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일주일간 넥카라를 해야 하지만, 회복이 빨라서 하루만 했다.
한 달 유급휴가를 받아서 제주도에 가을여행 왔다는 직장인이 민박 손님으로 방문했다. 로또 1등 당첨자를 제외하고 누군가 부럽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데, 그 손님에게는 ‘부럽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자영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쉬고 싶을 때나 여행 가고 싶을 때, 가게 문을 닫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자영업 선배인 아빠는 종종 본인의 직업을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있다고 비유했는데,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막상 민박을 운영해 보니 쉬는 날에는 그 만큼의 수입이 없어져서 편히 쉴 수 없다.
긴 휴가는 없을 거라 했는데, 민박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길게 10일의 휴가를 히끄와 함께 떠났다. 이번 휴가의 주목적은 서울에 있는 동물치과병원 방문이다.
히끄는 길고양이 시절부터 이빨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 앞니 대부분이 빠지고, 어금니는 캐러멜색을 띤 채 썩고 있었다. 사료를 먹을 때는 잘 씹지 않고, 침을 흘리면서 먹었는데 고양이에 대해 몰랐던 때라 밥이 맛있어서 그러는 줄로만 알았다. 히끄와 함께 살기 시작하고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면서, 심한 구취로 동물병원에 데려간 후에야 ‘치아흡수병변’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치아흡수병변은 이빨이 녹는 증상을 보이는 구강 질환이다. 많은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질환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치료 방법 또한 별다른 게 없어서 치아흡수병변 증상을 보이는 이빨이 더 녹기 전에 발치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3년 전, 어금니 4개를 발치했다.
뿌리가 녹아서 이빨의 역할을 못 하고 있었지만, 발치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히끄의 의견을 물어볼 수 없어서 더 그랬다. 하지만 발치를 하지 않으면 음식을 씹을 때마다 통증을 느껴야 한다는 게 마음 아팠고, 잇몸으로도 건사료를 잘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위안이 됐다.
발치 후 3년 동안 남은 이빨이라도 지켜주고 싶어서 양치를 꾸준히 해줬지만, 잇몸이 빨갛고 치석이 끼어 있는 게 보였다. 반려동물 스케일링은 마취를 반드시 해야 하는데, 그게 걱정이 돼 미루다가 전문병원을 예약했다.
히끄는 비행기를 10회 타봤고, 이동 중에 “야옹” 소리 없이 얌전하다. 스트레스와 사고가 없도록 신경 쓰는 건 온전히 내 몫이라서 그 부담감에 비행기 타기 전날 밤, 잠을 설쳤다. 다행히 별 탈 없이 육지 집에 도착했다.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이동장 포함 7Kg 이내여서 기내 탑승이 가능하다. 히끄는 2만원의 비용이 든다.
다음날, 예약해 놓은 병원에 가서 스케일링과 치료를 잘 받았다. 3년 사이 또 치아흡수병변이 생긴 이빨이 있어서 추가로 발치했다. 두려움은 무지에서 오는 걸까? 3년 전, 병원에 갔을 때보다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느꼈다.
걱정이 안 되는 게 아니지만, 내가 불안해하면 히끄는 더 불안해한다고 생각한 뒤로는 병원에 갈 때 무덤덤하려고 애쓴다. 나만큼이나 낯선 곳에서 적응을 잘하는 히끄가 대견하다. 히끄도 나처럼 무덤덤한 척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서 제주도 우리 집에 돌아가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아부지·<히끄네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