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사람의 몸짓으로부터 마음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갓난아기는 6개월부터 눈으로 엄마의 시선과 몸짓을 따른다. 첫 돌이 되기 직전부터는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몇 달 안에 이 행동을 ‘저거 줘’하는 요구와 ‘저거 좀 봐’라는 정보 전달에 능숙하게 쓰게 된다.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는 상대의 관심을 손끝 너머로 돌리는 가장 인간다운 사회적 소통 방식의 하나다. 상대의 마음 상태를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의 증거이기도 하다.
사람 말고 ‘손가락 소통’에 능숙한 동물이 또 있는데, 바로 개이다. 직접 가리키지는 못하지만, 사람이 내민 손끝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의도가 담긴 가리키는 방향에 주목한다. 개는 사람의 손가락뿐 아니라 발, 팔꿈치, 고개 끄덕임도 이해한다. 또 일시적으로 방향을 가리킨 뒤 그쪽으로 가기 전에 팔을 내려도 가리킨 목표물을 쉽사리 찾는다.
개의 이런 소통 능력은 사람 버금가는 인지능력을 보유한 침팬지보다 뛰어나다. 카타리나 키르히호퍼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원 등은 2012년 과학저널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에서 20마리의 침팬지와 32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사람이 가리키는 물건을 가져오는 실험을 한 결과 개가 더 나은 성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개가 불투명한 컵 속에 먹이가 숨겨져 있음을 정확히 알아챈 데 견줘 침팬지는 컵 자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의 이런 능력이 늑대가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생겼는지 또는 개별적으로 개가 학습해 획득했는지를 두고 오랜 논란이 일었다. 훈련을 통해 능력이 향상되기는 하지만 가축화 과정에서 애초에 획득된 형질이라는 설명이 유력하다. 늑대가 손가락 소통에 서투르고, 사람의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들개도 사람의 손가락 제스처를 잘 알아듣는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는 그것을 뒷받침한다.
헝가리 연구자들은 개 가운데서도 협동작업을 하도록 육종된 사냥개나 양치기 품종이 독립적인 일을 하는 집 지키기 품종견보다 손가락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유전적으로 타고났다는 쪽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새가 노래를 배우는 것처럼 개들은 타고난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의 의도를 쉽사리 알아챈다. 어쩌면 사람과 협동 사냥을 한 최초의 늑대가 개였는지도 모른다.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