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꿀을 빠는 작은멋쟁이나비. 남극과 남아메리카를 제외한 세계 모든 대륙에 분포하는 코스모폴리탄 나비다. 알베스가스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양을 건너고 대륙을 넘나드는 새들이 있지만 곤충도 장거리 이동을 한다. 된장잠자리는 아프리카에서 인도양을 건너 아시아로 이동하며(▶관련 기사:
잠자리, 1만4000~1만8000㎞ 바닷길 오간다), 북아메리카에선 캐나다와 미국 동부 왕나비가 큰 무리를 지어 플로리다와 멕시코까지 이동한다. 지중해와 사하라 사막을 건너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작은멋쟁이나비도 장거리 이동으로 유명하다. 작은멋쟁이나비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대부분의 온대와 열대지역에 분포하는 ‘세계 나비’다.
이 나비가 해마다 가을이면 큰 무리를 이뤄 유럽에서 지중해를 건너고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사막을 거쳐 열대 아프리카로 가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봄 길을 되짚어 유럽에서 봄을 맞는지는 추정만 할 뿐 수수께끼였다. 최근 이 나비 날개의 동위원소 분석 방법을 이용해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사하라 사막과 지중해를 거쳐 유럽에 도달했음을 확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작은 나비가 해마다 1만2000㎞에 이르는 상상하기 힘든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발나비과의 작은멋쟁이나비는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세대를 이어가는 생활사를 보인다. 장-폴 그랑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게라르드 탈라베라 스페인 생물진화연구소 연구원 등 국제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13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모로코, 스페인, 이집트, 이스라엘 등에서 채집한 이 나비의 날개를 분석한 결과 열대 아프리카에서 애벌레가 부화한 개체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비는 크기가 작고 개체수가 워낙 많아 새들의 이동을 확인할 때 쓰는 위치추적장치나 가락지 부착, 포획해 표지 하기 등의 방법을 적용하기 힘들다. 이에 연구자들은 지리적 위치에 따라 물속의 수소 동위원소가 달라지는 사실을 이용했다. 나비 애벌레가 특정 지역의 식물을 먹으면 수분을 흡수한 식물이 그 지역 특유의 동위원소 분포를 간직한다. 따라서 유럽이나 북아프리카에서 채집한 나비 날개의 수소 동위원소를 조사하면 그 나비가 애벌레 때 어느 지역의 식물을 먹으며 자랐는지 알 수 있다.
작은멋쟁이나비 애벌레. 애벌레가 먹은 식물 속 수분의 수소 동위원소 차이를 통해 이 나비 애벌레가 어디서 번식했는지 알아냈다. 하랄드 쥐플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2016년 차드 등 열대 아프리카 4개 나라의 현지조사를 통해 유럽에서 날아온 작은멋쟁이나비가 열대 아프리카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이 연구는 전 세계 차원에서 벌이는 작은멋쟁이나비 이동을 밝히는 시민참여 과학 사업의 하나로, 이 나비를 관찰한 사람은
누리집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작은멋쟁이나비의 이동을 세계의 시민참여 과학으로 밝히려는 사업의 포스터.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alavera, Gerard; Bataille, Cl?ment; Benyamini, Dubi; Gascoigne-Pees, Martin; Vila, Roger (2018): "Round-trip across the Sahara: Afrotropical Painted Lady butterflies recolonize the Mediterranean in early spring".
Biology Letters, Published 13 June 2018.DOI: 10.1098/rsbl.2018.0274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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