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의사들 반응
“환자들에게 피해 주는데다
지역의사회서 더 논의 필요”
의협, 10일 하루 휴진뒤 준법진료
24∼29일 전면 집단휴진하기로
“환자들에게 피해 주는데다
지역의사회서 더 논의 필요”
의협, 10일 하루 휴진뒤 준법진료
24∼29일 전면 집단휴진하기로
대한의사협회(의사협회)가 정부의 원격의료 및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등에 반대하고 의료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해 10일부터 집단휴업 등 투쟁에 나서는 것에 대해 동네의원 의사들은 대체로 동의하는 반응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동네의원을 더 위축시키는 정부의 정책에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의 협상 뒤 휴진 투쟁을 벌이는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중랑구에서 동네의원을 개원 중인 ㅇ 원장은 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동네의원의 형편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병원의 영리 자회사를 허용해 환자를 더 유치하거나 각종 장사를 하게끔 하고, 의학적으로 불필요하고 환자들의 의료비를 크게 올 릴 수 있는 원격의료마저 허용했다. 정부의 이런 정책이 의사협회에 투쟁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협회의 집단휴진 투쟁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한 개원의(서울시 구로구)는 “그동안 의사들이 너무 의료 정책에 무심했다. 원격의료 허용 등의 피해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동네의원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나 전공의들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년 전에 개원할 때만 해도 약 4억원의 빚을 지고 출발했는데, 요즘 동네의원은 초음파기기 등을 비치하고 임대료 등을 내다보니 5억~6억원가량의 빚을 지고 있다. 하지만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어도 큰 병원을 찾는 경향이 더 많아져 동네의원의 형편은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동네의원은 모두 다 도산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실적 자료(2001~2013년)를 보면, 12년 동안 의료기관당 진료비의 한해 평균 증가율은 의원이 2.7%로 가장 낮다.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은 한해 평균 11%, 종합병원은 9.2%, 일반병원은 6%, 의료기관 전체 평균은 6.4%씩 증가했다. 동네의원 수가 같은 기간 2만1000여개에서 2만8000여개로 증가했기 때문에 모두 다 도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입은 낮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동네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한해 3000명씩 의사면허를 새로 받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최근 젊은 의사일수록 수입이 낮아지고 있어 동네의원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가에 비해 대학병원 등 큰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아직 관심이 없다는 태도이지만, 개원의들의 투쟁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과에서 일하는 ㅊ 교수는 “원격의료나 의료 영리화에 대해 반대하기는 하지만 아직 직접 나서야 할 이유는 찾지 못했다. 다만 전공의들이 그나마 조직된 의사들이라 할 수 있는데, 2000년 의사파업처럼 이들이 나서면 집단휴진의 여파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협회의 집단휴진 배경은 대체로 이해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결정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사도 있었다. ㅇ 원장은 “의사협회의 집단휴진 투표에서는 반대표를 던졌다. 전공의 시절이던 2000년 의사파업 당시에는 병원별로 혹은 지역 의사회별로 의사들의 투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너무 급박하게 절차가 이뤄져 지역 의사회에서도 별다른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10일로 예정된 집단휴진에 대해서도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집단휴진은 반대한다. 하지만 주변의 개원 의사들 및 지역 의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본 뒤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집단휴진 일정에 대해 10일 하루 집단휴진을 한 뒤 23일까지 준법진료를 거쳐, 24~29일 6일 동안 전면 집단휴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10일은 하루 동안 집단휴진을 하되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는 유지하기로 했으며, 11~23일 준법 투쟁을 거쳐, 24~29일에는 필수 진료인력을 포함해 전체 회원들이 참석하는 전면 파업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사협회의 집단휴진 투쟁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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