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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화려한 나비가 감춘 또 다른 경고 “따라와도 잡기 힘들 걸”

등록 2021-03-12 16:04수정 2021-03-12 16:49

[애니멀피플]
열대 아델파 나비 90여 종에 ‘경주 줄무늬’ 확산, 재빠른 회피 능력 과시로 포식자 회피
아메리카 열대지역에 분포하는 아델파 속 나비는 포식자에게 자신이 얼마나 잽싼지 독특한 색깔과 무늬로 과시한다. 서로 다른 종이지만 공통으로 ’경주 줄무늬’를 갖추고 있다. 제프 게이지,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제공
아메리카 열대지역에 분포하는 아델파 속 나비는 포식자에게 자신이 얼마나 잽싼지 독특한 색깔과 무늬로 과시한다. 서로 다른 종이지만 공통으로 ’경주 줄무늬’를 갖추고 있다. 제프 게이지,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제공

동물의 두드러지는 색깔과 무늬는 포식자에게 독이 있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이다. 그러나 이런 경계색에는 독성뿐 아니라 민첩해 잡기 힘드니 포기하라는 또 다른 경고가 숨어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에리카 파에스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생물학자 등은 12일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에 실린 논문에서 “잡기 힘들다는 건 맛이 없다는 것 못지않게 포식자를 회피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이런 빠른 종을 흉내 내는 회피 의태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나나를 먹는 아델파 나비의 일종. 속도를 자랑하는 줄무늬가 선명하다. 도너 레이스코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나나를 먹는 아델파 나비의 일종. 속도를 자랑하는 줄무늬가 선명하다. 도너 레이스코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아메리카 열대지역에 분포하는 아델파 나비가 90종 이상이면서도 날개 무늬의 형태만으로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서로 비슷비슷하다는 데 주목했다.

케이스 윌모트 미국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학예사는 “계통적으로는 멀리 떨어진 나비가 날개 무늬는 놀랍게 비슷하기도 하고 또 어떤 종은 아종이어서 가까운데도 아주 독특한 색깔 패턴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며 “이는 의태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이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다시 말해 독특한 날개 무늬를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비슷한 형질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특정한 무늬의 날개가 포식자를 피하는 데 효과적이다 보니 그런 형질이 계통을 떠나 여러 종에서 나타나게 됐다는 얘기다.

아델파 나비는 독이 없다. 그 대신 매우 빠르고 변덕스럽게 난다. 날개를 몇 번 펄럭인 뒤 날개를 편 채 활공하며 날개 양쪽의 선명한 큰 줄무늬를 과시한다. 포식자인 새에게 쫓기면 급회전과 급강하 비행으로 회피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박새 실험에 쓴 종이 아델파 나비. 줄무늬 유무, 쓴맛 유무 등에 따라 공격 빈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했다. 에리카 파에스 제공
박새 실험에 쓴 종이 아델파 나비. 줄무늬 유무, 쓴맛 유무 등에 따라 공격 빈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했다. 에리카 파에스 제공

연구자들은 나비의 회피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한 번도 이 열대 나비를 본 적이 없는 박새에게 종이로 만든 다양한 무늬의 아델파 나비를 사냥하는 실험을 했다. 레일 위로 나비를 빠르게 움직여 회피 동작을 대신했고 종이 나비의 배에는 먹이인 아몬드 열매를 붙였는데 쓴맛이 밴 아몬드를 역겨운 나비에 붙였다.

실험 결과 박새는 어떤 무늬의 나비에게서 쓴맛이 나는지 또 어떤 무늬의 나비가 잽싸게 도망치는지 배워 이후에도 회피했고 이와 비슷한 무늬를 한 나비도 피했다. 흥미롭게도 박새는 재빠른 나비를 맛없는 나비보다 60% 더 싫어했다.

밝은 노랑과 검은 줄무늬를 도장한 스포츠카. 아델파 나비는 이 차처럼 스피드를 자랑한다. 물론 생존을 위해서라는 점은 다르다. 디트마르 라비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밝은 노랑과 검은 줄무늬를 도장한 스포츠카. 아델파 나비는 이 차처럼 스피드를 자랑한다. 물론 생존을 위해서라는 점은 다르다. 디트마르 라비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파에스는 “맛없는 먹이라도 영양가는 있기 때문에 잽싸게 도망치는 먹이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재빠른 먹이를 잡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냥에 실패했던 무늬의 나비는 물론 그와 비슷하게 생긴 나비도 공격하지 않게 된다. 나비 입장에서 본다면 ‘잡기 힘드니 따라오지 마라’는 메시지를 날개에 새길수록 자손을 많이 남기며 살아남는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20.305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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