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자꾸 흔들거리며 놀자고 해서 짜증이 난 표정이다. 경고의 표시로 꾹 눌러 진압한다.
설날은 제주에서 만난 친구들과 명절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히끄의 6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그러고 나니 어느덧 2월이다. 봄을 알리는 입춘이 와서인지 매서운 바람 대신 따뜻한 햇볕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히끄와 함께 사는 집은 습한 기운이 있는 제주의 시골집이지만, 햇빛이 잘 들어오는 남향인 덕분에 고양이가 자주 걸린다는 곰팡이성 피부병 없이 잘 살아왔다.
히끄는 아침에 일어나면 나를 조종해서 안방 문을 열게 한다. 고양이답게 햇빛을 좋아해서 쪼르르 거실로 나가서 햇볕이 닿는 따뜻한 바닥에 좌로 굴러 우로 굴러 햇살 샤워를 한다. 그러다 마찰 때문에 정전기가 일어나면 깜짝 놀라서 ‘우다다’(고양이가 갑자기 뛰어다니는 본능적인 행동)를 한다. 자주 목격되는 모습인데 여러 번 같은 반응을 하는 히끄를 보면 ‘똑똑하지 않아도 네가 행복하면 됐지’라는 생각이 든다.
초 하나 꽂는 형식적인 생일이지만, 한 해 동안 잘 지내 온 걸 축하하는 우리만의 의식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내 아이가 천재일지도 모른다고 한 번쯤 느낀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이가 자라면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아이라고 깨닫게 된다. 나도 히끄와 함께 살면서 다른 고양이에 비해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심심하면 인형이 있는 수납함을 앞발로 뒤적거려서 꺼내고, 배고프면 간식을 달라고 냉장고 옆에 앉아 있다. 이것 외에 학습력이 좋아서 ‘앉아’ ‘손’ ‘안녕하세요’를 할 수 있다. 단, 눈앞에 간식이 있어야 한다.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고양이다.
기억력은 또 얼마나 좋은지 백번 잘해줘도 한번 잘못한 걸 오랫동안 기억한다. 칫솔과 발톱깎이가 있는 서랍을 열면 침대 밑으로 도망간다. 제아무리 말 잘 듣는다고 소문난 ‘엄친묘’라 해도 싫어할 자유는 있기에 히끄의 의사를 존중하며 양육했다. 원래 영재를 양육하기가 더 힘들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내 아이가 평범한 아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은 오게 마련이다. 히끄가 자기 발가락을 입에 넣는 아기처럼 자신의 꼬리를 자기 것인지 모르고 행동하곤 한다. 꼬리를 째려보면서 솜방망이를 휘두를 땐 언제고, 사이좋은 모습으로 정성스럽게 그루밍해준다. 잠잘 때 꼬리가 방해하면 꼬리를 살포시 눌러서 재워주는 의젓한 모습도 보인다.
걸어 다니면서도 꼬리를 좌우로 격하게 흔든다. 히끄는 뒤에서 꼬리가 이러는 줄 알고 있을까?
히끄의 동생 ‘히꼬’ 또는 제2의 자아가 분명하다. 히끄가 꼬리를 대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얀 털 색깔만큼이나 백치미를 느낄 수 있다.
히끄가 꼬리를 자신의 것인지 모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히끄의 꼬리가 유독 활발해서 그런 것 같다. 고양이를 처음 키워봐서 다른 고양이도 히끄처럼 꼬리를 많이 흔드는 줄 알았다. 히끄의 꼬리를 목격하는 집사마다 “우리 집 고양이는 안 그런데, 히끄는 꼬리를 쉴 새 없이 흔든다”는 말을 한다. 그러고 보니, 잠잘 때도 꼬리를 흔들고 있어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개하고 함께 자랐을까?’라는 의심을 했지만 개를 볼 때마다 정색하는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티브이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식으로 끝맺자면, 동생을 바라는 히끄의 간절한 소망이 낳은 현상이 아니었을까?
이신아 히끄아부지·<히끄네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