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뜬장에 개가 갇혀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개그맨 김원효씨는 2012년 7월 ‘한겨레’ 토요판과의 인터뷰에서 “주로 몸이 안 좋을 때 개고기를 먹는다. 개고기를 축산물로 규정해 위생관리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5년 5개월이 지난 19일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그의 대답은 달라졌을까.
“안 먹은 지 몇 년 됐어요. 자연스럽게 주위 사람들이 먹자고 하지도 않고 (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졌잖아요. 밥이 아니니까 개고기 안 먹는다고 사는 데 크게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개를 키우는 인구가 늘었으니 시대 흐름에 맞게 개 식용은 금지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5년 동안 그에게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닐까 궁금했다. 그는 말했다. “개인적으로 개를 키우고 싶기도 하고 텔레비전에서 개를 키우거나 훈련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니까 그 영향을 받아….”
충청북도 청주시 복대1동 성모성심성당 김인국 신부도 5년 전 같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5년 전에는 “개고기를 먹는다. 먹을 기회가 되면 간다. 개를 먹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런 그도 달라졌다.
“올해는 개고기를 한 번도 먹지 않았어요. 작년에는 한 번 먹은 것 같네요. 분명히 점점 덜 먹는 편으로 줄어드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아무래도 개고기는 안 된다고 하니까….”
“5년 전에는 ‘먹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먹을 수도 있다’고 대답하셨는데요?”
“(한참 동안 대답을 못 하다가) 제가 대답을 못 하고 있죠? 머릿속으로는 ‘개는 먹으면 왜 안 돼?’라는 생각도 있는데 그 말이 이제는 안 나와요. 개를 먹는 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되나 봐요.”
김 신부는 “10~20년씩 개를 키우는 반려인들의 마음을 나도 모르게 존중하게 됐다. 동시에 14년 동안 키운 개(수컷 진돗개 ‘진진이’)에 대한 내 마음도 달라지고 있다. 5년 전에는 개를 키우면서도 개를 먹었는데 이제는 먹을 것도 많은데 꼭 개를 먹어야 할까 싶다. 키우는 과정, 도살하는 과정도 비윤리적,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심경 변화의 이유를 고백했다.
그러나 김 신부의 고민은 계속된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개 식용을 불법 또는 합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위생관리를 잘하자고 하는 순간 먹어도 되는 편에 서는 것 같아” 말을 하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2012년 7월 한겨레 토요판은 오피니언 리더 9명에게 개고기를 먹는지,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개고기 법제화에 대한 의견 등을 물었다.
당시 개고기를 먹는다고 했던 이는 김원효씨와 김인국 신부를 포함해 5명이었다. 5명 중 지난 5년 동안 3명이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답했다. “2년에 한 번 정도 먹는 것 같다”고 답했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손위 어른들이 마련한 개고기 회식에 개고기란 이유로 불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당시 인터뷰 이후에는 한 번도 먹지 않았다”고 19일 답했다. 개고기 법제화와 관련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4~5년에 한 번 먹는다”던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속 먹지 않다가 5년 만인 올해 지인의 권유로 “한 번 먹었다”고 고백했다. “잘 먹는다”고 했던 소설가 이경자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답했던 4명 중 2명만 답변을 들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는 “건강 때문에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소고기와 개고기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규항 칼럼니스트는 “먹고 있지 않다. 특별한 동기가 있어서라기보다 자연스럽게 그리됐다”고 답했다. 김시진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과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개농장 뜬장에 개가 갇혀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시민들 인식도 달라졌을까. 동물권단체 케어가 2011년 7월(6~8일)과 2016년 1월(7~13일) 설문 조사한 내용을 비교해보았다. 두 설문조사는 각각 인구비례에 의한 성, 연령, 지역별 할당 무작위로 추출한 만 19살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이고, 질문은 모두 같았다.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개고기를 먹은 적 있다는 응답은 조금 줄었다. 41.4%에서 39.9%로 내려왔다. 반대로 먹은 적이 없다는 응답은 58.6%에서 60.1%로 늘었다. 개 식용의 이유는 2011년에는 건강상 이유가 가장 컸다(35.1%). 직장 동료가 권함(26%), 맛이 좋아서(15.8%)가 뒤를 이었다. 2016년에는 건강상 이유, 직장 동료의 권함이 23.7%로 그 비율이 줄었고, 맛이 좋아서라고 답한 이들이 전체 중 18.5%로 다소 늘었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점과 도살의 잔인함 등을 주로 꼽았다. 특히 개가 반려동물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은 2011년 26.1%에서 2016년 34.5%로 올랐다. 잔인하다는 인식도 14.1%에서 18.3%로 늘었다. 비위생적, 건강에 좋지 않다, 종교적 이유 등은 4~6%포인트씩 줄었다.
개농장, 식당 등 개고기 관련 산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41.7%에서 57.5%로 늘었다. 찬성 의견이 30.8%에서 26.3%로 줄었다. 모른다는 대답은 27.5%에서 16.2%로 줄었다.
찬성하는 이유로는 개가 소나 돼지, 닭 등 다른 가축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32%→51.3%). 이어 전통음식(29.8%→26.5%), 보양식(30.8%→17.3%) 순서였는데 그 비율은 줄어들었다. 개 식용이 한국의 고유문화라는 문화상대주의적 시각보다는 모든 동물이 식용인 ‘육식의 시대’인 만큼 개도 먹을 수 있다는 이유가 힘을 얻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개 식용이 한국 문화의 일부분이라는 의견에 반대한다’는 대답도 24.6%에서 36.7%로 늘었다.
한편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는 반려동물로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점이었다(50.1%→56.6%). 도축과정이 잔인해서(22.1%→24.2%), 사육이 비위생적이라서(8%→10.2%)가 뒤를 이었다.
개고기 법제화에 대한 여론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개고기를 법으로 금지하자는 데 찬성한 비율이 30.6%에서 46.3%로 올랐다. 불법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55.5%에서 43.4%로 줄었다. 모르겠다는 대답도 13.9%에서 10.3%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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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대한민국 개고기 보고서'를 이번 회로 마칩니다. 2부는 내년 상반기 중 다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