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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벗님글방

부르더호프 학교가 미국 최고가 된 이유는

등록 2020-07-30 10:22수정 2020-07-30 11:00

빰~ 빠바… 빰~ 빠바…

“Eye of Tiger” 뮤직을 연주하는 브라스밴드를 태운 긴 트럭이 잔디밭으로 들어옵니다. 그 뒤를 올 해 메이플릿지 공동체에 속해 있는 마운트 아카데미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따라 나와 자리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큰 아이 하빈이의 고등학교 졸업식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마운트 아카데미 고등학교가 문을 닫아 몇 개월간 집에서 공부한 후 드디어 졸업식을 맞았습니다. 마운트 아카데미 고등학교에서 모두 모여 졸업식을 할 수 없어 각 공동체에서 스크린으로 졸업식을 하고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졸업생 전부가 모여 함께 축하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메이플릿지에 사는 모든 형제 자매들이 함께 기뻐하며 축하하는 자리여서 오븟하고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지난 13년간의 시간을 돌이켜보니 감사의 말 밖엔 따로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큰 아이는 만 4살 때, 작은 아이는 7개월 때 처음 뉴욕에 있는 우드크레스트 공동체에 왔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제 아내는 아이들은 맘껏 뛰어 놀아야 한다며 큰 아이에게 한글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늘 긴 막대기를 들고 다니며 뛰어 노는 걸 좋아하고 2살 때 어린이집 앞 조경으로 쌓아 놓은 바위 벽을 자꾸 올라가 어린이집 선생님의 주의를 받곤 했습니다.

그러니 큰 아이가 우드크레스트 공동체에 처음 왔을 때 영어 알파벳은 물론이고 Yes, No도 모르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공동체에 도착한 다음날 호스트 가족 아침 식사에 초대되어 갔을 때 호스트였던 제임스는 우리 아이가 영어를 전혀 모르는 것을 보자 집에서 기르는 기니피기를 가져와 보여주고는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Yes”하고, 다시 아주 거칠게 쓰다듬고는 “No”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그날 아침 Yes, No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하빈이는 호스트 가정이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아침을 맛있게 먹고는 유치원에 갔습니다. 그 날 오후 유치원에서 돌아와서는 아내에게 말합니다.

“엄마 여기 종이에 화장실을 영어로 써주세요.” 아내는 Toilet이라고 써주었습니다.

“엄마 실 좀 주세요.” 아내가 실을 주자 Toilet이라고 쓰여진 종이에 구멍을 뚫어 실을 넣어 목걸이를 만들고는 다음날 목에 걸고 유치원에 갔습니다. 오후가 되어 유치원에서 집에 돌아오자 마자 아이가 소리칩니다.

“엄마 나 이거 필요 없어요. 이제 Toilet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알고보니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영어를 몰라 “쉬마려 쉬마려” 했더니 못알아 듣자 나름 찾아낸 방법이 었습니다. 정말 Survival English였네요. 재미있는 것은 그날 이후 하빈이 유치원 친구들이 집에서 화장실을 가고 싶을때 “쉬마려 쉬마려” 하자 엄마들이 제 아내에게 와서 도대체 무슨 뜻이냐며 묻습니다. 우리 아이가 부르더호프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가르쳐준 한국어였습니다.

한번은 유치원 선생님이 와서 아내에게 말합니다.

“하빈이가 영어 단어를 많이 알고 있네요.” “그럴리가요.”

자세히 들어보니 알고 있다는 영어가 피아노, 오렌지, 바나나, 아이스크림, 팬더…

그러면 그렇지 우리가 외래말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거였네요. ^^

이곳에서는 어린 아이들은 아침에 1시간씩 숲으로 산책을 갑니다. 야생화도 찾아보고, 야생 동물들의 발자국을 추적하기도 하고, 온갖 모험을 하면서 신나게 숲속 이곳 저곳을 다닙니다. 우리 아이는 이 시간을 아주 즐거워했는데 하루는 숲 길에서 오렌지 색깔의 새끼 손가락만한 도마뱀을 발견했습니다. 이 도마뱀들은 이른 아침 축축할때 숲 길로 나오는데 해가 쨍쟁하면 습기가 있는 숲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난생 처음보는 도마뱀이라 신기한지 자꾸 손으로 만져 올리니 유치원 이디 선생님이 자꾸 만지면 손의 온기때문에 도마뱀이 죽을 수 있으니 만지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침 산책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온 우리 아이가 머리에 쓴 모자를 벗자 선생님이 깜작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머리에 도마뱀이 바글바글 했던 겁니다. 도마뱀을 못 만지게 하자 선생님이 안보는 사이에 한 마리 두 마리 머리에 올리고는 모자를 덥어 숨겼던 거네요. 지금도 이디 선생님을 만나면 그 때 이야기를 하시며 웃으십니다.

어느날 이디 선생님이 저희에게 찾아 왔습니다. 우리 아이가 선생님이 교실에 놓은 사탕을 가져다가 자기가 집에서 가져온 거라며 거짓말을 하고 친구들에게 나주어 준다는 거였습니다.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며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눈에 뻔이 보이는 거짓말을 하다니.. 아내는 한국에서 어린이 교육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공부했지만 자식 앞에선 아무 소용도 없는냥 화가 잔뜩 나서 이 녀석을 어떻게 쥐어짜서 다시는 거짓말을 못하게 만드나 벼르고 있는 동안 저는 저보다 한창 나이가 어린 학교 교장 선생님인 도나토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습니다.

도나토가 하는 말이 “제가 잘못을 저지르면 우리 아버지께서는 저를 조용히 불렀습니다.

그러고는 아주 온유한 목소리로 물어 보셨습니다.

‘ 네가 그런 짓을 했을 때 네 마음이 행복했니?’ ‘아니요.’

‘그러면 다시는 그러지 말아라. 네 마음이 행복한 일을 하렴.’

그러시고는 더 이상 저를 혼내지 않으셨습니다. 그 말씀이 저를 항상 붙잡아 주었습니다.”

아이의 잘못을 다그치기 보다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마음의 소리를 듣게 하는 것……

도나토가 내게 들려준 말은 참으로 충격이었고 도전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저는 아내에게 이번에는 내가 아이에게 말하겠다며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아이를 조용히 데리고 나가 함께 이야기 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자기도 마음이 행복한 일을 하겠다며 다음 날 유치원에가서 선생님에게 용서를 구하고는 다시 마음이 행복한 아이로 돌아갔습니다. 도나타가 그 때 들려준 말은 저와 아내에게 무엇이 참된 교육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디 선생님은 하빈이를 친자식 같이 무척 아껴 주셨는데 우리가 우드크레스트 공동체를 떠나 영국 공동체로 갈때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개구리가 그려져 있는 남방셔츠를 직접 만들어 이별 선물로 주셨습니다.

우리들의 영어는 천천히 느는데 반해 하빈이의 영어는 번개같이 너무나 빠르게 늘어 우드크레스드에 1년의 시간을 보내고 영국에 있는 비치그로브 공동체로 이사를 갈 때쯤 되자 한국어를 거의 잊어버리고 영어만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한국어를 잃어버리는 것이 염려가 되어 우리한테는 영어를 쓰지 말고 한국어만 하라고 강요하자 “Teacher가 School에서 Waiting하고 있어요.”등 모든 단어는 영어로 조사만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 조차 점점 사라지더니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영어로 이야기하는데 너무나 빨리 이야기해 도저희 알아들을 수 없어 그냥 응. 응. 대답만 하며 아이를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아내는 그제서야 한국에서 아이에게 한글을 안 가르쳐 주고 온 것이 후회가 되어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 신기한 한글나라를 보내라고 부탁해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절대 서로에게 운전을 못가르치듯 엄마는 자식에게 한글을 못가르치나 봅니다. 자식인지라 인내심이 없어 자꾸 아이를 다그치자 결국 한글 공부를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이쯤되자 아내와 저는 이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심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람인데 한국어를 못하면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바보 취급을 당하지 않을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등등 아이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우리를 사로 잡았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제프 할아버지와 나누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나의 고민을 깊이 이해하시고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성훈, 하나님께서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시고 이 아이의 미래를 붙잡고 있는지 믿어야 하네. 자네가 그 아이에게 원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께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나.”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면서 저와 아내는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했습니다.

‘이 아이가 영어도 잘하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한다고 해도 이 아이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인가? 정말 우리는 하나님께서 이 아이의 미래를 붙드시고 있는 것을 신뢰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그리는 그림대로 이 아이가 되길 원하는가? ‘

우리 안에 깊은 고민과 시름 끝에 아이를 하나님께 내어 드렸을 때 우리 마음 가운데 깊은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가 이중 언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의 마음과 만나 아버지와 아들간의 깊은 신뢰의 관계를 쌓으면서 아이를 예수님께 이끄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 매일 점심마다 30분씩 아이를 숲에 데리고 갔습니다. 아이는 여기 저기 나무도 올라가고 제 주변에서 행복하게 놀았습니다. 많은 말이 없어도 그저 아이와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아이와 교감하면서 관계를 쌓아 갔습니다. 아내도 아이에게 억지로 한글을 배우게 하는 것을 멈추고 아이들이 집에 오면 한국에서 가져온 동화책을 많이 읽고 한국 동요를 함께 부르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이후론 저나 아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한글을 배우라고 말한적이 없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싶어 가르쳐 달라고 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들이 아이들의 영어를 제대로 못 알아 듣거나 표현 방식이 한국 사람들과는 달라 버릇이 없어 느껴져 아이들을 혼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어린 아이 같은 마음으로 흔쾌히 우리를 용서해주고 더 이상 마음에 두지 않는 걸 보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하빈이가 놀던 비치그로브 공동체 숲
하빈이가 놀던 비치그로브 공동체 숲

아이들을 이곳 학교에 보내면서 감사한 것이 한 두개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참 감사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선생님들이십니다. 선생님들을 보면 100%가 아닌 200%의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부으십니다. 쉬는 시간에도 의자에 앉아 팔짱끼고 지켜 보는 법이 없고 맨발로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놉니다. 60이 넘은 나이 드신 선생님들도 예외가 없습니다. 내 아이라도 저렇게 못할텐데 참 기가막힐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이곳 학교에 보낸 후 아내가 참 좋아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부해라”하며 아이를 다그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오니 아무도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고 칭찬하지 않습니다. 물론 숙제를 안해가면 그건 게으른 것이 때문에 문제가 되지만 아이들이 자기들의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으면 부모를 부릅니다. 그 아이가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잘해도 상관 없습니다. 부모들과 아이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함께 길을 찾아 갑니다. 그럼에도 그 아이가 계속 문제를 일으키면 학교를 중단하게 하고 남자 아이면 아버지와 함께 장작을 패거나, 밭일을 하거나 여자 아이면 어머니와 함께 집안일등을 하면서 부모와 함께 노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관계를 쌓고 함께 길을 찾아가게 합니다.

사실 이곳에서의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들은 부모를 존경하는 것을 배우게 합니다. 부모를 존경하지 않은 아이는 선생님을 존경할 수 없고, 친구들을 존중할 수 없으며, 더 나아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킬 때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경우 아이들이 학교에서 Time out되어 부모와 함께 노동을 하면서 관계를 다시 쌓을 때 문제들이 해결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보통 학교는 오전 7시 반에 시작되는데 학교 앞에 종탑이 있어 종소리가 울리면 학교로 모입니다. 정말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입니다. 오전에는 일반 학교처럼 영어, 수학, 사회, 체육, 미술, 역사등을 배우지만 오후에는 많은 활동들을 하게 됩니다. 절기마다 연극이나 합창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공연하기도 하고, 케잌을 맛있게 구어 나이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초대해 함께 먹으면서 게임을 하거나 꽃들을 꺾어 부케를 만들어 갖다 드리기도 합니다.

캠프 크래프트로 숲에서 이것 저것을 만들고 불을 피워 간단한 요리도 하고, 수영, 하이킹등 다양한 바깥 활동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특별히 주변의 홈리스 아이들을 위한 Soup Kitchen 에 채소를 길러 갖다 주는데 보통 깡통 같은 것을 많이 기부받는데 반해 우리 아이들이 신선한 야채를 가져오니 Soup Kitchen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너무나 좋아합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슈즈 박스를 만드는데 신발상자에 아이들이 직접 만든 장난감과 퍼즐, 고사리 손으로 정성스럽게 짠 털모자등을 넣어 포장해 다른 나라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오후 4시가 되면 교실 청소, 동물농장 청소, 소젖 짜기, 계란 모우기 등등 각자 맡겨진 일을 끝내고 5시면 집에 돌아가게 됩니다.

홈리스 아이들을 위한 텃밭 아이들이 만드는 슈즈박스
홈리스 아이들을 위한 텃밭 아이들이 만드는 슈즈박스
중학교 1학년이 되면 전기, 배관, 용접, 기계, 건축, 재봉, 쿠킹등 살면서 필요한 많은 기술들을 일주일에 한번씩 도제 교육을 받게 됩니다. 하빈이는 특별히 나무를 터닝해서 그릇을 만드는 것을 다비드 할아버지께 배웠습니다. 부르더호프 공동체가 1950년대 파라과이에 있을 때 터닝한 나무 그릇을 팔았는데 정교하게 잘 만들어 그 당시 파라과이 수도 아손시온에서 소문이 많이 났었습니다. 그 무렵 계셨던 할아버지들이 지금도 어린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하빈이는 나무 촛대와 나무 접시등을 할아버지와 함께 멋있게 만들었습니다.

다비드 할아버지에게서 배워 만든 것 들
다비드 할아버지에게서 배워 만든 것 들

촛대 그릇
촛대 그릇

이곳의 아이들은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땐 피리를 배워 음을 익히게 하고 4-5학년이 되면 악기를 하나씩 선택해 배우게 됩니다. 하빈이는 피발디 음대에서 바순을 전공한 형제의 바순 소리를 듣더니 매력을 느껴 바순을 배웠습니다. 포크 뮤직을 연주하는 형제의 밴조 소리에도 끌려 밴조도 배우고, 고등학교 콘서트 밴드 클럽에선 색소폰도 연주하고, 톱 연주도 하는 등 이것 저것 하다 보니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네요.

이곳 아이들이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뿐만 아니라 자연과 이웃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풍성한 삶을 누리는 것을 보면서 정말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매 번 깨닫게 됩니다. 학교에 대한 기억이라 곤 하루 종일 공부만 하고 시험 치던 것 외에는 별로 생각나는게 없는 나에겐 나도 이 아이들처럼 다시 학교로 돌아가 삶을 누리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이 말을 안들을 때 “너 내일 학교 못간다”고 하면 바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 한동안 아이들을 잡는 무기(?)로 잘 써 먹었습니다.

미국의 부르더호프 큰 공동체안에는 어린이집부터 중학교가 공동체안에 있어 아이들을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 학교에 보내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허드슨강가 위치에 있는 마운트 아카데미 고등학교로 보내게 됩니다. 마운트 아카데미는원래 카톨릭 신학교로 100년전에 세워진 학교를 인수해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2013년에 세워졌습니다.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약 200명가량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지역 사회와 독일, 이스라엘 등 외국에서 온 교환 학생들도 더러 있습니다. 학생들은 4년간 교육을 통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며, 자기 훈련과 열심히 일하고 배우며 강한 윤리의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돌보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마운트 아카데미 고등학교
마운트 아카데미 고등학교

오후 2시까지는 주정부에서 요구하는 커리큘럼을 실행하고 오후에는 사이언스 올림피아, 모의 법정, 목공, 건축, 로보틱, Envirothon연극, 아트, 축구, 배구, 육상, 가스펠 콰이어, 댄스, 콘서트 밴드, 요리, 리칭 아웃, 청소 등 다양한 클럽 활동이 있어 본인이 원하는 클럽을 선택해 참여하게 됩니다.

마운트 아카데미는 생긴지 얼마 안되었지만 많은 경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하도 뛰어노니 육상은 모든 종류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축구 또한 여러번 뉴욕챔피언이 되었으며, 얼마전 시작한 여자 배구팀 또한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하빈이는 9학년때부터 Envirothon(환경 경진대회)에 참여하였는데 이 클럽은 공동체 고등학교가 생긴 이래 뉴욕 챔피언을 놓친 적이 없고 미국 챔피언도 2번이나 되었습니다.

하빈이팀도 작년에 뉴욕주 참피언이 되어 처음으로 미국 참피언쉽에 나가 4위를 차지했습니다. 처음 미국 챔피언십에 나간 것이지만 그런대로 좋은 성적으로 거두어 올해는 미국 챔피언십을 노렸습니다. 올해도 뉴욕 주 챔피언이 되었지만 네브래스카주에서 열리기로 한 미국 챔피언십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취소가 되어 꿈을 접고 말았네요.

마운트 아카데미가 생긴지 얼마 안되지만 여러 분야에서 상을 휩쓸자 지역 신문에서 인터뷰를 해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기자가 학교를 방문해 보니 컴퓨터나 첨단 시설은 하나도 없고, 아이들이 모두들 마대 자루를 들고 청소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사실 청소가 제일 중요하긴 합니다. 한번은 손님이 마운트 아카데미를 방문하자 교장 선생님이 그 집안을 알려면 화장실을 봐야 한다며 청소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이 손님이 정말로 화장실을 들어가 보더니 하는 말이 화장실에서 누워 자도 되겠다며 놀라워 했습니다.

마운트 아카데미 고등학교 클럽 활동
마운트 아카데미 고등학교 클럽 활동

부모로서 부족해 많은 부분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지만 지난 13년간 수 많은 선생님들이 하빈이를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이 아이 안에 하나님이 주신 씨앗이 자라고 꽃이 피도록 애쓰신 것을 생각할 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는 감사함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 분들의 모든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이 아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사람들을 사랑으로 섬기어 이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지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게 되길 부모로서 소원해 보며 모든 선생님들에게 박수의 갈채를 보냅니다.

“아이들의 인생을 부모나 다른 이들의 희망이나 야망의 틀에 넣어 찍어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어린이는 하나님의 생각입니다. 한 어린이가 날 때부터 품고 있는 신성한 불꽃을 북돋아 주고 하나님이 뜻하신 사람으로 자라도록 돕는 것이 교육입니다.” - 우리의 믿음과 소명(브루더호프 펴냄)에서

글 미국 부르더호프공동체, 메이플리지 공동체원 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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