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은 균류의 일시적 번식기관일 뿐 일상적으로 영양분을 섭취하는 기관은 땅속에 널리 퍼진 균사체이다. 균사체 네트워크에는 사람의 언어와 비슷한 기계적 구조를 지닌 전기신호가 흐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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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이 땅속 균사를 통해 보내는 전기신호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사람의 언어와 구조가 놀랍게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신호가 언어에 해당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균류가 균사를 통해 먹이 찾기나 위험 정보 공유 등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앤드루 아다마츠키 영국 웨스트 오브 잉글랜드대 교수는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유령버섯, 팽이버섯, 치마버섯, 동충하초 등 4종의 버섯 균사체에 미세전극을 꽂고 실험한 결과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버섯의 균사체에 전극을 꽂고 전기신호를 측정하는 모습. 앤드루 아다마츠키 (2022) ‘왕립학회 공개과학’ 제공
사람의 신경세포는 전기신호 형태로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나 신경계를 갖추지 않은 생물도 전기신호를 낸다는 사실이 원생동물부터 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류군에서 확인됐다.
버섯은 균류가 번식을 위해 일시적으로 땅 위에 내미는 기관이고 일상적으로는 땅속에 실 같은 균사를 뻗어 영양분을 섭취한다. 최근 일련의 연구에서 균사가 신경과 유사하게 전기신호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죽은 나무에서 양분을 섭취하는 균류의 균사가 나무토막에 닿으면 전기자극이 갑자기 늘어난다. 또 균사가 손상되거나 나무뿌리와 공생을 하는 균근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신호가 급증한다.
실험에 쓰인 팽이버섯(팽나무버섯). 왼쪽은 야생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어두운 곳에서 배양한 식용 팽이버섯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혹시 이런 신호가 언어의 형태는 아닐까? 아다마츠키 교수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실험에 나섰다. 그는 “균류가 전기활동의 스파이크를 이용해 균사체 네트워크에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한다고 보고 스파이크 집단을 단어로 분류해 언어적이고 정보 복잡성 분석을 해 보았다”고 논문에 적었다.
그 결과 4종의 버섯은 종마다 다른 신호 형태를 보였으며 신호의 지속시간은 1∼21시간 범위였고 신호의 진폭은 0.03∼2.1㎷ 수준이었다. 신호의 스파이크 유형에 따라 버섯이 쓰는 ‘단어’를 최고 50개로 추정했다. 가장 흔하게 쓰는 ‘단어’는 15∼20개였다. 버섯 종류별로는 치마버섯과 유령버섯이 사용하는 단어 수가 많았고 동충하초와 팽이버섯은 적었다.
땅 위로 나온 버섯은 균류 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땅속 균사체 네트워크는 활발한 정보를 교류하고 있을지 모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다마츠키 교수는 “우리는 아직 균류의 스파이크 패턴과 사람의 언어가 직접 관련이 있는지 모른다. 아마도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다양한 분류계통의 생물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는 유사점이 많다. 그저 그것들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균류가 특정한 유형의 전기신호를 방출하는 이유에 대해 아다마츠키 교수는 마치 늑대가 울부짖는 하울링을 통해 무리를 유지하는 것처럼 균류의 온전성을 지탱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고 새로운 먹이의 발견이나 기피 대상을 보고하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어휘’를 구사하는 것으로 드러나 치마버섯. 버나드 스프랙,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논문은 균류에서 언어와 비슷한 양상을 발견했을 뿐 이들이 언어를 사용한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아다마츠키 교수는 “우리는 개나 고양이와 여러 세기 동안 함께 살고 있지만 아직 그들의 언어를 해독하지 못한다”며 “전기 소통 연구는 이제 첫발을 떼었을 뿐 섣부른 결과를 기대할 순 없다”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논문:
Royal Society Open Science, DOI: 10.1098/rsos.21192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