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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야생방사 돌고래 ‘행방불명’…죽었나, 사라졌나

등록 2017-11-13 09:00수정 2017-11-15 16:42

[애니멀피플] 제주 남방큰돌고래 금등이, 대포 어디 갔나
20년 가까이 돌고래쇼를 했던
남방큰돌고래 금등이, 대포
고향 제주 돌아간 뒤 ‘행방불명’

제주 야생 무리 합류 못한 채
길 잃고 외해로 밀려갔을 가능성
6번, 7번 발견하면 알려주세요
제주 바다에서는 2013년부터 돌고래쇼를 하다 방사된 돌고래들이 관찰되고 있지만, 지난 7월 방사된 금등이, 대포만 목격되지 않고 있다. 2013년 방사된 춘삼이가 지난 7월말 새끼를 데리고 헤엄치고 있다.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연구팀 제공
제주 바다에서는 2013년부터 돌고래쇼를 하다 방사된 돌고래들이 관찰되고 있지만, 지난 7월 방사된 금등이, 대포만 목격되지 않고 있다. 2013년 방사된 춘삼이가 지난 7월말 새끼를 데리고 헤엄치고 있다.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연구팀 제공
돌고래가 사라졌다. 대여섯살 적 바다에서 잡혀와 평생을 수족관에서 산 돌고래가 고향에 돌아가자마자 행방불명이다.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수·26살 추정)와 대포(수·26살 추정)는 지난 7월 야생방사 이후 100일 넘게 한 번도 목격되지 않고 있다.

두 돌고래가 보이지 않는 건 예상 밖이다. 2013년 제돌이와 춘삼, 삼팔이부터 2015년 태산, 복순이까지 국내 수족관에서 쇼를 하던 돌고래들은 제주 바다로 방사돼 원래 살던 야생 무리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춘삼이와 삼팔이는 지난해 새끼 출산 소식까지 전해줬다. 전세계 환경·동물단체는 한국의 보전 노력을 평가했고, 해양포유류학계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주목하고 있었다.

12일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제돌이 등 다른 방사 돌고래들은 자주 나타났지만, 유독 금등이와 대포만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고래연구센터도 제주 남방큰돌고래 정기조사를 하면서 두 돌고래를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김현우 연구원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면, 제주 연안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미 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등이, 대포의 마지막 목격 기록은 7월18일 야생방사 직후다. 한 달간 활어사냥 등 야생적응 훈련을 받은 제주 함덕 앞바다 가두리의 문이 열리고, 대포가 먼저 나가 동쪽 서우봉 쪽으로 헤엄쳤다. 이어 금등이도 나가서 먼바다 쪽에서 등지느러미를 내밀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돌고래연구팀의 장수진 연구원은 “비 오는 날을 빼고는 9월까지 매일 조사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혹시 돌고래가 약간 먼바다로 나갈 수도 있다고 보고, 돌고래연구팀은 배를 빌려 제주도 한 바퀴를 돌았다. 돌고래는 없었다. 금등이의 등지느러미에는 숫자 6이, 대포에는 숫자 7이 하얀색으로 찍혀 있다. 맑은 날에는 수백미터 떨어져서 보이지만, 봤다는 주민도 없었다. 연구팀은 지금도 일주일에 수차례 바다에 나가서 금등이, 대포를 찾고 있다.

지난 7월 제주 함덕 앞바다 가두리에서 등지느러미에 7번이 찍힌 대포가 헤엄치고 있다.  남종영 기자
지난 7월 제주 함덕 앞바다 가두리에서 등지느러미에 7번이 찍힌 대포가 헤엄치고 있다. 남종영 기자
활어사냥을 하고 있는 금등이. 남종영 기자
활어사냥을 하고 있는 금등이. 남종영 기자
두 차례 남방큰돌고래 사체가 해변에서 발견되긴 했었다. 이미 부패가 심각해서 등지느러미의 6번, 7번을 분간할 수 없었다. 금등이, 대포를 기른 서울동물원 사육사가 내려가 확인했다. 김병엽 교수가 설명했다. “만약 금등이, 대포가 죽었다면, 해류의 흐름을 봤을 때 이렇게 해변으로 떠밀려와야 합니다. 하지만 외모와 치아를 봤을 때 금등이, 대포는 아니었습니다.” 두 돌고래 몸에서 조직을 채취했고, 고래연구센터가 디엔에이(DNA) 분석을 통한 개체 식별을 준비 중이다.

금등이, 대포는 어디로 갔을까? 시나리오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폐사했을 가능성이다. 방사 직후 두 돌고래는 방향 감각을 잃고 외해로 나갔고 거기서 버티다 죽었다는 것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연안 1~2㎞ 안쪽에서 바짝 붙어 다니는 습성을 보인다. 제주에선 100여마리가 시시때때로 크고 작은 무리로 ‘이합집산’(fission and fusion)하며 한 계군을 이룬다. 거기서 저서 어류나 두족류를 먹는다. 하지만 홀로 외해에 나가면 사냥이 쉽지 않다. 김현우 연구원은 “그간 야생방사된 남방큰돌고래들은 연안에 머물다 무리를 만났다. 그런데 금등이, 대포는 나이가 든데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상황이었다. 길을 잃어 외해에 나갔어도 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다. 김현우 연구원은 “일본 규슈 시모섬에 사는 남방큰돌고래 몇마리가 혼슈 사도가섬까지 간 보고가 있다”며 “깊은 수심의 바다를 건너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고, 최근에 13마리로 무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두 섬의 거리는 1000㎞가 넘는다. 하지만 새로운 서식지에서 나이 든 두 돌고래가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활어사냥 능력이 있기 때문에 쉽게 폐사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연구팀은 일본, 대만 등의 해양포유류학자들에게 6, 7번 돌고래를 목격하면 알려달라는 회람을 돌린 상태다.

금등이와 대포의 야생방사는 실패한 걸까? 2013년 제돌이를 방류할 때 △자연에서 먹이 섭취 △야생 무리에 석달 이상 합류 △야생 무리와 이동경로 유사 등의 성공 기준을 세운 적이 있다. 현재로선 두 돌고래가 야생 무리에 합류하지 않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두 돌고래를 돌려보내지 말아야 했을까?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해 전시공연용 돌고래를 방류한 사례가 흔치 않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확립된 방사 기준은 없다.(7마리를 돌려보낸 한국 사례가 대다수다.) 다만, 주로 야생에서 구조된 사례를 토대로 작성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의 야생방사 매뉴얼을 보면, 수족관 수용 기간이 2년이 넘거나 활어사냥 능력이 없는 개체는 방사를 피하라고 권고한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년 안팎을 수족관에 갇혀 산 금등이와 대포는 지난 7월 방사 때 바다를 본 지 20년이 다 된 상황이었다. 나이도 26살로, 사람으로 치자면 장년층이었다. 하지만 활어사냥 실력이 들쑥날쑥하고 ‘우울증’ 성향을 보였던 태산, 복순이도 20살의 나이에 보란 듯이 야생 무리에 합류한 터였다. 한국의 돌고래 야생방사는 ‘세계적 기준’을 써나가고 있었다. 해양수산부와 서울동물원, 시민단체 등이 모인 민관방류위원회는 제돌이부터 5마리의 방사 성공 경험으로 보아 금등이, 대포도 탈 없이 가족을 만날 것이라고 봤다. 둘은 활어사냥도 곧잘 했고, 금등이 치아가 닳고 대포가 눈병을 앓은 것 외에 건강 문제는 없었다. 박승준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은 “(당시 민관방류위원회에선) 기대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대공원에 갇혀 있는 것보다 자연에 나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는 길어야 20살 안팎을 살다 죽는다. 야생 돌고래는 바다에서 자유롭게 35~40년을 보낸다. 과학은 불확실성 속에 매여 있었다. 노령의 두 돌고래에게 어떤 선택이 최선이었을지 인간은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금등이, 대포의 야생방사가 옳았냐는 질문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지고 결단해 답할 문제였다. 야생방사 프로젝트에 따른 집중 모니터링 기간은 이달 말 끝난다. 박승준 과장은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다. 외해에 있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달 이후에도 계속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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