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마카크원숭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바이러스를 퍼뜨릴 위험이 가장 큰 동물 가운데 하나로 나타났다. 청룽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야생동물에서 기원해 사람을 감염시켰지만 사람은 다시 농장과 동물원, 가정의 동물들을 감염시키고 있다. 문제는 사람에서 동물로 흘러넘친 바이러스가 다시 사람을 감염시키는 ‘2차 흘러넘침’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전파력이 더 빠르고 백신이 잘 듣지 않는 새로운 변종이 출현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동물이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돼 바이러스를 잘 퍼뜨리는 저수지 구실을 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바버라 한 미국 캐리 생태계 연구소 질병생태학자 등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포유류 5400종의 코로나19 감염 취약성을 예측했다고 18일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포유류 목별로 예측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인체 감염 가능성. 오른쪽 끝에 가까울수록 위험도가 크다. 일리야 피쇼프 외 (2021) ‘왕립학회보 비’ 제공
교신저자인 한 박사는 “어떤 종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잘 퍼뜨리는지 파악하는 것은 바이러스 예방과 감시를 위해 중요한 일”이라며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사람과 다른 동물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해 질병 통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의 2차 흘러넘침 현상은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밍크 농장에서 발생했다. 사람에게서 감염된 밍크에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 한 종이 출현해 재차 사람을 감염시키는 일이 벌어져 밍크를 대대적으로 도살 처분했다(▶
덴마크 밍크 1700만 마리 살처분…모피축산·코로나의 비극).
연구자들은 대부분의 포유류에 들어있는 에이시이2(ACE2)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투하는 데 열쇠 구실을 한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표면의 에이시이2 수용체와 결합해야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포유류 가운데 이 단백질의 염기서열이 해독된 것은 142종에 그친다. 연구자들은 염기서열이 밝혀지지 않은 포유류의 생태적·생물학적 형질에 관한 데이터와 활용 가능한 에이시이2 수용체에 관한 데이터를 기계학습을 이용해 결합함으로써 포유류 종이 코로나19를 얼마나 잘 전파할지 예측할 수 있었다.
필리핀천산갑 어미와 새끼. 코로나 감염 위험이 매우 큰 동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 결과 감염 위험이 가장 큰 포유류 종은 대개 교란된 환경이나 사람과 가까운 곳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가축, 산 채로 거래되거나 사냥감인 동물이 그런 동물이었다.
위험성이 가장 큰 상위 10%인 540종 가운데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원숭이 등 영장류가 감염과 전파 위험이 가장 컸다. 특히 마카크는 애완동물로 많이 거래되는 영장류이다. 마카크 이외에도 반달가슴곰, 늑대, 재규어, 천산갑 등이 산 채로 거래되거나 사냥 대상인 야생동물로 감염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 가운데는 농사와 유제품을 위해 기르는 물소가 가장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여우, 꽃사슴, 너구리 등 사육되지만 종종 야생으로 탈출하는 동물도 최상위 10% 이내의 위험도를 보였다. 바이러스 저수지로 널리 알려진 박쥐도 관박쥐, 왕박쥐 등 35종이 상위 10%의 위험도를 나타냈다.
애완용으로 기르는 흰꼬리사슴. 최근 아이오와주에서는 야생 흰꼬리사슴의 80% 이상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 연구에서 감염과 전파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난 동물 가운데 실제로 감염이 발생한 사례로 흰꼬리사슴, 밍크, 너구리, 눈표범 등을 꼽았다. 최근 미국 아이오와주에서는 야생 흰꼬리사슴의 80% 이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잠재적 바이러스 저수지 동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한 박사는 “연구를 하면서 새로운 동물 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 동물이 위험도 목록의 상위에 올라 있음을 확인하곤 했다”며 “최근 동물원에서 코로나에 걸린 눈표범도 위험도가 상위 20% 안에 드는 종”이라고 말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링컨 어린이 동물원의 눈표범 3마리가 최근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반대로 이 연구에서는 위험도가 큰 것으로 나타난 소와 돼지는 실제로는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후속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고위험 포유류와 밀접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코로나를 막기 위해 추가의 예방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수의사, 동물원 사육사, 가축 취급 노동자, 동물을 정기적으로 만지는 사람 등을 그 대상으로 꼽았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21.165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