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종교편력
● 지금 나는 약 27년정도 불교공동체에서 살았고 지금도 불교단체활동을 하며 총 35년넘게 불교의 마음공부와 수행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나는 중1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꽤 열심히 교회를 다녔고, 중고등부의 회장,총무 등을 두루거치면서 암울했던 당시 중학교와 고등학교시절, 교회는 나의 해방구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성경암송, 성가대, 기타, 피아노 등 모범적이고 전형적인 교회오빠로서의 경험과 기질을 장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또한 고등학교때 YFC라는 기독교써클활동은 이상촌을 구상하는 선배들로 부터 사회의식과 이상사회에 대한 씨앗을 마음에 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1979년 대학1학년때는 JOY나 SBF 등 성경읽기모임을 새벽같이 다니는 열정을 내기도 했지만 야학을 하면서 또 학생운동에 참여하며 유물론자가 된 뒤에는 신앙적 인연은 끊어졌습니다. 그저 야학때문에 교회를 다니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학생운동으로 85년 수배를 받는 도중 우연히 소개받아 절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하루에 4번, 매번 300배정도의 기도를 하였고, 급기야 해인사에서 3000배를 하게 된 것이 불교와 진한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 수배이후 구속되어 약 1년간을 수감생활하고 돌아와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용접을 배우던 중, 우연히 예전 불교 인연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어 86년부터 본격적인 불교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면서 88년 정토회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줄곳 정토회 공동체에서 불교의 수행과 환경관련 사회활동은 했습니다. 그러다 2001년에는 정토회산하 JTS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긴급구호활동으로 파견되어 4년간 활동했다가 그곳에서 얻은 지병 치료를 위해 공동체를 나와 집에서 요양을 하게된 2010년까지 공동체생활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정토회에서의 불교수행과 공부는 오늘의 나를 이르게한 가장 중요한 정신적 원천이 되었지요.
● 불교활동 도중인 1990년 1월, 흥사단에서 결혼을 하려했지만 교장이신 장인어른의 반대로 할수없이 안국동 수운회관옆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곳 담당자가 천도교의 입교를 하지 않으면 대관해 줄수 없다고 하여 얼떨결에 입교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인연이었는지 이후 경주 용담정에서 천도교수련도 하고, 지금 천도교 개벽지의 편집위원을 맡게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90년 중반 생명운동을 하면서 동학공부도 하게 되었고 한살림활동과 이후 동학하는 선후배들과는 지금까지 인연이 지속되어 공부해오고 있습니다.
● 2000년 세계의 공동체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미국의 Twin Oaks Community에서 2개월을 머물렀을 때 어머니 처럼 나를 돌봐주시던 메리온 할머님이 샤롯스빌의 퀘이커모임에 몇번 데리고 간 뒤부터 퀘이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2005년 아프간에서 돌아왔고, 2년뒤에 샘물교회인질 사건이 있었을 비슷한 시기에, 이라크에서 인질로 잡힌 퀘이커들이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인질범들을 비난하지 않는 철저한 평화주의로 대응했던 일과 비교되면서 너무도 인상적인 감동을 받았습니다.
● 이후 김조년교수님의 소개로 2년정도 "씨알의 소리"편집위원을 했고, 김교수님이 참여하는 대전 퀘이커모임을 간적도 있었으며 국경선평화학교를 하시는 정지석목사님이 소개해주신 퀘이커 관련 책과 글을 읽으며 그 활동과 신념에 큰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90년중반부터 홍성의 풀무학교를 가끔 들르고 홍동지역을 다니면서, 덩달아 우찌무라 겐조의 무교회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다석 유영모, 김교신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어깨 너머로 들으며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 2000년 미국의 트윈오크스공동체를 떠나 뉴욕에는 피터모린과 도로시 데이가 시작한 가톨릭워커 (The Catholic Worker)의 성요셉하우스에서 며칠 머물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실 공동체를 탐구하는 중에 한현씨의 <참사람되어>를 통해 "인격주의, 탈중심주의, 녹색혁명, 비폭력, 애덕행위, 손으로하는 노동, 자발적 가난"을 기조로하는 이 가톨릭 아나키스트운동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던 터였지요.
● 2001년 정토회의 JTS의 긴급구호활동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어 4년간 칸다하르와 카불, 바미안 등지에서 활동했을 당시 나는 카불북부의 탑다라의 마을에서 1-2개월 지내면서 종종 마을 사람들과 기도를 같이 했습니다. 기도전에 씻고 하는 과정을 본 마을사람들의 몇몇은 나를 모슬램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항상 식사할 때 마을사람들과 함께 이슬람식 기도 <비스밀라헤 라흐모네르 라힘 일라 일라 일라라 마하무드 라수를라>를 하며 식사를 했기 때문인듯 했습니다.
● 2010년 일본에서 1년간 지내면서 일본불교의 불교와 신불교에 대해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고, 최근에는 불교환경연대와 가까이 알게 된 가톨릭공동체인 <포콜라레>의 신앙과 공유사회를 위한 활동에 큰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충동의 한국의 포콜라레 모임을 가보기도 했고, 그분들과 교류를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 종교마다 다른 결을 갖고 있지만, 최근 <에미서리 공동체>에서 진행하는 <삶의 에술세미나>를 경험하면서 퀘이커의 내안의 빛(Inner Light), 동학의 내 안의 하나님(시천주), 모든 중생에게 부처의 성품이 있다는 불교의 불성론과 내용적으로 일치한다는 놀라운 깨달음 얻게되었습니다.
자기 종교만이 유일한 진리라하여 이웃종교에 배타적일 때는 무엇보다 무서운 폭력이 되지만, 자비와 지혜를 추구하며 물질은 거스르는 소욕지족의 종교적 수행은 인간문명의 거대한 전환의 동력이 될것을 확신합니다.
"자기 종교만 알면 실은 자기 종교를 알수 없다"는 말처럼, 여러 종교에 두루두루 관심을 갖게되니 내 종교적 신념은 더 깊어지는 것같습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 소장)
![열심히 교회 활동을 했던 고교시절 유정길(왼쪽에서 두번째) 열심히 교회 활동을 했던 고교시절 유정길(왼쪽에서 두번째)](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18/655/imgdb/original/2020/0717/20200717500660.jpg)
열심히 교회 활동을 했던 고교시절 유정길(왼쪽에서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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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회에서 활동할 당시 유정길(왼쪽에서 두번째)소장이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과 타이의 불교사회운동가 슐락 시바락사(오른쪽에서 세번째)와 함께 했다. 정토회에서 활동할 당시 유정길(왼쪽에서 두번째)소장이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과 타이의 불교사회운동가 슐락 시바락사(오른쪽에서 세번째)와 함께 했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96/600/imgdb/original/2020/0717/20200717500657.jpg)
정토회에서 활동할 당시 유정길(왼쪽에서 두번째)소장이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과 타이의 불교사회운동가 슐락 시바락사(오른쪽에서 세번째)와 함께 했다.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60/720/imgdb/original/2020/0717/20200717500659.jpg)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돼 구호활동을 펼치던 시절 유정길(맨오른쪽)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돼 구호활동을 펼치던 시절 유정길(맨오른쪽)](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60/720/imgdb/original/2020/0717/20200717500658.jpg)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돼 구호활동을 펼치던 시절 유정길(맨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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