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는 사람으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된 쥐가 몸속에서 돌연변이를 거듭해 다시 사람을 감염시켜 생겨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무섭게 퍼지는 오미크론 변이는 애초 사람이 아니라 쥐에서 기원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람으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다른 동물이 다시 사람에게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2차 흘러넘침’ 사례여서 주목된다.
웬펑 치안 중국 과학아카데미 교수 등 중국 연구진은 ‘유전학 및 유전체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쥐에서 기원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 변이의 45개 돌연변이에 관한 분자 스펙트럼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계속된 변이가 팬데믹 종식을 가로막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지난 11월 24일 남아공에서 보고된 오미크론 변이는 빠른 전파력으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이틀 만에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우세종이 되어 코로나19 팬데믹을 주도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존 변이와 여러 점에서 다르다. 무엇보다 돌연변이의 수가 많아 기존 백신의 효과를 약화시킨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심각한 폐 손상을 일으키지 않아 중증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낮은 점도 특징이다.
유전체(게놈)를 보면 오미크론 변이는 알파나 델타 등 다른 우려 변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애초 다른 갈래에서 진화한 것처럼 다르다. 오미크론 변이가 어디서 왔는지를 놓고 그동안 3가지 가설이 나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다양한 변이 사이의 유전적 거리. 오미크론(붉은색)이 다른 변이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첫째는 코로나 검사와 분석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한 인구집단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진화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집단 감염이 1년 넘게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지 않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서 나온 가설이 면역이 약해진 사람이 장기간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몸속에서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이다. 이 가설은 남아공 연구진이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 몸속에서 코로나19가 수개월 간 증식한 사례를 확인하면서 지금까지 유력한 설명으로 받아들여졌다.
세 번째 가설은 코로나19가 인간 아닌 동물에 들어가 진화한 뒤 사람에게 흘러넘친다는 것으로 이번 연구가 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쥐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뒤 다시 사람으로 건너온 ‘숙주 건너뛰기’를 했다는 주장이다.
연구자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사람 몸속에서 진화한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서는 전혀 보고되지 않은 강력한 선택 압력을 받은 사실을 발견했다”며 사람 아닌 새로운 숙주 동물에 들어가 적응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자들은 또 오미크론 돌연변이의 분자 스펙트럼이 사람 환자에서 진화한 것보다는 쥐 몸속에서 진화한 바이러스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오미크론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쥐 세포의 수용기에 잘 결합하도록 적응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람에서 쥐로 건너간 바이러스는 적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돌연변이를 겪었고 다시 사람으로 건너뛰면서 골치 아픈 변이 바이러스가 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연구자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조상이 사람으로부터 쥐로 넘어갔고 거기서 급속하게 돌연변이를 축적한 뒤 사람으로 건너온 종간 진화 궤적을 보였다”고 논문에 밝혔다.
오미크론 조상이 사람에서 쥐로 건너뛴 시기를 연구자들은 2020년 중반으로 보았고 거기서 1년여 돌연변이를 거친 뒤 2020년 말 다시 사람으로 건너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코로나19의 숙주가 된 쥐가 실험쥐인지 집쥐 또는 야생 쥐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이외의 동물로 흘러넘친 뒤 돌연변이를 거친 바이러스가 다시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는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밍크 농장에서 발생해 밍크를 대대적으로 도살 처분하는 일로 이어졌다. 또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 사이 미국 아이오와주에서는 야생 흰꼬리사슴의 80% 이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야생동물이 ‘바이러스 저수지’ 구실을 할 우려를 낳았다(▶
흰꼬리사슴 80% 코로나 감염 사례도…‘바이러스 저수지’ 범람 우려).
연구자들은 “사람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최대 보유자이면서 가축, 반려동물, 야생동물과 수시로 접촉한다”며 “사람 바이러스가 동물로 건너가 새로운 변이를 만들어내지 않도록 동물 바이러스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논문:
Journal of Genetics and Genomics, DOI: 10.1016/j.jgg.2021.12.003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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