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촬영의 첫 번째 관문은 배털 미용이다. 추워지기 전에 미용해서 다행이다.
나는 병원을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할 정도로 건강하다. 평소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노력하는 것도 없는데 타고난 건강 체질인 듯하다. 아직 젊고 크게 아파본 적이 없어서 내 걱정은 없지만 반려 고양이 히끄의 건강은 염려되어 신경 쓰고 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눈곱이 꼈는지 콧물을 흘렸는지 확인하고, 유산균과 영양제를 챙겨준다. 1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소변, 혈액, 혈압, 초음파, 엑스레이 촬영 등 종합건강검진도 한다. 히끄는 현재 질병이 없어서 1년에 한 번이지만, 노령묘나 질병이 있는 고양이는 3~6개월에 한 번 검진이 필요하다.
히끄가 궁금한 동물병원 고양이 뱅강이. 희끄무레해서 히끄와 뱅갈고양이라서 뱅강이의 만남이다.
며칠 전 1년에 한번 찾아오는 히끄의 건강검진 날이 됐다. 평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료를 주는데, 그 날은 공복 상태로 동물병원에 가야 해서 아침을 주지 않았다. 병원 가는 걸 모르는 히끄는 밥 달라며 뽀뽀하고 애교를 부렸지만, 돌아온 것은 이동장 감금이다. 히끄가 다니는 병원은 예약이 되지 않아 가급적 병원에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출발했다. 전날 받아놓은 소변과 검사할 때 먹일 간식도 챙겼다.
도착하니 동물병원 고양이 뱅강이가 히끄를 격하게 맞이해줬다. 이동장 안에 있는 히끄와 놀고 싶은지, 이동장을 물어뜯다가 저지당했다. 동물병원에 사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핵인싸’ 기질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
초음파를 방광부터 장기까지 광범위하게 보기 위해서 배에 난 털을 밀었다. 다행히 히끄는 병원에 가면 얌전한 편이다. 집에서 미용하면 싫어하는 티를 내는데 오히려 병원에서는 모범생인 척 말을 잘 듣는다. 스틱형 간식만 있으면 피를 뽑고 배털을 밀어도 괜찮다. 덩달아 옆에서 간식을 짜는 손길도 분주하다.
사람도 건강검진이 힘든데, 동물이라고 다를까? 오랫동안 건강하게 내 옆에 있어줘.
얼마 전, 지인의 고양이가 급하게 수혈할 일이 있어서 혈액형을 알아야 했는데, 제주도에는 고양이 혈액형 키트가 있는 동물병원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피를 뽑은 김에 혈액형 검사와 항체가 검사까지 했다. 히끄는 A형이었고(고양이는 90% 이상 A형이다) 항체를 가지고 있어서 추가 예방접종은 안 했다. 전체적으로 건강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만 체중 조절이 조금 필요하다는, 히끄만 빼고 모두 수긍하는 결과도 들었다.
내게 히끄는 나의 수명을 나눌 수 있다면 기쁘게 나눌 만큼 소중한 존재다. 수의학 발전으로 동물의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지만, 사람에 비하면 너무 짧다. 반려동물이 진료를 잘 받는 편이라면 1년에 한 번 이상 건강검진을 하는 걸 권한다.
검진비가 들지만 질병이 악화되기 전에 발견하면 오히려 병원비와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고양이가 예민하다면 고양이 친화병원을 찾아가면 된다. 특히 고양이는 아프면 숨기려는 본능이 있고,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못 하니 평소에 행동을 잘 관찰해야 한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의 사소한 행동에 신경을 쓰고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반려인과 반려동물 사이에서도 이런 관심과 밀당은 매우 중요하다.
이신아 히끄아부지 <히끄네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