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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당신이 버리면 생산한다…괴물이 된 반려동물 산업

등록 2018-02-18 09:00수정 2018-02-18 15:11

[애니멀피플] 개띠 해, 멍멍책을 읽자 ⑤ 72시간

멍멍! 개의 해가 밝았습니다. 애니멀피플과 한겨레21이 설 연휴에 읽을 만한 반려견 책 6권을 골랐습니다. 애니멀피플 기자들과 동물 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 우주대스타 고양이 히끄와 함께 사는 이신아씨가 필자로 나섰습니다.

어린 시절 마당에서 키우던 개들의 출생 내력은 명확했다. 우리 집 쫑은 친구 집 바둑이가 낳은 새끼였고, 다른 개들은 지인의 개가 낳은 새끼거나 다시 그 새끼가 낳은 새끼였다.

반면 요즘은 복잡하다. 펫숍에서 만난 개들은 경매장의 매물로 몸값을 흥정하는 대상이 됐고, 그 전에는 무허가 강아지 공장에서 평생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모견에게서 태어났을 것이다. 입양한 유기견이라면 보호소에서 동물구조단체에 구조된 뒤 임시보호 가정을 거쳐서 왔을 테고, 보호소에 오기까지 많은 고난을 겪었을 것이다.

72시간 만에 안락사당하는 유기견

미국의 저널리스트 킴 캐빈의 책 ‘72시간’은 입양한 유기견 ‘블루’가 어떻게 내게 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한다. ‘72시간’은 미국에서 버려진 개들이 보호소에 머무는 기간인 3일이 지나면 안락사당하는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제목이다.

저자는 블루의 입양 과정을 차근차근 되짚는다. 그 과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개가 새끼를 잔뜩 낳자 주인은 새끼들을 방치하고 학대하다 보호소에 버린다. 보호소에서는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3일 만에 안락사를 시킨다. 입양될 법한 개는 며칠 유예를 두기도 하는데 블루는 학대를 받아서인지 겁이 많다는 이유로 입양 불가 판정을 받았다. 가스실로 가야 할 순간 구조단체가 블루를 보호소에서 빼내서 임시보호소로 갔지만 그곳은 죽음만 피할 수 있을 뿐 환경이 열악했다. 블루는 하루 종일 작은 공간에 갇혀, 고작 4만원이면 치료할 수 있는 피부병을 방치하다 표백제를 사용해 자가 치료했다.

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닌 수집하는 행위에 가까운 ‘애니멀호더’에게 구조된 개들.  경기 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닌 수집하는 행위에 가까운 ‘애니멀호더’에게 구조된 개들. 경기 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한국의 사정은 얼마나 다를까. 중성화 수술을 안 하고 반려견을 키우다 개가 덜컥 새끼를 낳으면 감당할 수 없어 거리에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자체가 위탁하는 보호소의 계류 기간은 10~20일이다. 그곳 보호소에서 해마다 약 5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공식적으로 죽는다. 목숨은 건졌으니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열악한 시설의 사설 보호소도 많다. 거리를 헤매다 ‘로드킬’ 당하거나 보신용으로 누군가의 먹거리가 되는 개도 부지기수다. 책은 제도와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팽창하는 반려동물 산업이 괴물이 되어버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여러 통로로 이제는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 산업의 이면을 많이 알게 되었다. 개를 보호소에서 입양했든 펫숍에서 샀든, 어떤 여정을 거쳐 내게 왔는지 대강은 안다. 내가 만약 개를 포기할 경우, 그 개가 어떤 과정을 겪으며 고통받을지도 어렴풋이 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동물을 쉽게 사고, 버린다. 그리고 버려진 개들이 어떻게 사는지 자세히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알면 마음이 아프고, 외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원하는 세상이 있다면 아는 게 힘!

출판사 ‘책공장더불어’는 동물 책만 출간한다. 학대받고 고통받는 동물에 대한 책이 많다. 잘못을 바꾸고 옳은 일을 격려하는 데 현실을 드러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그런데 번번이 “고통스러운 책 좀 그만 내라” “마음 아파서 보다 덮었다”는 단골 독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알 만큼 아는데도 자꾸 들이미니 불편한 거다. 하지만 같이 고통을 느끼고 아파하다보면 함께 헤쳐나갈 용기도 더 크고 빠르게 생기지 않을까.

얼마 전 드라마에서 “모르는 게 약이라는 걸 아는 게 힘이다”라는 대사를 들었다. 물론 그런 상황도 많다. 하지만 원하는 세상이 있다면 아는 게 낫고, 제대로 알아야 한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

TIP:

‘72시간’, 킴 캐빈 지음·안지은 옮김, 가치창조 펴냄, 1만3500원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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