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고양이로 대규모 추적조사를 한 결과 ‘외출냥이’의 이동 범위는 대부분 반지름 100m를 벗어나지 않았다. 롤런드 케이스 제공.
야생성을 잃지 않은 반려동물인 고양이는 이중생활을 한다. 낮에는 주인에게 어리광을 부리다가도 밤이 오면 다른 모습으로 외출한다. 단독주택에서 기르는 고양이에 ‘외출냥이’가 많다. 이들은 밖에 어디로 나가 무얼 할까. 반려인은 찻길을 건너거나 싸우다 상처를 입고 병균을 묻혀 올까 걱정이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은 고양이가 야생동물을 너무 많이 잡아먹지 않을까 불안하다.
야생에서 고양이는 저물녘과 해뜨기 직전 가장 활발하게 사냥한다. 먹이를 찾고 짝짓기를 위해 영역을 지키는 것은 길고양이나 들고양이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집에 먹이가 있고 중성화한 외출냥이라면 그런 욕구는 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도 자기 영역을 순찰하고 다른 고양이와 사귀거나 싸운다. 길을 건너고 색다른 먹이와 마실 물을 찾는다. 사람에서 벗어나 본능을 충족하는 시간이다.
고양이의 외출 행동을 세계 최대 규모로 조사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연구자들이 시민과학자들의 참여로 무려 925마리의 외출 냥이에게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밤사이 움직임을 3분마다 추적했다. 과학저널 ‘동물 보전’ 최근호에 실린 연구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고양이들의 이동 범위는 매우 좁았다. 조사한 대부분은 반지름 100m 범위에 머물렀다. 집 마당이나 이웃 공터를 어슬렁거리는 정도였다.
물론 예외도 있다. 뉴질랜드의 한 젊은 암컷은 언덕을 넘어 2㎞ 떨어진 곳을 1주일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 활동범위는 8㎢에 이르렀다. 조사 대상의 7%만이 0.1㎢ 이상을 돌아다녔다. 예상대로 농촌에 사는 젊은, 중성화 안 한, 수컷이 더 많이 다녔다. 자동차 위협도 현실로 확인됐다. 고양이들은 6일 동안 평균 4.5회 도로를 횡단했고, 조사 대상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
고양이가 대부분 자연 속을 휘젓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야생동물에게 희소식이다. 그러나 집 근처의 새나 소형 포유류, 파충류 등을 월평균 3.5마리꼴로 잡아먹었다. 연간 ㏊당 14∼39마리꼴이다. 고양이의 높은 밀도를 고려하면, 야생동물에 끼치는 영향은 야생 포식자의 2∼10배에 이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가 근처에 멸종위기 동물이 산다면 매우 큰 위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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