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나리는 바다오리 등 바닷새와 해양 포유류, 포식 어종에 요긴한 먹잇감이다. 스티브 가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까나리는 말린 생선 또는 액젓 원료로 소중한 어종이지만 동시에 바다 생태계에서 많은 동물의 먹잇감으로 없어서 안 되는 존재다. 그러나 냉수성 어종인 까나리가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모든 연안에 떼 지어 서식하는 까나리는 동해안에서는 ‘양미리’라고 불리며(양미리는 다른 과의 물고기로 서해안 당진, 백령도 등에 분포한다), 서해안에서는 발효시켜 액젓을 만드는 어민에 요긴한 소득원이다.
까나리는 북반구의 온대에서 극지방에 걸쳐 분포하는데, 찬물을 좋아해 수온이 15도를 넘으면 모래에 들어가 몇 달 동안 ‘여름잠’을 자는 특징이 있다. 겨울에서 초봄 사이 알을 낳기 위해 연안으로 떼 지어 몰려드는데, 포식자가 나타나면 헤엄치는 속도로 재빨리 모래 속에 숨는다.
까나리 떼를 포식하는 혹등고래. 매사추세츠대 앰허스트 캠퍼스 제공.
해양생태학자들이 주목하는 건 까나리가 많은 바다 동물의 주요 먹이원이라는 사실이다. 미셸 스타딩거 미국 매사추세츠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어류 및 어업’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북서 대서양 까나리를 먹이로 삼는 동물은 72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어류 45종, 오징어 2종, 바닷새 16종, 해양 포유류 9종이 포함돼, 까나리는 “바다 생태계 먹이그물의 토대를 이루는 종”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까나리의 포식자에는 밍크고래, 혹등고래, 바다오리, 대구, 철갑상어, 물개 등이 포함된다.
모래 속에 숨기 쉽도록 몸매가 길쭉한 원통형으로 진화한 까나리. 동해에서는 25㎝, 서해에서는 10㎝가량으로 자란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까나리는 개체수가 많은 데다, 모래 속에 숨기 위해 몸이 길쭉한 원통형으로 진화한 것이 포식자에게는 오히려 잡아먹기 편해 주요한 먹이가 됐다. 연구자들은 “몸이 길쭉한 원통형이고 지느러미와 가시가 걸리지 않아 포식자가 국숫발처럼 삼키기 쉽다”며 “특히 바닷새의 새끼들이 커다란 까나리를 삼켜도 매끄럽게 넘어간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런 형태 때문에 까나리는 해양조사선의 그물에 잘 걸리지 않아 이 물고기가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조사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연구자들은 “중요성에 견줘 이 물고기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모른다”고 지적했다.
냉수성 어종이어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곧바로 받는 데다 서식지인 모랫바닥이 준설, 해상풍력단지 건설 등에 의해 교란돼 까나리의 장기적 생존을 위협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제비갈매기가 새끼에게 까나리를 먹이고 있다. 새끼에게 큰 물고기이지만 매끄럽게 삼킨다. 매사추세츠대 앰허스트 캠퍼스 제공.
실제로, 미국 지질조사국 알래스카 과학 센터가 지난해 ‘해양생태학 진전 시리즈’에 보고한 논문을 보면, 바닷물 온도가 찼던 2012∼2014년과 이상 고온을 기록한 2014∼2016년 동안의 까나리 상태를 비교했더니 바닷물이 더워졌을 때 까나리의 길이와 지방축적이 줄어 에너지양이 2015년 44%, 2016년 89% 줄어들었다.
연구자들은 “먹이 어류의 에너지 감소는 먹이그물을 통해 일부 포식자의 개체수 감소와 번식 실패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까나리의 주요 포식자는 해양 포유류, 바닷새, 연어, 넙치 등이다. 우리나라의 까나리는 일본, 알래스카, 시베리아 이남 해안에도 널리 분포한다.
우리나라 연안의 까나리 어획량은 남획과 기후변화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동해안 까나리 어획량은 1993년 8980t에 이르렀으나 이후 급격히 줄어 최근 5년 평균 어획량은 1197t에 그쳤다. 우리나라에서 까나리 감소가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용 저널:
Fish and Fisheries, DOI: 10.1111/faf.12445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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