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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박근혜식 정치·경제, 그 끝은?

등록 2013-10-20 19:15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정말 궁금하다. 박근혜식 정치·경제의 끝은 과연 어딜까? 그가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일, 하고자 하는 일은 무언가? 그가 끌고 가는 이 나라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과연 5년 뒤 우리 국민들의 생활은 지금보다 나아질까? 믿고 따라가도 되나?

모든 게 불안하다. 도무지 박 대통령의 속내를 알 길이 없다.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무언가 말을 할 때는 예외 없이 국민들에게 등 돌리고 혼잣말하듯 하는 ‘독백화법’이거나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으로 하니 그 진의를 어찌 알겠는가.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그 말이 아니라고 하는데.

박 대통령이 재벌들한테 투자와 일자리를 구걸하고 창조경제에 동참할 것을 애걸할 때 경제민주화는 확실히 물 건너갔다. 아니면 사실은 재벌들이 투자와 일자리를 많이 늘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재벌들의 창조경제 참여가 실제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벌들한테 간곡한 협조를 부탁한 게 이제 생각해보니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기 위한 정치적 명분 쌓기, 국민들 눈속임이라는 고단수 정치행위였는지도 모르겠다.

창조경제도 시작한 지 서너 달이 채 안 됐는데 벌써 무늬만 남은 지경이 되었다. 정부조직에 창조라는 단어가 들어간 자리가 70여개나 되고 기존에 하던 정부 사업들에 창조라는 이름을 덧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니 공무원들의 창조경제 ‘가장무도회’만이 창조성을 발휘할 뿐이다. 공무원들의 대통령 눈속임이 어디 어제오늘의 일이던가. 그런 공무원들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니 박 대통령이 모자라는 건지, 아니면 알고서도 믿는 척하는 건지. 태생부터 창조경제를 정치적 용도로 만든 것이라 공무원들이 치장만 잘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부 약삭빠른 기업인들이 자기 사업에 여기저기 창조라는 접두사를 갖다 붙이며 이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지만 대통령이 이 또한 모르고 속는 건지 아니면 알고서도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져 믿는 척하는 건지. 대통령의 입에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창조라는 단어가 수도 없이 튀어나오고 있지만 이미 창조라는 단어가 비창조적인 식상한 정치 단어의 반열에 들어선 지 오래다. 창조경제 약발이 다했으니 내년에는 무엇을 새로 들고나올까. ‘창조정치’를 들고나오려나?

그럼 경제는 어떻게 살리고 한반도 평화와 안전은 어떻게 튼튼히 하겠다는 건가. 문재인 의원만 잡으면 나라 경제가 살아난다고 생각하는 걸까? 노무현 대통령을 한번 더 죽이면 이 나라에 안보와 평화가 튼튼해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문재인 의원과 노 대통령 죽이기에 그렇게 올인하는 걸까. 아니면 문재인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을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 이겼으면 됐지 뭐가 그렇게 켕기는 걸까. 정말 국정원의 정치공작이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나? 박 대통령이 아니라고 강력 부인한 걸 보면 본인 스스로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이명박의 명백한 사기행위 증거는 “주어가 없다”고 억지를 쓰더니 확인 안 된 노 대통령의 말은 “사실상의 엔엘엘(NLL) 포기 발언”이라고 우겨대는 이중성, 정치적 왜곡의 목적을 위해 불법적으로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뻔뻔함, 그것을 비호했던 박 대통령 아니었나. 국정원 여직원의 정치공작 행위에는 눈을 감고 “여성의 인권침해” 운운하며 국정원의 불법선거행위를 두둔하던 박 대통령이 아니었던가. 그것을 수사하던 검찰총장, 수사팀장의 목은 자르고. 그런 그가 법치·원칙·신뢰 운운해봐야 이제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게다가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같은 중요한 선거공약을 뒤집는 경제적 배신행위를 그렇게 쉽게 하는데 이제 무슨 신뢰와 원칙이 남아 있겠는가.

이제 박 대통령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예로부터 정치의 핵심은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民信)이라고 했다.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民無信不立)고 하였다. 경제도 서지 못한다. 박 대통령의 선친도 그렇게 스러지지 않았나.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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