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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흙탕물 고리’로 물고기 사냥… 돌고래는 ‘반지의 제왕’

등록 2021-10-29 14:59수정 2021-10-31 18:48

[애니멀피플]
카리브 해 벨리즈서 확인…물고기떼 가둬 혼란 빠뜨려
중미 벨리즈의 얕은 펄 바닥 해안에서 큰돌고래가 꼬리지느러미로 바닥을 휘적셔 흙탕물 고리를 만들고 사냥하고 있다. 드론 촬영. 에릭 라모스 외 (2021) ‘해양 포유류학’ 제공.
중미 벨리즈의 얕은 펄 바닥 해안에서 큰돌고래가 꼬리지느러미로 바닥을 휘적셔 흙탕물 고리를 만들고 사냥하고 있다. 드론 촬영. 에릭 라모스 외 (2021) ‘해양 포유류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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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이 뛰어나 큰돌고래는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한 사냥법을 고안해 물고기를 잡는다.

사람이 부채 모양으로 투망을 치듯 큰돌고래 무리가 얕은 바다 밑에 흙탕물 고리를 만들어 혼란에 빠진 물고기를 잡는 새로운 협동사냥 전략이 발견됐다.

에릭 라모스 미국 뉴욕시립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해양 포유류학’ 최근호에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2019년 카리브 해에 면한 중미 벨리즈의 체투말-코로살 만에서 보트와 드론을 통해 이런 사냥법을 목격했다. 수심 1m가 안 되고 바닥에 펄이 깔린 해안에서 어미 큰돌고래가 새끼 한 마리를 데리고 사냥에 나섰다.

어미가 재빨리 헤엄쳐 나가더니 꼬리지느러미로 바닥을 치면서 둥근 원을 그려 나갔다. 흙탕물이 뭉게뭉게 피어올랐고 고리 모양이 거의 완성되자 돌고래 2마리가 흙탕물 속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이들은 이리저리 빠르게 헤엄쳐 다니고 꼬리를 바닥에 후려치는 등의 행동으로 흙탕물 속에서 먹이를 사냥했다. 83초 뒤 흙탕물이 모두 퍼지자 돌고래는 다른 사냥터로 이동했다.

새로운 사냥법 순서. 큰돌고래 어미와 새끼(네모)가 최근 만들어진 흙탕물 고기 흔적 옆에서 사냥에 나선다(a). 새끼가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어미가 빠르게 흙탕물을 일으킨다(b). 고리가 거의 완성되자 새끼가 흙탕물 안으로 들어온다(c). 돌고래 두 마리가 흙탕물 안에서 빠르게 헤엄치고 바닥을 치면서 먹이를 잡는다(d). 흙탕물이 퍼져 나간다(e). 두 마리가 다른 사냥 장소로 이동한다(f). 드론 촬영. 에릭 라모스 외 (2021) ‘해양 포유류학’ 제공.
새로운 사냥법 순서. 큰돌고래 어미와 새끼(네모)가 최근 만들어진 흙탕물 고기 흔적 옆에서 사냥에 나선다(a). 새끼가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어미가 빠르게 흙탕물을 일으킨다(b). 고리가 거의 완성되자 새끼가 흙탕물 안으로 들어온다(c). 돌고래 두 마리가 흙탕물 안에서 빠르게 헤엄치고 바닥을 치면서 먹이를 잡는다(d). 흙탕물이 퍼져 나간다(e). 두 마리가 다른 사냥 장소로 이동한다(f). 드론 촬영. 에릭 라모스 외 (2021) ‘해양 포유류학’ 제공.

연구자들은 “흙탕물 고리를 이용한 사냥법은 2009년 미국 플로리다 만에서 보고된 큰돌고래의 흙탕물 고리 사냥과 매우 비슷하다”고 밝혔다. 얕은 펄 해안에서 이뤄지는 점은 같지만 플로리다의 큰돌고래는 흙탕물 고리 위로 뛰어오르는 숭어를 물 표면에서 기다리다 낚아채지만 벨리즈에서는 흙탕물 속에서 사냥하는 점이 다르다.

연구자들은 “펄을 휘적셔 흙탕물이 일어나면 물고기에게는 장벽으로 작용해 이를 뛰어넘으려 한다”며 “물고기들이 혼란에 빠지고 방향을 잃어 집단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흙탕물 고리를 만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에서는 숭어떼가 흙탕물 위를 뛰어넘었지만 벨리즈에서 돌고래가 노리는 먹이가 어떤 종류인지는 아직 모른다”고 덧붙였다.

위성 사진으로 흙탕물 고리 사냥법이 광범하게 퍼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에릭 라모스 외 (2021) ‘해양 포유류학’ 제공.
위성 사진으로 흙탕물 고리 사냥법이 광범하게 퍼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에릭 라모스 외 (2021) ‘해양 포유류학’ 제공.

그렇다면 어떻게 플로리다와 벨리즈의 돌고래가 비슷한 사냥법을 구사하게 됐을까. 연구자들은 거리가 멀어 돌고래 사이에 직접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 논문은 “서식지의 특성이 비슷해 두 지역 돌고래가 유사한 사냥법을 제각기 고안하게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인공위성을 사진을 통해 이런 흙탕물 고리 사냥 흔적이 광범하게 분포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리의 지름은 4.6∼14.7m 범위였다.

큰돌고래 어미와 새끼. 뛰어난 지능으로 지역 여건에 맞는 새로운 사냥법을 개발한다. 피터 애스프레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큰돌고래 어미와 새끼. 뛰어난 지능으로 지역 여건에 맞는 새로운 사냥법을 개발한다. 피터 애스프레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큰돌고래는 서식지의 특성과 먹이 등에 적합한 기발한 사냥법을 잘 고안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만에서는 얕은 해변으로 물고기떼를 몰아 땅에 걸려 퍼덕이는 물고기를 좌초를 무릅쓰고 잡아먹는다.

샤크만의 큰돌고래는 해면을 코끝에 걸치고 초음파 반향 장치에 잘 포착되지 않는 바닥 물고기를 쫓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브라질 라구나의 큰돌고래 무리는 해변에 투망을 들고 늘어선 어부들을 향해 숭어떼를 몰아주고 그물을 피해 우왕좌왕하는 물고기를 사냥한다.

인용 논문: Marine Mammal Science, DOI: 10.1111/mms.1285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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