하지 못했던 품격에 놀라워 한다.

300마리 동물들이 생활하는 반려동물복지센터 동물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개는 ‘버스커’다. 버스커는 2012년 경북 구미시 개 농장에서 구조되었고 버스만큼 덩치가 커서 버스커란 이름이 붙었다.

처음 버스커를 만났을 때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보호 공간 마련과 입양을 위해 구조한 지역의 마을 이장에게 잠시 개들의 관리를 맡겼다. 입양을 원하는 마을 주민이 있어 두 마리를 보냈다고 하여 현장에 방문했을 때였다. 녀석은 그 집에서 몸값 높은 소를 지키는 경비견 역할을 부여 받았다. 겨우 앉을 수 있는 짧은 줄에 묶여 우리를 반겼다. 동물자유연대는 여러 정황이 반려의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될 시 바로 환수조치를 한다. 버스커는 이 날 서울로 함께 올라왔다.

케이지가 없어 걱정하며 차에 태웠는데, 웬걸. 버스커의 탑승 매너는 ‘짱’이었다.
케이지가 없어 걱정하며 차에 태웠는데, 웬걸. 버스커의 탑승 매너는 ‘짱’이었다.
“아니, 이렇게 무서운 개를 입구 쪽 견사에 두면 어떡해요. 깜짝 놀랐네요..”

“무슨 말씀을요. 외모와 다르게 사람에게 호의적이고 착하답니다. 도사 누렁이가 엄청 사납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편견이예요. 버스커~ 앉아! 손! 옳지~~.“

“허허, 고 녀석 똑똑하네.”

반려동물복지센터 시설이 고장 나 방문한 기사가 버스커를 보고 기겁하여 한 얘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납고 무서운 개=도사=식용 개·농장 개들’로 인식하고 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일반인들이 개 농장 도사 누렁이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도사누렁이는 사나운 개를 지칭하는 맹견과 싸움을 목적으로 훈련시킨 투견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요즘 이슈인 개 물림 사고에서 예외일 수 없지만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품종 개들도 짧은 줄에 묶여 활동을 제한당하고 굶주림이 반복되거나,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하면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다.

10년간 동물보호 활동을 하며 수백 마리의 개 농장 도사누 렁이를 만났다. 이 중 공격성을 보이는 개는 극소수다. 대부분은 눈만 마주쳐도 수줍어 고개를 돌리고 무서우니 다가오지 말라고 짖어 대는 겁쟁이들이다. 편견과 큰 덩치로 한국 내에서는 입양이 거의 안되지만 외국인들은 온순하고 착한 성품을 가진 도사 누렁이를 선호하는 편이라 해외 입양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2018년은 황금 개띠의 해이다. ‘머리 나빠 사납고, 덩치 커서 장에 가두어 키우고 먹는 개’라는 오명을 벗을 황금 같은 기회가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인위적인 교잡으로 만들어진 괴물이 아니라 둘 이상의 종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진화한 황금 개띠 해에 재조명 될 개가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

글·사진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

온 몸으로 사람을 반기는 버스커는 센터에서 아이돌만큼이나 인기가 많다.
온 몸으로 사람을 반기는 버스커는 센터에서 아이돌만큼이나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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