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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벗님글방

단 한번의 관심으로도 그의 삶을 바꿀수 있어요

등록 2020-12-29 09:25수정 2020-12-29 09:29

노숙인과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성남 노숙인의집인 안나의집 원장 김하종 신부(왼쪽). 사진 조현 기자
노숙인과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성남 노숙인의집인 안나의집 원장 김하종 신부(왼쪽). 사진 조현 기자

송은주가 지은 ‘당신이 나를 웃게 합니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길가에서 35년간 노숙인으로 지낸 노인이 있었다. 긴 세월 늘 같은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노인은 마치 도로의 붙박이 풍경처럼 보였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생각에 잠기는 순간을 제외하면 노인은 언제나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 길을 지나다니던 살라는 어느 날, 매일같이 무언가를 적고 있는 남루한 노숙인에게 인사를 건네기로 했다. 그저 ‘잘 지내느냐’고 안부를 묻고 싶었던 것이다. 눈을 맞추고 인사해 준 살라에게 노인은 조용히 시 한 편을 읊어 주었다. 노인의 이름은 레이문두로 35년간 적어온 것은 다름 아닌 시였다. 살라는 이 놀라운 노년의 시인 레이문드를 꼭 안아주었다. 그 후 살라는 노숙인 시인 레이문두의 꿈인 시집 출간을 돕기 위해 웹페이지를 만들고 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시에는 발이 돋았다. 레이문두는 그 동안 소식이 끊겼던 형제와 조우했고 마침내 그가 쓴 시를 묶어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단 한 사람이 기울여 준 오직 한 번의 관심, 한 번의 대화가 레이문두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성남 안나의집에서 건네받은 도시락을 챙기고 있는 노인. 사진 조현 기자
성남 안나의집에서 건네받은 도시락을 챙기고 있는 노인. 사진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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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가슴에 작은 상채기를 남기기도 하고 자기 가슴에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만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세월 강을 따라가면서 상처받은 사람이 내 곁을 떠나기도 하고 나도 상처를 주는 사람 곁을 떠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사람이 보충되지 않으면 나는 마침내 고립되고 말 것입니다. 인생살이은 서로의 가슴에 크고 작은 자국을 남기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자국에는 용기를 주는 긍정적인 것과 희망을 앗아가는 부정적인 자국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보여주는 작은 관심은 용기와 힘이 됩니다.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윤활유가 됩니다. 성탄은 보잘 것 없는 곳에 태어난 보잘 것 없는 아기 예수에 대한 들판에서 찾아온 가난한 목자와 먼 이곳에서 찾아온 이방인 박사들의 관심을 통하여 빛났습니다. 아기 예수를 빙자한 자기 쾌락의 정점으로 달리는 성탄기간에 진정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문병하 목사/양주덕정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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