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의 산책은 개뿐 아니라 사람의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정기적인 걷기가 육체 활동을 늘리고 고립감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퇴근하는 반려인을 현관에서 반갑게 맞는 개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공원에서 이제껏 놀다 오니? 나도 좀 나가자.” 피곤해도 개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실은 이렇게 나가자는 개 덕분에 우리는 더 건강해진다.
누구나 짐작하는 이런 개의 ‘건강 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많다. 무엇보다 개를 데리고 주기적으로 걷는 효과가 크다. 이 밖에도 사회적 고립을 피하고 우울감을 덜고 혈압이 떨어지는 효과도 밝혀졌다.
지난해 4월 캐리 웨스트가스 영국 리버풀대 수의학자 등의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논문을 보면, 개를 기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견줘 ‘운동 지침’인 주 150분 걷기 달성률이 4배나 높았다. 소형견 등의 이유로 전혀 산책에 나서지 않은 10%를 뺀 나머지 견주는 평균 주 248분을 걸었다.
흥미로운 건, 개를 운동시키느라 다른 신체활동은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반대로 개를 기르는 사람은 조깅과 자전거 타기 등 여가 운동량이 훨씬 더 많았고, 아이들에게 이런 효과가 두드러졌다.
개를 기르면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것을 방대한 자료와 장기간의 후속연구를 통해 입증한 연구결과도 최근 나왔다. 투베 팔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 등 스웨덴 연구자들은 미국 심장협회가 발간하는 과학저널 ‘순환’ 8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과거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린 사람 가운데 개를 기른 이들의 사망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1∼2012년 동안 40∼85살 사이의 전국 환자 등록 명부와 의무조항인 개 등록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33만여 환자를 조사했다
특히 홀로 사는 사람의 수명연장 효과가 컸다. 심장마비를 앓은 뒤 배우자나 아이와 함께 살면서 개를 기르는 사람은 개가 없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15% 낮았지만, 홀로 사는 사람은 그 비율이 33%에 이르렀다. 뇌졸중 환자도 그 비율이 각각 12%와 27%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심혈관계 환자가 개를 기르면 지속해서 운동을 하고 우울증이 감소하며, 운동 과정에서 이상 증상을 일찍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보았다. 결국, 개를 산책시키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공중보건을 향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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