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간이 많은 줄 압니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 치명적인 착각입니다. 모두 죽을 텐데 죽음을 실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죽을 운명을 알아차리면 잘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죽을까요? 죽음을 생각하면 어떻게 살지 알게 됩니다. 죽음엔 네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죽음: 평생 이생만 생각하고 살다가 죽을 때가 되면 후회와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집착하는 모든 사람과 재산과 헤어지는 고통이 엄청납니다. 죽음과 그 뒤가 두려워요.
△후회 없는 죽음: 시간을 잘 쓰면 후회 없이 살고 후회 없이 죽을 수 있어요. 이생에 실제로 있는 것은 시간밖에 없고 죽을 때 가져가는 것은 경험뿐이에요. 이생을 위한, 무상한 것에 대한 투자는 헛된 투자이며 무상하지 않은, 마음에 대한 투자는 유익하며 죽을 때 가져갈 수 있어요. 두려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어요.
△두려움 없는 죽음: 마음공부를 해서 명상의 힘이 있는 사람은 두려움 없이 죽을 수 있어요. 알아차림의 힘으로 죽을 때 해탈하거나 좋은 데로 갈 수 있어요. 후회도 두려움도 없어요.
△반가운 죽음: 수행자는 해탈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죽음을 기쁘게 맞이합니다. 후회와 두려움은 당연히 없고 환희롭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죽을 것이라는 실감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첫째, 우리는 분명히 죽습니다. 즐기고 있는 모든 것과 사람들과 영원히 헤어집니다. 자신이 이생에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생각하면 할수록 시간이 소중해집니다. 둘째, 수명은 짧아지기만 하지 길어지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순간순간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셋째, 준비가 안 돼도 죽습니다. 늙어서 이생을 잘 마무리하고 내 뜻대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일 뿐입니다. 넷째, 수명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분명히 죽지만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어요. 오늘 죽을 수도 있습니다. 삶의 위태로움을 알아차리면 실감이 됩니다. 다섯째, 죽음의 원인은 많아요. 젊은 사람도, 건강한 사람도 죽고, 잠자면서도 죽어요. 생명은 허약합니다. 죽음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여섯째, 이 몸도 허약합니다. 무능합니다. 이미 여러 번 죽을 뻔했어요. 이 몸으로 아직 살아 있는 것이 기적입니다. 이것을 알면 남은 인생이 덤이며 축복입니다. 일곱째, 죽을 때가 되면 힘들게 모은 재산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재산을 키우기 위해서 쌓은 악업만 죽을 때 가져갑니다. 여덟째, 아끼고 도와준 가족과 친구도 도움이 안 됩니다. 그들 때문에 쌓은 악업만 가져갑니다. 아홉째, 좋은 것만 먹이고 그렇게 잘 보살폈던 이 몸도 무능합니다.
죽을 때 가져가는 유일한 것은 업이라고 합니다. 업은 마음의 습관입니다. 집착과 원한과 부정과 산만한 마음을 자비와 긍정과 지혜와 깨어 있음으로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잘 죽기 위해 사는 겁니다. 후회 없는 하루와 후회 없는 삶, 마음에 간직할 평생 화두입니다.
용수 스님(세첸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