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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핵인싸’ 히끄에게 동생이 없는 이유

등록 2020-07-14 11:01수정 2020-07-14 11:20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길고양이 때의 히끄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흰 고양이가 오조리에 나타났다.
길고양이 때의 히끄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흰 고양이가 오조리에 나타났다.

내가 히끄와 함께 살고 있는 마을인 오조리에 유기묘로 보이는 흰 고양이가 나타났다. 최초 발견자이자 동네 친구인 한카피님이 하늘색 예쁜 눈을 가진 고양이라서 ‘하끄’라고 불렀다. 하끄는 길고양이 때의 히끄처럼 며칠 낯을 가리다가, 한카피님 집이 안전하다고 느꼈는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부비부비를 하고, 거침없이 집안을 마음대로 들어와 누워있는 친화력을 뽐냈다.

히끄와 함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흰 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쓰인다. 특히 흰 고양이가 길고양이라면 누군가로부터 버려졌을 확률이 매우 높다. 흰 고양이는 털 색깔 때문에 멀리서 한눈에 잘 띄고, 하얀 털은 금방 더러워지기 때문에 다른 색의 고양이에 비해 행색이 유난히 남루하게 보여서 짠한 부분이 많다.

다행히(?) 나는 얼마 전 주변에 “온전히 히끄에게만 집중하겠다”라며 외동 선언을 한 후라서 히끄를 닮은 하끄가 마음이 쓰였지만, 멀리서 지켜보기로만 했다.

히끄는 길고양이 때도 고양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서 동생이 생겨도 잘해줄 것 같다.
히끄는 길고양이 때도 고양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서 동생이 생겨도 잘해줄 것 같다.

언젠가 인연이 닿는다면 히끄의 동생도 입양할 계획이 있었지만, 히끄가 살아있는 동안 다른 고양이를 들일 생각은 없다. 한때 히끄의 동생을 생각했을 때, 다묘 가정의 민박 손님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사이가 좋지 않다며 시간을 되돌린다면 둘째는 들이지 않았을 거라는 고민을 자주 토로했다.

서로를 그루밍해주고, 잠잘 때 끌어안고 잠을 자는 사이좋은 모습은 극히 드물다. 고양이 친구 썬더네 집에 놀러 가서도 자기 집인 양 썬더와 잘 지내는 히끄를 보면서 고양이 합사는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썬더는 자기 캣타워를 뺏기고, 갑작스런 흰둥이 녀석의 등장에 당황한 눈치였지만, 어쨌든 히끄는 다른 고양이를 만나면 잘 놀아서 동생이 생겨도 잘해줄 거라 의심치 않는다.

그럼에도 히끄가 아닌 다른 고양이를 못 들이는 큰 이유는 책임감이 뭔지 알아버려서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히끄는 분명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지만, 돈과 시간을 부족함 없이 주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친구네 고양이 '데이'가 놀러 왔을 때 히끄가 일방적으로 쫒아다녔다. 데이는 그런 히끄가 부담스럽다.
친구네 고양이 '데이'가 놀러 왔을 때 히끄가 일방적으로 쫒아다녔다. 데이는 그런 히끄가 부담스럽다.

히끄와 함께 살기 전, 막연하게 예상했던 책임감과 함께 살고 난 후에 경험으로 느꼈던 책임감의 무게는 너무나도 달랐다. 다른 고양이를 들이고 싶은 욕구가 찾아온다면, 동물병원 결제 영수증을 주기적으로 보는 걸 추천한다. 혼자 지내는 게 심심해 보여서 둘째를 들인다면 심심한 두 마리의 반려동물이 생길 수 있다.

히끄는 외동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함께 지내고, 사냥놀이를 매일 해주기 때문에 외로워하진 않는다. 분명한 건, 첫째가 외로울까 봐 둘째를 들이는 건 아니다. 반려인의 일방적인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다른 이유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사랑은 어쩔 수 없이 나눠지기 마련이고, 두번째 입양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 하끄는 한카피님이 집 안에서 임시 보호를 했고, 아주 훌륭한 입양자가 나타났다. 하늘색 눈을 가진 꿀 고양이라는 뜻을 가진 ‘하꿀이’라는 이름으로 개명 후 육지로 입양 갔다.

이신아 히끄아부지·<히끄네 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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