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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농사 경력 6천만년 ‘개미 농부’로부터 배운다

등록 2020-11-11 16:17수정 2020-11-11 17:32

[애니멀피플]
품종 개량과 영양분 조절로 ‘기업농’ 수준의 균류 재배
균류를 재배할 나뭇잎을 잘라 둥지로 돌아가는 가위개미. 농사 개미 250여 종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진화한 무리이다. 캐티와 샘,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균류를 재배할 나뭇잎을 잘라 둥지로 돌아가는 가위개미. 농사 개미 250여 종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진화한 무리이다. 캐티와 샘,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농사 개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농사 경력을 지녔다. 이 개미는 무려 6000만년 전부터 땅속 농장으로 나뭇잎 등을 물어와 균류를 재배해 식량으로 삼아 왔다. 1만년 전에 농사를 시작한 인간과 비할 바 아니다.

놀랍게도 개미는 사람의 농업 혁명과 비슷하게 특수한 환경에 맞는 품종의 균류를 개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개미는 농업 혁명이 불가피하게 초래하는 병충해 빈발 등의 여러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농사용 나뭇잎을 물고 가는 가위개미의 큰 무리

조너선 쉬크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등 연구자들은 파나마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에서의 현장 연구 등을 통해 “문화적으로 진화한 인류의 농업은 자연이 선택한 개미의 농사 시스템으로부터 지속가능한 영양물질 관리 등 배울 것이 많다”고 밝혔다.

농사짓는 개미는 250종 이상으로 분화한 매우 성공적인 개미 무리로 이 가운데 가장 나중에 진화한 가위개미는 100만 마리의 거대한 집단을 이뤄 거대한 유칼립투스 나무를 하룻밤 새 앙상한 가지만 남겨두고 잎을 모두 잘라가기도 한다.

개미 농사는 지하에서 이뤄진다. 물어온 나뭇잎 등을 전문가 계급인 정원사 개미가 입으로 물어 으깨거나 세균이 듬뿍 든 액체 배설물을 섞어 바닥에 깐 뒤 여우갓버섯 등 균류를 접종한다. 여기서 실처럼 자란 균사는 애벌레의 주식이 되고 균사가 버섯처럼 부풀어 오른 영양물질은 개미의 요긴한 식량이 된다.

농사 개미의 지하 균류 재배장 모습. 흰 부분은 실처럼 자라는 균류의 몸체인 균사이다. 중앙의 큰 개체는 여왕개미이다. 크리스천 린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농사 개미의 지하 균류 재배장 모습. 흰 부분은 실처럼 자라는 균류의 몸체인 균사이다. 중앙의 큰 개체는 여왕개미이다. 크리스천 린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농사 개미는 종이 다양할뿐더러 열대우림에서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북미 북동부의 건조지대에 이르기까지 서식지를 넓혔다. 게다가 땅속에는 수많은 병원균과 곰팡이가 득실댄다. 그런데도 개미는 어떻게 장구한 세월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었을까.

쉬크 교수는 “농사 개미는 6000만년 동안의 기후변화를 겪으면서도 농사 생활방식을 이어왔다. 가위개미는 초원에서 열대우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식지에서 단일한 품종의 균류를 재배한다”고 코펜하겐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사람은 야생종을 개량해 생산성을 높이고 맛과 영양가가 풍부한 품종을 만들어 재배해 왔다. 이 과정에서 야생종이 지닌 환경변화와 병충해에 견디는 능력이 줄어들자 농약과 비료, 관개 등의 농업기술로 대응했다.

농사 개미가 재배하는 여우갓버섯의 지상에 나온 균사체(버섯).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농사 개미가 재배하는 여우갓버섯의 지상에 나온 균사체(버섯).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농사 개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개미가 재배하는 균류도 비슷하게 달라졌다. 원시적인 농사 개미가 재배하는 균류는 야생종과 비슷하게 보편적 형질을 지녔다. 그러나 나중에 진화한 개미가 기르는 균류는 오랜 진화과정에서 개미가 선택한 특수한 형질을 지닌 품종으로 바뀌었다.

쉬크 교수는 “개미도 재배하는 작물이 점점 특수화하면서 사람이 겪었던 것과 같은 취약성에 직면했을 테지만 여러 가지 교묘한 방법을 고안해 수백만 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비결의 하나는 균류 배양장의 구조로 “땅속에 외부 기후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교묘하게 팠다”고 설명했다.

가위개미는 숲에서 많은 종류의 잎, 열매, 꽃을 가져온다. 여기에는 재배하는 균류가 자라는 데 필요한 단백질, 탄수화믈, 소듐, 아연, 마그네슘 등 다양한 영양분이 들어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가위개미는 숲에서 많은 종류의 잎, 열매, 꽃을 가져온다. 여기에는 재배하는 균류가 자라는 데 필요한 단백질, 탄수화믈, 소듐, 아연, 마그네슘 등 다양한 영양분이 들어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에 밝혀진 또 다른 중요한 비결은 영양분 조절이다. 가위개미는 수백종의 식물에서 잎과 꽃을 수집하는데 닥치는 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재배하는 균류가 필요로하는 영양분에 맞춰 고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쉬크 교수는 “원시적인 농사 개미도 복잡한 숲 바닥을 다니면서 자원이 될 만한 많은 것들을 그대로 지나치면서 균류가 자랄 때 꼭 필요한 양분이 든 벌레 배설물을 물고 돌아온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열대림 바닥에 앉아 농사 개미가 굴속으로 가져가던 먹이를 가로채는가 하면, 실험실에서 영양성분이 다른 먹이 가운데 개미가 균류에 필요한 먹이를 가져가는지 알아보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가위개미가 과연 균사 재배에 필요한 영양분이 있는 먹이를 가져오는지 알아보기 위해 숲 바닥에 앉아 개미가 물어온 것을 가로채 조사했다. 숀 매트선 제공
연구자들은 가위개미가 과연 균사 재배에 필요한 영양분이 있는 먹이를 가져오는지 알아보기 위해 숲 바닥에 앉아 개미가 물어온 것을 가로채 조사했다. 숀 매트선 제공

그는 “농사 개미는 수백만 마리의 일꾼을 보유한 대규모 산업농을 진화시켰다”며 “작은 두뇌와 별다른 문화도 없는 개미가 어떻게 작물이 필요로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내는지는 앞으로 답해야 할 큰 질문”이라고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 최근호에 실렸다.

인용 논문: Nature Ecology & Evolution, DOI: 10.1038/s41559-020-01314-x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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