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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히끄처럼 아부지도 다이어트냥!

등록 2020-10-07 09:59수정 2020-10-07 10:07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히끄와 함께 하는 달콤한 후식 시간. 세상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고, 맛있는 거는 살이 찐다.
히끄와 함께 하는 달콤한 후식 시간. 세상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고, 맛있는 거는 살이 찐다.

히끄는 브리티시 쇼트 헤어(British Shorthair)다. 종 특성상 머리가 크고 다리는 짧아서 비만이 되면 관절에 무리 갈 수 있어, 관절 보조제를 챙겨 먹이고 체중 관리를 해주고 있다. 집사의 관리 덕분에 5.3㎏이라는 적정한 몸무게를 유지 중이다.

히끄의 체중을 알려주면 그거 밖에 안 나가냐고 대부분 놀라지만, 얼굴이 큰 거지 몸은 아담하다는 사실을 말하면 수긍하는 분위기가 된다. 다이어트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 할 때마다 히끄가 눈으로 ‘아부지도 덩치가 만만치 않다냥. 왜 나만 다이어트를 해야 하냥. 비만은 유전이다냥!’ 욕하는 것 같았지만, 모른 척하며 수북한 고봉밥을 깎아서 히끄 밥그릇에 담는다.

내가 한참 살이 쪘을 때 무표정으로 있으면 히끄와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히끄와 함께 살면서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키운 정이 낳은 정 못지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닮았다는 말이 좋았다. 내 눈에는 히끄가 차은우를 닮았지만, 강호동을 닮았다는 댓글을 보면 부정할 수 없다.

히끄는 먹는 거에 비해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 부럽다. 먹고 바로 잠을 자도 괜찮고, 심지어 살이 찌면 더 귀엽다.
히끄는 먹는 거에 비해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 부럽다. 먹고 바로 잠을 자도 괜찮고, 심지어 살이 찌면 더 귀엽다.

‘그럼 나도 강호동을 닮은 건가?’ 거울을 보게 된다. 사랑하면 닮는다고 결혼사진을 보면 서로가 남매처럼 닮은 경우가 많은데, 반려인과 반려동물도 닮아 보일 때가 있다. 닮아서 끌리는 건지, 살다 보니깐 닮아 보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히끄의 큰 얼굴에 반했다. 히끄가 얼굴이 작고 마른 고양이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 같다.

반려동물은 살이 쪄도 귀엽지만, 반려인은 아니다. 평소 움직임이 적고 편한 옷만 입다 보니 살이 많이 쪘고 어느 순간 내 몸을 포기하게 됐다.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는 조금이라도 날씬하게 보이려고 검은색 옷을 입거나 정면을 보지 않았다. 전체 샷보다 상반신 샷을 요구했다.

앉아서 원고를 쓸 때면 입이 심심해서 하이에나처럼 먹을 게 있나 주방을 서성였다. 글을 쓰려고 먹는 건지, 먹으려고 글을 쓰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살을 빼도 금방 요요가 오고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게 싫어서 오랜만에 마음을 잡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히끄를 보면서 “머리가 커도, 살이 쪄도 귀여운 네가 부럽다”며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잠을 잔 지 4개월, 10kg을 감량했다.

운동을 너무 싫어하지만, 요요가 오지 않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운동을 너무 싫어하지만, 요요가 오지 않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아직 목표 체중이 남았지만 나를 압박하던 옷이 여유가 생겨서 편하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제일 좋은 건 버릇처럼 커피를 마시는 것과 수분은 오직 카페인으로만 섭취하는 생활 습관을 바꿔서 건강해진 것이다. 덕분에 히끄도 아침에 일어나면 내 물을 뺏어 먹는 거로 하루를 시작한다.

뻔한 말이지만 처음이 힘들지 꾸준하게 하면 자기 것이 된다는 걸 경험했다. 어느 덧 2020년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우리의 일상을 찾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전문가들은 그날이 빨리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상황을 우울해 하지 말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2020년 1월 1일에 다짐했던 신년계획이 뭐였는지 뒤돌아보고 남은 100일을 의미 있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 아부지·<히끄네 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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