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오징어는 길이 50㎝로 오징엇과에서 가장 큰 종이다. 제주도에서 낚시로 많이 잡으며 흔히 오징어로 불리는 살오징어와 다른 종이다.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 대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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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가 문어처럼 특별한 피부세포를 변화시켜 색깔과 질감을 자유롭게 바꿔 위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이런 위장술은 해저에 사는 두족류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영을 하는 무늬오징어(흰오징어, 흰꼴뚜기)에서 이런 능력이 처음 발견됐다.
류타 나카지마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 대학 박사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사육하던 무늬오징어가 바닥 색깔에 따라 색소세포를 변화시켜 신속하게 몸 색깔을 바꾸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발견은 연구자들이 수조를 청소하던 중 우연히 이뤄졌다. 바닥에 덮인 조류를 제거하고 있었는데 깨끗한 쪽에서 헤엄치던 오징어가 조류로 덮인 어두운 곳으로 이동하자 곧바로 몸 빛깔이 어둡게 바뀌었고 반대로 청소한 쪽으로 이동한 오징어는 밝은 빛깔을 띠었다.
무늬오징어는 주로 바다 중층에서 헤엄치면서 먹이를 찾으며 바다 표면에서 들어오는 반짝이는 햇빛에 섞여드는 밝은 빛깔을 띤다. 나카지마 박사는 “무늬오징어는 보통 대양을 유영하지만 산호초 근처에 살거나 포식자에 쫓기면 바다 바닥으로 도망친다”며 “이때 오징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봤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바닥에 조류가 깔린 곳의 무늬오징어는 어두운 빛깔이지만(오른쪽) 청소를 한 곳으로 나오면 곧바로 밝은 빛깔로 바뀐다.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 대학 제공.
실험 결과, 오징어는 배경 색깔이 바뀌면 평균 1.2초 만에 몸 색깔을 바꿨는데 가장 빠른 것은 0.3초 만에 변신하기도 했다. 어떤 오징어는 달라질 배경 색깔을 예상해 미리 몸 빛깔을 바꾸기도 했다.
이제까지 배경에 녹아들도록 몸 색깔과 재질을 바꾸는 두족류로는 바다 바닥에 사는 문어와 갑오징어가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바다 중층을 유영하는 오징어에서 위장색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 오징어의 생존에 바다 바닥도 중요하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공동저자인 이 대학 즈데넥 라이브너 박사는 “무늬오징어의 이런 행동이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최근 무늬오징어의 뇌 연구에서 척추동물과 유사한 복잡한 신경계를 갖췄으며 이 가운데는 수심에 따라 위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몸의 빛깔을 부분적으로 바꾸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개와 쥐 사이, 오징어는 왜 그렇게 영리할까).
무늬오징어는 오징엇과 가운데 가장 큰 난류성 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 낚시로 많이 잡으며 남해, 동해, 서해 남부에 분포한다. 무늬오징어와 갑오징어는 흔히 오징어로 부르는 살오징어와 달리 지느러미가 마늘모 꼴이 아닌 타원형이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2-09209-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