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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봄냥이 ‘히끄’가 마당 산책을 한다

등록 2018-04-09 11:39수정 2018-04-09 16:37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마당 산책의 계절인 봄이 왔다
담장에 올라 사뿐사뿐 걸으면
행복이 민들레 씨앗처럼 번진다
하늘이 맑은 날 히끄가 담장 위를 위풍당당하게 걷고 있다.
하늘이 맑은 날 히끄가 담장 위를 위풍당당하게 걷고 있다.
제주도에 완연한 봄이 왔다. 유채꽃이 활짝 폈고, 벚꽃도 휘날려서 괜스레 마음이 들뜬다. 나는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인데도 이런 날씨에 집에만 있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늘이 예쁜 날이면 민박 청소를 끝내고 자전거를 탄다. 시골이라 가는 곳은 도서관, 카페, 마트 순으로 뻔하지만 가는 길마다 꽃길이기 때문에 이걸로 충분하다.

사람도 이렇게 설레는데, 고양이 히끄 또한 동물적 본능으로 봄이 온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봄바람이 단단히 났는지 아침밥을 먹고 나면 산책하러 나가자며 매일 나를 보챈다. 히끄는 길고양이 출신이라서 집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이제 집고양이가 됐고, 개인적으로는 ‘외출냥’으로 지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혼자 절대 내보내지 않는다. 개 역시 이렇게 키우면 안 된다.

우리가 사는 오조리는 조용하고 안전한 시골 마을이지만 고양이에게는 위험 요소가 많다. 밭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농약병, 골목을 쌩쌩 달리는 자동차가 있고, 버림받은 개들이 무리 지어 다니면서 고양이를 쫓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집엔 제주도에 없는 것 중 하나인 대문이 있고,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히끄가 마당 산책하기에 안전한 편이다.

나는 원래 주택보다 아파트 생활을 좋아했지만, 훗날 내가 이사를 하거나 집을 사게 된다면 아파트가 아닌 주택일 것이다. 히끄를 키우고부터 주택 생활 예찬론자가 됐기 때문이다. 히끄가 ‘우다다’해도 층간소음에서 자유롭고, 길고양이 밥을 남의 눈치 안 보고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최고는 히끄와 함께 마당 산책을 하는 것이다.

담장 너머 텃밭 한쪽에 유채꽃이 활짝 피고, 앞집에 동백꽃이 펴서 히끄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길개들이 지키고 있어서 마당 산책으로 만족하고 있다. 아부지가 안전제일주의자인 걸 모르는 히끄는 내가 한눈팔기만을 기다렸다가 담장을 넘어 골목으로 나가려고 한다. 길개들이 없었을 때는 담장을 넘어 골목으로 나가도 내가 항상 같이 있으니 괜찮았지만, 요즘은 안전 때문에 몸줄 하는 연습 중이다. 몸줄 하는 걸 싫어해서 산책 중간마다 몸줄을 하고 푸는 걸 반복한다.

그래도 몸줄을 해야 마당에 나간다는 걸 알아서 몸줄을 꺼내면 현관문을 향해서 빨리 나가자고 ‘야옹’거린다. 현관문을 열어주면 꼬리를 위로 쭉 뻗어 끝부분만 꺾으면서 깡충깡충 마당으로 나간다. 땅바닥에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세 번 이상하고 마당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새를 보고 채터링(새 소리와 비슷한 고양이 소리)을 하고, 개미를 눈으로 쫓고, 날아다니는 나비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 또한 영혼이 충만해진다. 담장에 올라가서 구름을 보고, 따뜻한 햇볕을 쐬며 몸을 그루밍하고, 살랑거리는 바람에 털이 민들레 씨처럼 휘날리면 행복이 번지는 느낌이다. 견주들이 흔히 개와 함께 하는 산책 시간이 행복하다고 하는데, 그 기분을 고양이 집사지만 충분히 알 것만 같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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