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절반 이상이 소음에 민감해 때로는 공포와 불안, 스트레스에 휩싸인다. 일상적인 가정 소음이 개의 복지에 끼치는 영향이 주목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개는 청각이 예민해 작은 소리도 잘 듣지만 천둥이나 폭죽 소리에 화들짝 놀라 불안에 떨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드문 큰 소음뿐 아니라 집안에서 일상적으로 들려오는 소음에도 개들은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엠마 그리그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수의학자 등은 개를 기르는 386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온라인 영상 분석에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과학저널 ‘수의과학 최전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주 저자인 그리그는 “소리에 민감한 개가 많다는 것은 대개 알지만 흔하다고 생각하는 소음에도 개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는 과소평가한다”며 “많은 반려인이 개의 몸짓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보통 불안한 개는 몸을 움츠리고 구석에 처박히며 덜덜 떤다. 그러나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개가 보이는 훨씬 미묘한 행동은 반려인이 잘 알아채지 못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숨 헐떡이기, 입술 핥기, 외면하기, 귀 뒤로 젖히기, 머리를 어깨 아래로 늘어뜨리기, 뻣뻣하게 몸 굳기 등이 그런 예다.
소음 영향은 입술 핥기 같은 미묘한 행동으로 표현된다. 개의 몸짓언어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이다. 픽사베이 제공.
설문조사에서 반려인들이 주로 밝힌 가정 소음에 대한 개의 반응은 짖기, 구석으로 물러나기, 서성대기가 가장 흔했다. 소음 종류로는 천둥·폭죽 같은 큰 소리에 대한 반응이 가장 흔했고 이어 시계 알람, 화재 감지기, 휴대전화 벨 소리 등 높고 단속적으로 울리는 소음이었다.
세탁기나 건조기, 식기세척기, 진공청소기, 선풍기 등 지속적이고 낮은음에 대한 반응은 그다음을 차지했다. 흥미롭게도 개가 극단적으로 소음에 반응하는 사례는 폭죽이나 천둥 같은 큰 소리보다는 단속적인 고음의 경보음에 더 많았다.
연구자들이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속에서 가정 소음에 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조사한 결과 지속적인 저음과 단속적인 고음 모두에 불안과 공포 반응을 보였다. 논문은 “진공청소기 같은 지속 저음에 대해서는 짖거나 물려고 하는 등 흥분상태와 관련된 행동과 입술 핥기와 귀 젖히기 같은 공포 행동이 모두 나타났다”며 그러나 “연기 감지기 경보음 같은 높고 단속적인 소음은 훨씬 문제가 많아 몸을 떠는 등 강한 공포 반응을 보였다”고 적었다.
청각이 예민한 개에게 사람이 들리지 않는다고 초음파 발생 장치 등을 부착하다가 불필요한 고통을 안길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
개는 사람보다 고음에 민감하고 소리를 증폭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1000∼8000㎐의 고음을 잘 듣는다. 가정에 설치된 연기 감지기는 깊이 잠든 사람을 깨우기 위해 주파수 3000㎐의 경보음을 75㏈ 세기로 낸다.
연구자들은 “연기 경보음은 사람이 듣기에 약간 시끄러울 정도이지만 개에게는 고통스러울 정도의 소음일 수 있다”고 밝혔다. 사람은 48살 이후 청력이 감퇴하지만 젊은 개일수록 청각이 예민해 이런 불일치는 심해진다.
연구자들은 극단적인 예로 멀쩡하던 개가 갑자기 극심한 불안증에 시달려 진단했더니 아무런 의학적 이상이 없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나중에 밝혀진 원인은 해충을 막기 위해 개에 부착해 준 초음파 발생기였다.
연구자들은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게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초음파 발생장치를 제거하자 개는 즉각 회복했다”며 “가정의 일상용품 가운데는 이처럼 초음파를 발생하는 장치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가정 소음과 개의 반응을 담은 영상에서도 사람과 개의 소음 감지능력의 불일치가 종종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반려인은 자신의 개가 공포 불안 스트레스를 표현하는데도 이를 잘못 해석하거나 부정적으로 대응하곤 한다”며 “특히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원인이 흔한 일상일 때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그리그는 “개는 고통스러워하는데 많은 주인은 걱정하기보다 그런 모습을 재미있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는 소리보다는 몸짓언어로 소통하기 때문에 그 언어를 이해할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개의 복지뿐 아니라 불안이 초래하는 행동문제로 버려지거나 안락사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용 논문: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 DOI: 10.3389/fvets.2021.760845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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