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경력이 6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러 병원을 다녀본 결과 좋은 동물병원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길을 걷다 보면 동물병원이 많이 보인다. 예전에는 나와 상관없는 장소라고 생각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히끄와 함께 살고부터는 유심히 보게 된다. 동물병원이 많으면 선택지가 다양할 줄 알았는데 막상 좋은 곳, 정확히는 나와 맞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특히 제주도는 사람 병원도 그렇지만 동물병원도 시내에 집중되어 있어 자동차로 왕복 2시간이 걸린다. 인터넷 ‘맘카페’에 소아과 추천 문의글이 자주 올라오는 것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인도 똑같다. 고양이 커뮤니티에도 빠지지 않는 주제가 ‘어느 동물병원에 가야하는가?’이다.
예전에 반려동물 문화행사를 마치고 동물병원 원장님들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좋은 동물병원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주제가 나왔다. 원장님들은 수의사들이 존경하는 수의사가 있는 곳이 좋은 병원이라고 했다.
평범한 책상 같지만 온열 시트가 설치되어 있어서 따뜻하다. 이런 세심함을 가진 동물병원이 좋다.
최근에 만났던 한 국립대 수의학과 교수님은 다양한 임상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반려동물 간식 업체 대표님은 “진정한 고수는 동물병원이 아닌 대학병원에 있다”며 신제품을 준비할 때마다 자문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렇게 좋은 동물병원에 대한 의견이 조금씩 달랐다.
히끄가 다니는 동물병원은 4~5곳이다. 같은 증상에도 치료 여부와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갈 곳을 선택한다. ㅎ동물병원은 서울에 있다. 2차 병원이라 임상경험이 다양하고 MRI와 CT가 있어서 제주도에서는 할 수 없는 검사를 할 때 찾는다. 히끄 담당 내과 과장님은 사소한 부분까지 기록할 정도로 꼼꼼하게 진료를 해주신다. 유일한 단점이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꿀고양이 히끄이지만 동물병원은 무서워서 아부지에게 안겨있다.
평소에는 제주에 있는 ㄴ동물병원에 간다. 원장님이 진료와 설명을 잘해주시지만 여기도 단점이 있다. 예약이 되지 않아서 기본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약을 먹여야 할 경우에는 ㅋ동물병원으로 간다. 이곳은 ‘약 맛집’이다. 캡슐 사이즈를 제일 작게 조제해줘서 약 먹이기가 편하다.
동물병원은 조제비를 따로 받는데 유일하게 조제비가 아깝지 않는 곳이다. 온라인 메신저로 히끄의 상태가 어떤지 수시로 체크해주기도 하는 등 세심한 부분이 돋보인다. 스케일링이나 발치가 필요할 때는 치과 특과 동물병원인 ㅁ동물병원으로 간다.
반려인에게 동물병원은 내 새끼 살리면 좋은 병원, 내 새끼 아프게 하면 나쁜 병원일 수밖에 없다. 반려인에 따라 며칠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도 당장 여러 검사를 해야하는 과잉진료를 원할 수가 있다. 반려인들의 성향도 다양하니 다 맞추기란 힘들다. 내가 최악의 동물병원으로 생각했던 곳을 어느 반려인은 최고의 동물병원이라고 말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민박 손님 중에 수의사가 와서 가정방문 진료를 받는 중이다.
반려인 경력이 6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러 병원을 다녀본 결과 좋은 동물병원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공감과 설명을 잘해준다는 것이다. 아무리 시설이 좋고 실력이 있어 보여도 이런 점이 충족되지 않으면 다시 찾지 않게 된다. 결국 좋은 동물병원과 아닌 병원을 가르는 기준은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와 반려인에 대한 공감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 아부지·<히끄네 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