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개의 해가 밝았습니다. 애니멀피플과 한겨레21이 설 연휴에 읽을 만한 반려견 책 6권을 골랐습니다. 애니멀피플 기자들과 동물 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 우주대스타 고양이 히끄와 함께 사는 이신아씨가 필자로 나섰습니다. 설날 연휴 기간 차례로 소개합니다.
개에게 인간은 무엇일까? 엄마나 아빠? 세계를 주관하는 신? 아니면 음식 자동지급기? 개의 머릿속에 들어가볼 수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는 ‘개들의 숨겨진 삶’에서 제한적이나마 멋진 정의를 내렸다. 우리가 신의 뜻이 신비롭다고 여기는 것처럼, 개들도 인간이 자신들로선 예측할 수 없는 훌륭하고 신비로운 이성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이다.
MRI로 비춰본 동물의 마음
인간과 가장 친숙한 데 비하면, 개는 우리가 잘 모르는 종이기도 하다. 찰스 다윈은 다양하게 발현된 개의 품종을 연구하며 자연선택의 진화론을 발진시켰지만, 정작 다윈의 전통을 이어받은 현대 동물행동학에서 개에 대한 연구는 많이 발전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역설적이게도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동물을 실험하거나 관찰하려면, 외부 변수를 통제하고 ‘사회적 진공 상태’에 넣어야 하는데, 개 연구를 할 때 인간이라는 변수를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개는 언제나 인간과 동거한다. 그것이 최소 1만 년 전부터 정착된 개의 ‘생태’다.
그레고리 번스(가운데)가 반려견을 MRI 두뇌 촬영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개에 대한 과학의 정체전선을 깨뜨린 이가 ‘반려견은 인간을 정말 사랑할까?’의 저자 그레고리 번즈다. 그는 원래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이용해 뇌의 작용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뇌과학자였다. 신경전달물질 분비 등 뇌 작용의 퍼즐 조각을 맞추면서 ‘인간의 마음’이라는 블랙박스를 열고 있는 개척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장치는 동물의 마음을 비추는 데는 젬병이었다. 대형 튜브에 들어가 가만히 누워 촬영에 협조하는 인간과 달리 동물은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번즈에게 한 가지 생각이 번득였다. 개라면 튜브 안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개는 인간의 지시를 따르며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동물 아닌가!
이 책은 MRI 장치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개의 뇌를 찍은 저자의 실험을 기록했다. 이론적 설명과 개념이 가득 찬 과학책이라기보다 따뜻한 체험담에 가깝다. 번즈는 자신의 반려견 ‘칼리’와 이웃의 반려견 ‘맥킨지’에게 튜브 안에 들어가는 방법을 연습시킨다. 목표는 소박했다. 핫도그 같은 보상을 주거나 가족의 체취를 맡게 하면 개의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고자 했다.
놀라운 냄새 실험 결과
실험은 쉽지 않았다. 뇌 작용을 포착하려면 진정제를 투입하지 않고 실험해야 했다. 장치에서 뿜어대는 소음을 개가 견뎌야 했다. 모의 장치로 움직이지 않도록 훈련하고, 평소 일부러 큰 소리를 틀어놓아 소음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그 결과 칼리와 맥킨지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냄새 실험에서는 운동피질과 하위 측두엽이 활성화됐다. 저자는 ‘마음이론’을 시사하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마음이론이란 상대방의 마음이 무엇인지 가설을 세우는 능력이다. 쉽게 말해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그동안 인간만이 지닌 능력으로 여겨져왔다. (실험실에서 유인원의 행동을 관찰하는 비교심리학, 동물행동학계에서는 동물에게 마음이론이 있는지에 의견이 분분하다.)
MRI 장치는 인간에게 그랬듯 동물의 마음을 비추는 혁명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개가 동물의 마음을 여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개들은 정말 인간을 신비로운 이성으로 생각할까? 적어도 개들은 인간 마음을 읽는 데 능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는 게 번즈의 추정이다. 개의 마음에 대한 그의 탐구는 진행형이다.
TIP:
반려견은 인간을 정말 사랑할까?, 그레고리 번즈 지음·김신아 옮김, 진성북스, 1만5000원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