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가 어때서 그러냥! 병원에 와서 시무룩한 표정이다.
지난 겨울 히끄에게 노란 콧물이 나오는 증상이 생겨서 제주시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혈액 검사 결과 정상이고, 식욕이나 컨디션에 이상이 없어서 지켜보자는 소견을 들었다. 나 또한 히끄가 길고양이 시절부터 콧물 흘리는 모습을 자주 봐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겨울 내내 킁킁거리다가 하루에도 3~4번 콧물을 배출했다. 난방 때문에 집이 건조해서 그러나 싶어 가습기를 사용하며 습도계로 확인까지 했지만 증상은 완화되지 않았다.
다양한 검사가 필요해 보였다. 그런데 제주에는 코 속의 공간인 비강을 볼 수 있는 비강경이 있는 동물병원이 없고, 시티(CT∙컴퓨터단층촬영) 기계도 제주대학교에 딱 한 대 뿐이라 히끄와 함께 서울행을 택했다.
히끄가 제주 우리 집에서는 볼 수 없는 자동차 행렬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다.
히끄는 비행기를 열 번 넘게 타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이동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제주에 오래 살다 보니 육지보다 의료 수준이 열악하다는 걸 경험해서 히끄가 아프면 언제든지 들쳐 업고 비행기를 탈 계획을 했던 터라 부담되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로 이동이 예민한 시기여서 개인 위생을 철저하게 하려고 마스크와 뿌리는 소독제를 제일 먼저 짐 속에 챙겼다.
서울에 가기 전, 정확한 진단을 위해 수의사에게 보여줄 코를 푸는 영상을 찍어야 했다. 히끄가 코를 풀고 콧물을 먹어버리는 등의 증거 인멸을 하고, 못 먹게 하면 도주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자동차 안에서 짜장면을 먹으며 범인을 감시하는 형사처럼 히끄가 언제 코를 풀지 몰라서 계속 휴대폰을 들고 대기했다. 결국 다년간 에스엔에스 업로드용 사진을 찍어본 순간포착의 경험을 살려서 촬영에 성공했다.
전에는 항상 육지 집에서 머물렀지만 이번엔 일정이 짧았고,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물병원과 가까운 호텔을 예약했다. 히끄가 다른 고양이에 비해 낯선 공간에 대한 적응력이 높은 편이지만, 집과 같은 안락함을 주기 위해서 밥그릇과 화장실 외에 매일 가지고 노는 장난감까지 챙겨 갔다.
서울 가는 당일엔 히끄에게만 집중하려고 미리 호텔에 양해를 구하고 짐을 택배로 보냈다. 히끄가 이런 아부지의 노력을 알았는지, 호텔에 적응을 빨리 해서 오히려 내가 히끄의 호캉스를 방해하는 기분이 들었다.
서울에도 비강경과 시티가 동시에 있는 동물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마취를 하고 촬영을 하려면 검사가 필요했고, 모든 걸 하기에는 일정이 짧았다. 콧물을 채취해서 검사하는 상부호흡기 피시아르(PCR·유전자증폭검사) 결과 모든 바이러스에 대해 음성으로 나왔다. 고민 끝에 내과적인 처치를 먼저 하고,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다시 검사하기로 했다.
부비동염에 대한 처방약을 받아서 제주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항상 히끄를 혼자 두고 외출하면 마음이 쓰여서 집에 돌아올 때 발걸음이 빨라졌는데, 히끄와 함께하는 여정이어도 어서 제주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의 짧은 생활이 조용한 오조리 시골 마을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신아∙히끄아부지 <히끄네 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