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동물들은 봉사 시간 동안 자기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주던 봉사자가 어느 날 떠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에 자원봉사를 신청하는 봉사자는 일주일에 100명이 넘는다. 이 중 과반수가 봉사 점수가 필요한 대학생과 미성년자이다. 동물보호소는 다양한 성격의 동물들이 단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과 보호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미성년자의 현장 봉사는 성인이 함께 참여해야만 가능하다. 대학생일 경우 호기심에 의한 일회성 봉사가 아닌 월 2회 이상 정기봉사가 가능해야 신청을 받는다. 그런데도 너무 많은 봉사 신청이 밀려오기 때문에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우려는 가정,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다수가 동물보호소에서의 봉사를 꿈꾼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도 보고 봉사 점수도 얻을 수 있으니 봉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편중 현상이 발생한다.
넘치는 봉사 신청에 담당자가 곤혹스러운 순간도 있다. “그렇게 봉사 신청자가 많다니 참! 다행이네요”라고 비꼬는 투로 말하는 사람도 있고, 내가 봉사를 한다는데 왜 못 오게 하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자녀의 봉사확인증이 필요하니 봉사하게 해 달라고 집요하게 떼쓰는 부모도 있다.
장래희망이 수의사인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자원봉사를 신청한 적이 있다. 성격도 차분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라며 간곡하게 봉사를 부탁하여 허락했다. 얼마 후 학생과 부모가 센터를 방문했고 학생은 동물들이 생활하는 방에 잠깐 들어갔다 나온 뒤 “여기 개들은 너무 짖어서 귀가 아프다”며 집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부모에게 전했다. 부모는 봉사확인증을 서둘러 끊어달라고 했다.
간혹 자녀만 봉사활동을 시켜달라 하고 차에서 기다리는 어머니도 있다. 알고 보니 동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경우 어린 자녀의 안전을 위해 활동가들이 봉사활동 내내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 일거리만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언젠가는 대형견사에서 큰 소란이 벌어져 달려갔다. 분명 첫 봉사 날은 견사 출입금지라고 당부했는데 두 명의 자원봉사자가 이를 어기고 몰래 들어가 사진을 찍다가 소란이 벌어진 것이었다. 낯선 사람을 본 대형견들은 흥분하여 날뛰었고, 활동가에게 걸려 당황한 봉사자들은 혀를 빼죽 내밀며 총총 사라졌다.
보호소에 사는 동물들은 늘 외롭다. 그래서 사람을 잘 기억한다.
동물보호소를 방문한 낯선 봉사자들이 많은 날은 동물들이 낮잠을 자지 않는다. 조그만 인기척에도 경쟁하듯 문 앞으로 달려나가 일단 짖고 본다. 한 마리가 선동하면 모두 다 우르르 달려나가 문에 매달리고 짖고 부딪혀서 싸우기를 반복한다. 동물들도 힘들고 말리는 활동가들도 진이 빠진다.
자원봉사는 사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자기 의지로 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자원봉사는 취업이나 진학에 도움이 되는 경력을 쌓기 위한 목적이 더 커 보인다. 일도 잘하고 보호소 동물들이 잘 따르던 여대생 봉사팀이 있었다. 정기봉사를 약속했지만 학과에서 요구하는 20시간의 봉사 시간이 모두 채워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발길을 끊었다. “다시 보러 올게”라는 말만 허공에서 메아리를 쳤다.
동물보호소 동물들은 외롭다. 그래서 사람을 잘 기억한다. 동물보호소 동물들은 기다린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 다시 와서 이름을 불러주길.
글·사진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