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기록적인 무더위, 체온조절 힘든 산란계 350만마리 폐사
케이지 없는 세종의 산란계 농장은 힘들지만 버틸 만하다
기록적인 무더위, 체온조절 힘든 산란계 350만마리 폐사
케이지 없는 세종의 산란계 농장은 힘들지만 버틸 만하다
지난달 27일 찾은 세종시 행복한신선농장의 닭들이 사육장 내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평사 사육을 하는 이 농장은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 피해가 크지 않다.
닭들이 죽어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 ‘불지옥’ 더위에 힘들기는 동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3일 오전 9시 현재, 돼지·닭·오리 등 농장동물 373만6천마리가 폐사하는 등 184억7천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시기(214만1천마리)에 견줘 159만마리 이상 늘었다. 폭염 피해 가축 가운데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종은 닭이다. 현재까지 349만5천여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폭염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피해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늘어왔다. 2013년 212만, 2014년 112만, 2015년 267만마리, 2016년 629만마리, 2017년 726만 마리였다. 농식품부는 “태 등 기상 변수가 없는 한 올해는 8월 상순까지 폭염이 이어질 수 있어 피해는 더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식품부 ‘가축사육 기상정보 시스템’에서는 온도와 상대 습도를 활용해 수치화한 가축의 열스트레스지수(THI)를 제공한다. 사람으로 치면 불쾌지수에 해당하는 이 지수의 올 7월 평균은 연 평균 THI(67.95·양호 단계)를 훨씬 웃도는 81.31(경고 단계)에 달한다. THI가 89이상이면 위험, 98 이상이면 폐사 단계다. 하지만 닭의 숨통을 틔워 주니 불지옥도 견딜 만 한 듯했다. 170여평의 축사 3개에 산란계와 중병아리 등 7500마리를 기르는 소규모 농가인 행복한신선농장에서는 올여름 폭염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어쩌다 1~2마리 폐사 개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산란계 3천마리가 모여 있는 사육동은 층층이 쌓아올린 배터리 케이지가 아닌 구획을 나누지 않은 평평한 바닥에 일렬로 급식기와 식수대가 설치돼 있었다. 바닥엔 왕겨가 깔려 푹신했다. 한 마리당 차지하는 면적은 평균 0.187㎡. 국내 산란계의 사육 면적 기준인 0.05㎡(A4 용지는 약 0.06㎡)을 3.5배 이상 웃돈다. 사육 면적만 놓고 봤을 때, 1㎡당 9수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농식품부의 동물복지 인증 기준 이상이기도 하다.
행복한신선농장의 닭들이 달걀을 품고 있다.
좁은 케이지 안에 갇혀있는 닭보다 평사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닭들이 몸 속의 열기를 방출하기 좋다.
블랙아웃 되면 아비규환 폭염으로 인해 가축이 집단 폐사하는 데에는 공장식 밀집 사육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국내 산란계 농가 대부분 케이지를 종횡으로 한껏 쌓아놓은 배터리 케이지 사육 방식을 택한다”며 “습성을 억누르고 착취하다시피 하는 축산 환경에서 닭들은 이미 기본 면역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이며, 배가된 고온 스트레스가 폐사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스마트 축사, 냉방장치, 환풍기 등) 권장 시설을 갖추지 않은 일부 농가나 폭염에 대비해 일련의 노력을 했지만 갑작스러운 전력 손실이 발생한 경우 집단 폐사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밀집 사육이라도 자본이 집약된 대규모 농가의 경우 오히려 고도화된 최신식 냉방시설을 갖춰 집단 폐사의 위험에서 비켜날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시적 블랙아웃 등 전력난이 발생할 경우에는, 수백만 마리의 닭을 층층이 쌓아 올린 밀집 사육 축사에서 도래할 아비규환은 예측 가능한 지옥이다. 충북농업기술원은 여름철 축사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 축사 내 냉방·환풍 시설 가동이 중단돼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유해가스 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대량 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세종/글·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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