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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낯선 사람 무는 강아지…‘짖지마, 안돼’ 말고 ‘해야 할 것’ 가르치라

등록 2018-01-08 05:00수정 2018-02-05 16:44

[애니멀피플] 전찬한의 개이득 수업
가전제품 수리기사 문 ‘미키'
네살 넘었는데도 ‘사고뭉치’
환경변화 민감하게 반응해서다

낯선 이가 주는 간식 먹기 훈련
신기하게도 잘 받아먹는다
자연스럽게 공포심 없애고
‘문제없음' 스스로 경험해야 한다
전찬한 이리온동물병원 이사(왼쪽)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공원에서 남성에게 경계심이 강한 미키를 훈련하고 있다. 낯선 사람을 만나도 짖거나 무는 행동을 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찬한 이리온동물병원 이사(왼쪽)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공원에서 남성에게 경계심이 강한 미키를 훈련하고 있다. 낯선 사람을 만나도 짖거나 무는 행동을 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평소에는 순종적이지만 특정한 누군가만 보면 돌변하는 녀석들이 있다. 집에 누가 찾아오는 날이나 집안 환경이 조금 달라진 날도 그들은 어김없이 변신한다. 문제는 녀석이 왜 그러는지, 또 무슨 상황 때문에 그리도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보호자가 잘 알아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편하고 불안한 동거는 계속되고, 보호자들은 사랑하지만, 말을 안 듣는 반려동물의 마음이 궁금하기만 하다.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 종인 미키(수컷·4살)와 보호자도 같은 처지였다. 지난달 중순 이들은 전찬한 이리온동물병원 교육 이사이자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애완동물학부 훈련 전임교수를 찾아왔다. 이름부터 고급스러운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은 영국에서 크게 사랑받는 종으로, 활동적이면서도 외모가 우아해 반려견으로 인기가 많다.

강아지 나이 4살이면 사람 나이로 치면 청년기가 훌쩍 지났다. 즉, 미키는 알 만한 건 다 알 나이였다. 이미 보호자와 기본적인 소통이 되는 훈련도 마친 뒤였다. 그런데 미키는 요즘 전반적으로 품행이 나빠지고 있었다. 보호자에게 자기 욕구를 채워달라고 보채거나 짖기 일쑤였고 심지어 다른 개의 똥을 먹는 식분증도 있었다. 집을 방문한 ‘외부인’ 가전제품 수리기사를 보고 짖다가 급기야 다리를 문 사고를 일으켰다.

‘낯선 사람’ 역할을 해준 김승태씨에게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다.  김명진 기자
‘낯선 사람’ 역할을 해준 김승태씨에게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다. 김명진 기자
사회화 훈련은 생후 초기에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초기에 받았다고 해서 한 방에 끝날 수 없다는 전 이사의 지적이 다시 떠올랐다. 미키의 성품이 퇴보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키는 뭐가 불만인 걸까.

“미키의 경우 대인 공격성이 불규칙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성인 남성을 물었다는 거로 볼 때 성인 남성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 있었던 거로 보여요. 또 집안에 누가 왔을 때같이 환경이 달라지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요.”

전 이사는 미키가 일차적으로 성인 남성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같은 부정적인 경험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자신에게 위협적이라고 판단되거나 잠재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일이 발생하기도 전에 ‘물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전 이사는 미키가 어떤 환경에서도 낯선 성인 남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을 해주기로 했다.

지난달 23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이리온동물병원에서 다이어트 사료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 미키가 전 이사와 함께 병원 앞 공원으로 훈련을 나갔다. 전 이사는 10㎏은 나가는 미키를 두 손에 안고 병원을 나섰다.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훈련 시작 전에는 산책을 시키지 않고 안아서 이동시키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산책 초기 흥분한 개들이 보호자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 훈련은 효과적이지 않다.

병원 앞 작은 공원에 도착해 땅을 밟은 미키가 이날 도전할 훈련은 ‘낯선 남성에게 밥을 받아먹기’였다. 남성의 목소리를 듣게 하고, 남성 앞을 지나가 보고, 마지막으로 남성의 손에 든 밥도 먹어보는 것이 훈련 과정이었다. 마침 공원에는 위아래 검은색 오토바이 슈트를 입은 남성이 핸드폰을 보며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전 이사와 미키가 남성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전 이사는 미키가 자신의 눈을 보며 걸을 수 있도록 계속 주의를 시키면서 걸었다. 발랄한 걸음의 미키는 전 이사 손에 든 사료 생각만 하는 것 같았다. 첫 번째, 전 이사는 남성과 미키가 만나지 않도록 남성과 미키 사이에 자신을 끼어 걸었다. 미키는 전 이사의 몸에 가려진 남성을 보고 달려들거나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남성 바로 발 앞을 미키가 지나가도록 자리를 바꿔 걸었다. 미키는 ‘뭐가 문제냐’는 듯 남성 앞을 무심하게 걸었다.

4살 된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 ‘미키’가 전찬한 이사에게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  김명진 기자
4살 된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 ‘미키’가 전찬한 이사에게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 김명진 기자
미키의 도전을 함께해준 남성 실험자인 오토바이 퀵서비스 일을 하는 김승태(70)씨도 골든리트리버를 키우는 반려인이었다. 미키의 사정을 들은 김씨는 미키에게 선뜻 사료를 주었고, 미키는 잘 받아먹었다. 전문가의 핸들링 때문에 착한 개가 된 것은 아닐까.

“사람을 물었던 개가 맞나요? 너무 잘하는데요.”

“이렇게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집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이느냐입니다. 반복훈련이 필요한 만큼 보호자의 역할이 더 중요한데요. 손님이 와서 짖는 개를 컨트롤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잠자리로 보내기’ 훈련인데 미키도 그 단계까지 배워야지요.”

전 이사가 추천하는 ‘궁극의 해결책’은 개에게 ‘하지 말 것’을 가르치기보다 ‘할 것’을 가르치는 법이다. 예를 들어 손님이 왔을 때 날카롭게 짖고 있는 개를 안아 들고 조용히 하라고만 다독이다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방에 가두는 식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가정에서 해볼 만한 훈련이 있다.

힘들지만 손님이 와도 편안하게 있으면 문제없음을 개 스스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전 이사는 그때마다 개에게 잠자리로 가게 하고, 개가 잠자리로 가서 얌전하게 있을 때마다 보상해 같은 습관을 익힐 수 있도록 훈련할 것을 권했다. 미키처럼 사료만으로도 유인 효과가 좋은 먹성 좋은 개들에게는 사료를 주고, 다른 보상을 좋아하는 개들에게는 그에 맞는 보상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보호자님들은 ‘짖지 마, 안 돼’라고 부정적인 방법으로만 가르치지 마시고 ‘엎드려’, ‘네 잠자리로 가’같이 개가 해야만 하는 행동을 가르치셔야 합니다. 하지만 불규칙하게 보상하거나 감정적으로 혼내기만 하면 개들은 당연히 자신이 앞으로도 평생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짖기만 할 겁니다.”

미키는 남은 훈련도 잘 마치고, 품행이 우아한 반려견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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