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물쇼체험시설 퍼시픽 리솜이 사육 중인 돌고래 3마리의 야생 방류를 추진한다. 2005년 제주 비양도에서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포함되며 여러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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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관광단지 내 동물쇼체험시설 ‘퍼시픽 리솜’이 사육 중인 돌고래 3마리의 야생 방류를 추진한다. 이 같은 소식은 지난 29일 이곳에서 사육 중이던 돌고래 ‘바다’의 폐사가 알려진 뒤 전해졌다.
31일 퍼시픽 리솜에 따르면, 업체는 오는 12월까지 돌고래 쇼를 폐지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돌고래들의 방류 준비에 들어간다. 방류 대상은 현재 수족관에 남아있는 비봉이, 아랑이, 태지 3마리다. 이들은 올초부터 돌고래 야생 방류를 결정하고 전문가, 지자체와 협의를 해왔으나 직원들의 고용문제, 방류 계획 수립 등으로 발표가 늦어진 것으로 설명했다.
고정학 퍼시픽마리나 대표는 “그룹 차원에서 돌고래 쇼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김병엽 교수 등 전문가들의 기술 자문으로 야생 적응훈련과 방류 시기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현재로서는 내년 1~3월부터는 자연습성을 유도할 수 있는 훈련과 프로그램에 집중하며 3월쯤엔 바다쉼터에서 야생 적응 훈련을 시작할 것 같다. 적응 상태를 평가해 5월에는 야생 방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그동안 퍼시픽 리솜의 소유주인 호반건설에 돌고래쇼 중단과 시설 폐쇄, 비봉이의 야생 방류 등을 촉구해왔다. 사진은 돌고래쇼 중간에 사육사의 지시를 거부하는 ‘비봉이’. 단체 제공
그러나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논의되어야 할 사안들이 아직 많이 남은 상태다. 방류 계획에 포함된
‘태지’는 지난 2017년 6월 서울대공원이 퍼시픽 리솜(당시 퍼시픽랜드)로 위탁한 개체다. 태지는 일본 다이지에서 수입된 큰돌고래로 당시 함께 서울대공원에서 지내던 대포, 금등이가 제주 바다로 돌아가며 수족관에 혼자 남게 되자 퍼시픽 리솜으로 보내졌다. 실제 방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소유주인 서울대공원뿐 아니라 정부, 시민사회, 전문가들의 협의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6년 간 수족관에서 생활한 ‘비봉이’의 방류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돌고래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누구보다 환영할 일이다. 다만, 그 전제는 야생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앞서 야생방류에 성공한 돌고래들의 수족관 생활은 3~6년 정도였다. 비봉이처럼 오랜 기간 수족관에서 살아온 개체의 야생 방류에 대해서는 해외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남방큰돌고래 야생방사 현황. 한겨레 자료
조 대표는 특히 지난 서울대공원에서 사육되다
2017년 야생방류 뒤 소식을 알 수 없는 대포, 금등이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포, 금등이는 수족관에서 20년 넘게 갇혀있던 개체들이었다. 아직까지 폐사했을 가능성, 먼 바다로 나갔을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갈리지만 야생방류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비봉이는 2005년 제주 비양도에서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로 현재 추정 나이가 27살이다. 비봉이처럼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삼팔, 춘삼, 태산, 복순이 등은 2013년과 2015년 차례로 제주 바다로 돌아갔지만, 당시 검찰이 당시 비봉이는 기소 대상에 넣지 않아 혼자 수족관에 남게 됐다.
비봉이의 야생방류를 촉구하고 있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충분한 야생 적응 훈련과 방류 최적지를 정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대포, 금등이의 방류 당시 여러 현실적 조건 탓에 야생 적응 훈련 기간이 두 달에 불과했다. 당시 돌고래 계군이 많이 이동하고 없었던 함덕 지역을 방류지로 택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미 한 차례 경험이 있으니 비봉이의 방류는 충분한 적응 시간을 갖고 관찰하면 잘 적응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지난 29일 퍼시픽 리솜에서 사육 중이던 혼종돌고래 ‘바다’가 지난달 폐사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한편, 지난 29일 퍼시픽 리솜에서 쇼 돌고래로 동원됐던 ‘바다’가 죽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9월21일 폐사한 바다는 2015년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와 일본 다이지 큰돌고래 ‘아랑’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종 돌고래로 수조에서 태어나 6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